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가뭄으로 곡식이 탄다고 걱정인데… 그래도 저는 비가 내릴까 봐 걱정이에요.”
김춘옥(가명·84) 할머니가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강원도 홍천군에 위치한 오래된 집. 천장은 깔끔한 부분을 찾기 힘들 정도로 비가 샌 흔적과 곰팡이로 가득했습니다. 집이 낡아 눈비가 내릴 때마다 물이 샌 결과인데요. 오랜 가뭄으로 다들 애타게 비를 기다리지만 할머니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밤새 양동이를 나르며 잠 못 들던 지난 여름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가족 하나 없이 홀로, 수십 년을 살아온 삶
집은 할머니의 고단한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은 양구. 지금은 군인들에게 익숙한 지명이지만, 6.25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양구는 38선 북한 땅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이북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했지요.
전쟁이 나자 할머니는 남쪽으로 홀로 내려왔습니다. 부모님은 선산을 지킨다는 이유로 고향 땅에 남았습니다. 하나 있는 오빠도 ‘빨갱이’로 오해받는 게 두려워 부모님 곁에 남았지요. 할머니가 가족을 본 건 그때가 마지막입니다. 피난민 수용소를 전전하던 할머니는 휴전 후, 결혼과 함께 홍천으로 왔습니다. 스무 살 꽃다운 나이였지요. 지금 집도 이때 지어졌습니다.
결혼은 했지만 할머니의 삶은 외로웠습니다. 함께 결혼한 남편은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할머니는 “벌써 40년도 더 지난일이라 기억도 가물가물하다”고 말합니다. 슬하에 자녀도 하나 없었습니다.
“다른 때는 괜찮은데 명절만 되면 너무 외롭더라고요. 이웃들은 자식들 손자들 찾아오고 하니까요. 찾아오는 사람이 없으니 떡국도 거의 안 끓였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안고 살아온 장애
오래된 집은 위험합니다.
할머니가 나갈 채비를 합니다. 가장 먼저 찾는 것은 지팡이. 지팡이를 짚고 조심스레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는데요. 무릎과 발목이 상당히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발목을 접질린 게 화근이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장난을 치다가 무릎을 접질렸어요. 그땐 제대로 된 치료란 게 없던 시절이라 침만 맞았는데 나중에 병원을 가보니 장애 진단을 내리더라고요.”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에게 오래된 집은 너무 위험했습니다. 지붕과 서까래는 낡아서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는데요. 홍천군 토지주택과의 김호 주무관은 “지금은 천장에서 물이 새는 정도지만, 방치할 경우 붕괴될 위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부엌과 화장실은 조립식 판넬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화장실 끝자락엔 연탄 보일러가 있었는데요. 겨울이 한참 지났음에도 매캐한 연탄가스 냄새가 납니다. 보일러가 오래되어 일산화탄소가 조금씩 새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내 생애 이사를 다 해보네요.
기프트하우스 시즌3
희망브리지와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15년부터 ‘기프트하우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프트하우스는 김 할머니와 같은 저소득층 위기가정에 영구적으로 지원하는 모듈러주택입니다. 2015년엔 충북 음성군의 4가구, 2016년엔 경북 청송, 전북 진안, 경기 포천, 전남 장흥의 6가구에 새 집을 선물해 드렸지요.
지자체로부터 지원할 후보군을 받은 뒤, 실사를 통한 공정한 심사로 수혜자를 선정합니다. 올해는 강원도 홍천군의 재난위기가정 6가구가 새 집을 선물 받을 예정인데요. 모두 김 할머니처럼 어려운 주거환경 속에서 지내고 있지만, 자력으로 여건을 개선할 수 없는 이웃들이지요.
현대엔지니어링의 자체 기술로 개발된 집은 8평형의 공간에 주방, 화장실, 수납공간 등을 완비하고 있습니다. 이중으로 설계된 창과 지붕은 견고함과 단열성능을 고루 갖추고 있지요. 살면서 이사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는 할머니. 비가 안 새고, 함께 입주하는 이웃도 생긴다는 말에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이웃이 생기면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 나눠먹을 것”이라며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계십니다.
8평의 행복, 재난위기가정을 위한 기프트하우스 시즌3는 9월 중 완공될 예정입니다. 할머니의 지긋지긋한 여름도 올해가 마지막이겠지요. 새로운 공간이 할머니에게 어떤 삶을 선물해줄까요. 감동적인 입주식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