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중국 여성을 원더우먼으로 만들었나?
누가 중국 여성을 원더우먼으로 만들었나?
누가 중국 여성을 원더우먼으로 만들었나?
2017.07.10 09:47 by 제인린(Jane lin)

‘하루 평균 45분.’ 우리나라 남편들의 평균 가사노동 시간입니다. 맞벌이 비중이 높아졌음에도 ‘남자는 일, 여자는 살림’이라는 인식은 여전하죠. 그렇다면 중국은 어떨까요? 비교적 인권 수준이 높다고 평가받는 중국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봅니다.

(사진: Maridav/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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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 

중국의 여성 인권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 공산주의 정권하에서부터 ‘여성과 남성의 인권에 어떠한 차별도 두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처럼 받아들여져 왔죠.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마오쩌둥 전 주석이 “세상의 반은 여성이다”라고 한 발언입니다. 실제로 중국 국가통계국이 조사한 지난해 인구 성별 자료에도 여성(6.7억 명, 49%)은 남성(7억 명, 51%)에 크게 뒤지지 않습니다.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살면서 직접 경험한 바로는 중국 내 여성 인권 수준은 실제로 높습니다. 심지어 가끔 상당수 남성들이 역차별을 받는 것은 아닌지 우려될 정도죠. 그만큼 여성의 목소리가 크고, 넓게 작용하는 사회가 바로 중국입니다.

그런데 중국 여성의 인권이 이렇게 높아진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중국에 사는 여성들은 청나라 특유의 풍습인 ‘전족’(纏足‧여자의 발을 인위적으로 작게 하기 위하여 헝겊으로 묶던 풍습)을 강요받아야 했죠. 심지어 그 전족을 ‘여성들이 할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했던 여성들도 있었답니다. 과거 중국 여성들의 인권이 그 어느 국가보다 열등했다는 것이죠.

어떻게 불과 수십여 년 만에 현대 중국 여성의 삶이 이렇게 당당해질 수 있었던 걸까요?

(사진: Blablo101/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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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얼마 전 모 언론사에 기고한 원고 탓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호된 내용의 댓글로 마음고생을 했죠. 중국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인정받아오고 있다는 골자의 내용이었습니다.

뭇 네티즌은 필자를 가리켜 지나친 페미니스트라고 비난했습니다.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나,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인터넷 비속어도 난무했죠. 평소 원고에 달리는 댓글을 꼼꼼하게 살피는 습관이 있던 터라, 그날만큼은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청나라 말기까지도 전족을 강요당한 여성들의 수는 수억 명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웨이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다시 한번 중국 여성 인권의 현주소와 한국 여성, 즉 나와 같은 또래 여성들의 삶을 돌아보려합니다. 더 많은 여성들이 비교적 완전한 평등을 보장받으며,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중국 여성 인권의 현주소는 남성과 동등 수준의 가사 노동에서 가장 잘 표현됩니다. 맞벌이가 일반적인 중국은 이른 퇴근을 한 남편이 장을 보고, 저녁을 준비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비록 그가 남성이라 할지라도, 업무가 비교적 일찍 끝났다면 그날 저녁 당번은 그가 되는 셈이죠.

그래서 중국에선 남성이 장을 보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남자가 장을 보고 저녁 반찬을 하는 건 매우 일상적인 풍경입니다.

중국 언론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 남성이 하루 평균 소요하는 가사 노동 시간은 한국 남성과 비교해 평균 26분 이상이 많습니다. 장을 보고 반찬을 만들고 청소를 하고 세탁을 하는 시간 말입니다. 26분이 적은 시간처럼 보이지만, 일주일로 계산하면 평균 182분, 1년으로 헤아리면 자그마치 8736분(145.6시간)이나 됩니다.

‘중국 여성이여 스스로 일어서라’라는 문구를 들고 있는 과거 흑백 사진 속의 중국 여성들의 모습. (사진: 바이두 이미지 DB)

그렇다면 이런 분위기는 과연 어떻게 건설된 것일까요? 이 같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선 지난 194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마오쩌둥 전 주석이 ‘신(新)중국’을 건설하기 위해 헌법을 제정했던 시기죠.

