‘우리 동네 슈퍼 히어로’, 지역자율방재단 교육 현장
‘우리 동네 슈퍼 히어로’, 지역자율방재단 교육 현장
‘우리 동네 슈퍼 히어로’, 지역자율방재단 교육 현장
2017.06.26 17:36 by 김석준

“영화 속에서 재난이 발생하면 슈퍼맨이 나타나서 구해주죠.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역자율방재단 여러분들이 슈퍼맨의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죠.”

도시재난연구소장 우승엽 생존전문가의 말입니다. 긴박한 재난현장에서 지역자율방재단의 역할을 강조한 것인데요. 이렇듯 우리 주변에서 언제 일어날지 모를 재난재해에 대비해 구조 활동을 펼치는 이들이 바로 ‘지역자율방재단’입니다.

지역자율방재단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우승엽 생존전문가

우리 동네는 우리가 지킨다, 지역자율방재단

지난 19일, 충청남도 홍성군 충청남도청에서 2017년 지역자율방재단 상반기 교육이 열렸습니다. 지역자율방재단은 예측 불가능한 재난 상황에 대비하여 지역 사정에 밝은 주민들을 주축으로 한 방재 전문 민간조직이죠.

희망브리지는 매년 지역자율방재단을 대상으로 연 2회(상‧하반기)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6월 한 달 동안 전국 14개 권역별로 진행되는데, 이날 펼쳐진 세종·충남지역 교육에는 시·군·구 및 읍·면·동 구호담당 공무원, 지역자율방재단 구호반장 및 구호단원 등 총 96명이 참석했습니다.

이날 교육은 시종일관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는데요. 무엇보다 참가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돋보였습니다. 재난구호 정책, 지역자율방재단 활동 사례 등 이론뿐만이 아니라 재난극복 체험 훈련과 같은 실습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돼 참가자들의 동기부여를 북돋웠습니다.

약 3시간의 일정으로 치러진 교육의 서막을 연 건 충남도 재난안전연구센터 조성 박사의 재해구호 정책 강의였습니다.

재해구호법의 주요 내용과 구호정책에 설명 중인 재난안전연구센터 조성 박사

“큰 홍수를 겪어 집이 쓸려 가면 그 집에 다시 가서 생활하는 걸 두려워하죠. 하지만 이제는 재해구호법이 그런 심리적 지원까지도 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있습니다.”

흔히 재난이라고 하면 태풍이나 지진을 떠올리는데 현대사회에선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화재나 가축전염병과 같은 다양한 재난들이 더 자주 발생합니다. 조성 박사는 “소득이 1만 달러가 되면 테니스를 치고 2만 달러가 되면 골프를 치는 것처럼, 사회 안전에 대해 욕구도 점차 달라진다”고 했습니다. 이어 조 박사는 “예전에는 경제적인 보상을 주로 원했는데 이제는 발생 원인을 알고 싶어 하고, 심리적인 지지와 위로를 받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지역자율방재단 구호반원과 공무원들이 교육에 열성적으로 임했습니다.

필리핀에서 배우는 ‘마을의 힘’

해외 자율방재 조직 사례에 대해서 발표 중인 희망브리지 이가희 간사

“필리핀처럼 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는 일괄적인 정부의 통제가 어렵기 때문에 지역자율방재단과 비슷한 형태의 마을 공동 대응 조직이 발전했어요.”

희망브리지 안전교육사업팀의 이가희 간사의 설명입니다. 필리핀의 면적은 한반도의 1.3배, 인구는 약 1억 명으로 전 세계 12위 규모입니다. 하지만 경제 규모는 OECD 가입국 중 하위권에 속해 있어 다른 국가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죠. 희망브리지에서도 2013년에 보훌 지진 사태에 구호물자를 전달하고 구호에 나서는 등 활동들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필리핀은 7000여 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어 정부의 정책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재난에 대비하는 ‘CBDRM’(Community Based Disaster Risk Management ‧ 지역사회기반 재난위험 관리) 시스템이 구축되어있습니다.

CBDRM은 지역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조직을 구성하여 재난을 인지하고, 계획을 수립하고 평가하는 등 재난 대응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재난위험관리 프로세스입니다. 필리핀뿐만 아니라 태국이나 캄보디아 등 재난이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아시아 저개발 국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조직이기도 하죠. 필리핀 CBDRM의 경우, 시설이나 기술적인 부분은 다소 미흡해도, 위험을 자각하고 재난에 대처하는 자세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자발적이고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도시 재난에서 생존하는 법

생존전문가라고 하면 누가 떠오르나요? 야생동물을 잡아먹는 베어 그릴스나 야자수를 오르는 김병만이 생각날 수 있죠. 하지만 우승엽 생존전문가는 조금 다른 종류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 도시 생존 전문가는 뱀을 잡는 법이나 야자수를 오르는 방법보단, 지진이 났을 때 머리를 보호할 수 있는 보호대를 만드는 법을 알려줍니다. 우리는 자연이 아닌 도시에 살고 있기 때문이죠.

자연이 아닌 도시에 생존하는 법을 설명하는 우승엽 생존전문가

“준비된 자만이 재난 상황에서 자신을 구하고 이웃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들로 얼마든지 준비할 수 있죠.”

우승엽 생존전문가의 말입니다. 우 전문가는 “도시에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고 강조하며, 도시에서 갑작스러운 재난을 만났을 때의 대응법을 알리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지진방재 모자’ 만들기나, 삼각건 응급처치법 같은 실전 테크닉을 배우는 것도 그 일환이었죠. 이 밖에도 우승엽 전문가는 들것 만들기, 종이 식기 만들기, 플라스틱 여과기 만들기 등 재난 상황에서 꼭 필요한 응급처치법을 상세하게 강연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어느 때보다 몰입도 있게 참여하며, 큰 호응을 보였습니다.

(위)삼각건 만들기와 종이식기 만들기 체험 (아래)들것 만들기 체험

이날 교육에 참석한 충남지역 공무원 최일호(49)씨는 “평소에 알지 못했던 부분을 많이 배울 수 있는 유용한 시간”이라며 “특히 물이나 식기를 만드는 방법들은 생존과 직결되는 부분이라 더 기억에 남는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세종시 지역자율방재단 소속의 홍영숙(57)씨는 “과자봉지를 이어 붙여서 만드는 담요는 재난 시에 꼭 필요한 정보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전국 14개 권역별로 나누어 진행되는 이번 지역자율방재단 교육은 지난 6월 1일 서울-제주 교육을 시작으로 오는 6월 30일 대구-경북지역까지 전국 각지에서 전개됩니다. 교육 참여 인원만 총 1600여 명에 달합니다. 더운 날씨에도 재난재해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겠다는 일념으로 뭉친 뜨거운 6월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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