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없을 때면 뭐라도 우겨 넣어서 힘을 차리는게 보통이지만, 어느 정도 선을 넘어가면 아무 것도 넘어가지 않는 때가 온다. 날은 더웠고, 햇빛은 잔뜩 쬐었으며, 일은 고되었고, 잠은 자지 못했다. 이쯤 되면 몸은 파업상태로 돌입한다. 먹어야 살텐데, 도무지 음식이 들어가지를 않는다. 에어컨 바람을 쐬어도 온 몸에는 따끈따끈하게 열이 오르고, 입안은 바짝 말라서 입에 뭘 집어넣을 엄두가 나질 않는다. 조금 넘어가는 건 그나마 물 뿐이지만 그도 여의치 않다.
벌컥벌컥 들이키려고 하면 괜히 역한 물비린내가 나는 것만 같다. 머리로는 물이라도 더 마셔야 뭘 들일 상태가 될 거라는 것도, 그리고 여기서 굶어서야 더 기운빠지는 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도 알지만 도무지 엄두가 나질 않고, 모든 것을 놓고 싶기만 하다. 잠을 자면 나아질까 싶지만, 잠도 오지 않는다. 자포자기 하는 심정인지, 아니면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인지 나도 모르게 냉장고에 있던 커피에 물을 타서 들이킨다. 물맛이 가려져서일까, 단 숨에 한 컵을 비워내고 그제야 개운한 기분이 되어 잠에 든다. 극한의 상황에는 극약이 듣는 것이었을까.
Today's Specil
콜드브루 커피
재료 커피 원두 200 g 냉수 1 리터 |
레시피 1. 커피는 드립커피를 내리는 정도에서 조금 더 굵게 갈아준다. TIP 강하게 볶아지지 않은 원두로 추출하면 산미가 기분좋은 커피를 만들 수 있고, 강하게 볶아진 커피로 추출하면 씀쓸하면서 고소한 커피를 만들 수 있다. 2. 커피가루에 물을 부어주고, 젖지 않은 가루가 없도록 잘 섞어준다. 3. 실온에서 18시간~냉장고에서 24시간 정도 우려준다. TIP 여름에는 위생문제가 있기 때문에 냉장고에서 우리는 편이 좋다. ‘더치커피’라고 불리는 한 방울씩 추출하는 방법은 위생관리가 어려울 수 있어 여름에 가정집에서는 피하는 편이 좋다. 4. 고운 체나 커피필터에 걸러낸다. TIP 프렌치 프레스가 있다면 프렌치 프레스에서 우려낸 뒤, 간단하게 걸러낼 수 있다. 5. 취향에 따라 차가운 우유나 냉수, 혹은 보드카에 비율을 맞춰 타서 마시면 좋다. |
/사진: 이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