70여 년 전의 일이지만, 그 시기는 길게는 수 천 년 동안 남성에게 종속됐던 여성의 삶을 해방하고, 여성을 독립적인 존재로 여긴 중요한 첫 사례로 기록돼 있습니다. 당시 제정된 중국의 헌법에는 여성의 사회적, 혹은 가정에서의 지위에 대해 남성과 평등할 것을 법제화했습니다.

마오쩌둥 전 주석을 위시로 한 공산당은 중국의 기존 토지법을 개정하며,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성인을 기준으로 일정량의 토지를 공평하게 배분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같은 시기 다른 국가에서 실시한, 가구당 일정량의 토지를 배분하게 한 토지개혁법과 다릅니다. 당시 중국 공산당은 성인을 기준으로 1두(頭) 당 1토지 배분 원칙을 고수했습니다. 가족 구성원 내에서의 여성과 남성의 보이지 않는, 그러나 반드시 존재하고 있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는 지금과 비교해도 매우 혁신적인 개혁입니다. 토지 개혁법 덕분에 중국 여성들은 비로소 남성과 동등한 수준의 경제적 독립을 이룰 수 있게 된 셈입니다.

당시 정책은 마오쩌둥 전 주석이 강조한 “여성의 인권을 현실성 있게 논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경제적 독립이 무엇보다 우선 되어야 한다”는 발언과 일맥 합니다.

당시로써는 농업과 농촌이 중국 경제의 가장 기본이며 국가 발전의 바탕이었습니다. 여성은 자신에게 부여된 토지를 기반으로 남성과 동등한 경제 수준을 영위할 수 있게 됐고, 이는 곧장 가정과 사회 내에서 여성의 위치를 현격히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과거 중국은 농업 사회였죠. 당연히 여성보다 높은 노동력을 가진 남성이 보다 높은 지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그런데도 당시 국가는 적극적으로 토지의 균등한 배분을 주도했죠. 이는 여성의 지위를 국가가 직접 나서서 끌어올린 사례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오고 있습니다.

이 정책은 가정이라는 밀폐된 공간 속에서 차별받고 억압받는 여성 인권의 문제를 국가가 해결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일 것입니다.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봐도 말이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중국 정부가 과거의 이 같은 기조를 현재에도 지속해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중국 여성 인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강력한 여성 기구 ‘전국부련(全國婦聯)’의 존재를 꼽을 수 있습니다. 지난 1950년대 초 설립된 이 단체는 여성 근로자의 인권을 담당하는 전국 규모의 여성 연합체입니다. 이들은 전국 각 성과 지방 행정 기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여성 근로자들을 가입시켜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 여성 가운데 전국부련에 소속되지 않은 여성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 정도로 촘촘한 망으로 연결되어 있죠.

더욱이 이들이 사용하는 사무실 면적은 평균 54㎡ 수준으로 중국 내 존재하는 당, 정부, 국가기관 가운데 가장 넓습니다. 지난 2014년 지나치게 화려한 국가 운영을 피하기 위해 중국 국가 기관의 사무실 면적을 축소하도록 한 법률이 개정되었지만, 전국부련만큼은 여전히 당정 기관의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실제로 전국부련 사무실은 당과 정부, 그리고 각 성의 여느 기관보다 넓고 큽니다. 중국 중앙 정부가 자국 여성의 인권과 관련한 사항을 얼마나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지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인지, 남녀평등, 여성의 사회적 업무, 정부 정책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은 아시아 국가 중 최고인 1위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2013~2015년 기준 중국 전국 부녀자연합회 조사 결과)

어쩌면 누군가는 필자의 이번 원고에도 독한 말로 상처를 내고 싶어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 글로 인해 이 사회에 존재하는 한 반드시 존중받아야 할 여성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여성이란 남성의 보호가 반드시 필요한 연약한 존재가 아니며, 그 같은 그릇된 인식으로 인해 무시당하거나 억압당해야 할 존재는 더욱이 아니라는 것. 여성은 그 존재 자체로 남성과 평등해야 하며, 여성 스스로가 독립적인 존재라는 것. 이를 아주 잠시나마 생각해보게 했다면 이 글의 가치는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겐 또 욕을 먹을지라도 말입니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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