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학교와 특수학교를 모두 다녀보니….
일반학교와 특수학교를 모두 다녀보니….
일반학교와 특수학교를 모두 다녀보니….
2017.07.11 17:27 by 류승연

아들이 다녔던 유치원의 특수반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온다. 헬렌 켈러의 설리번 선생님을 능가하는 대한민국의 실사판 설리번이다.

에잇. 이름도 밝혀버려야겠다. 신도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의 김성혜 선생님이다. 이름을 밝히는 이유는 교육부나 특수교육청 관계자들이 보고 대통령 표창 좀 추진해 달라고. 아니면 신도초 교장 선생님이 보고 개인적인 보너스 좀 팍팍 쏴달라고.

장애 아이를 대하는 이 선생님의 진정성이 어느 정도였느냐…. 선생님의 소문을 듣고 저 멀리 강동구에서 한 시간씩 차를 타고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있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김성혜 선생님

어쨌든 오랜만의 연락에 “이게 대체 얼마만이예요~”이라며 호들갑을 떤다. 인사를 한 뒤 본론에 착수. 어느덧 유치원 아이들의 초등학교 입학 시기가 다가왔단다.

특수학교의 입학은 가을 무렵에 미리 이뤄지기 때문에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유치원 졸업반 엄마들에게 입학상담을 하는 데 있어 일반학교와 특수학교를 모두 경험해 본 내가 해 줄 만한 이야기가 있느냐고 묻는다.

그랬다. 생각해 보니 난 일반학교와 특수학교를 모두 보내본 ‘경험자’였다. 전에도 두 학교를 다룬 이야기를 쓴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일반학교에 다니던 시절이었다. 특수학교로 전학한 지금은 조금 더 자세한 비교가 가능할 터였다.

그래서 오늘은 ‘경험자’의 입장에서 일반학교와 특수학교의 장단점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한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예비 엄마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아이를 입학시키는 엄마들에겐 기대치가 있다. 통합교육이라는 기대치. 발달장애를 가진 내 아이가, 남들보다 느린 내 아이가, 일반 아이들 틈에서 한 명의 구성원으로 어우러져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일반3

특수교육의 흐름도 갈수록 통합교육이 대세라고 한다. 일반학교에 아이를 보내면 어느 정도는 그러한 욕구가 충족이 된다. 비록 수업 내용을 따라가지는 못해도 어쨌든 일반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사회생활의 규범과 규칙 등을 모방하게 된다.

모방행동이 나오지 않는 아이라도 눈치가 생긴다. 지금은 착석할 시간, 지금은 줄 서서 걸어갈 시간, 지금은 떠들면 안 될 시간 등 분위기를 파악한다. 상황을 완전히 이해는 못해도 눈치가 생기면 세상 속에서 어우러져 살기가 조금은 더 편해진다.

하지만 나는 현재 교육 시스템하에서 통합교육에 대한 기대치는 딱 거기까지라고 말하고 싶다. 그 이상의 무엇, 이를테면 비장애 아이들과 장애가 있는 내 아이가 진정한 친구관계를 맺고 힘을 합해 모둠활동을 하는 등의 이상적인 그림은 사실상 보기가 힘들다.

게다가 교사 한 명이 수업 중 진도를 나가며 장애가 있는 아이까지 따로 챙기기는 어렵기 때문에 통합수업 중 장애 아이는 사실상 방치되기 일쑤다. 그나마 인력의 여력이 있어 실무사나 공익요원이 통합수업에 동행하면 상황은 좀 나아지지만 고학년으로 갈수록 인력지원은 끊긴다. 손이 많이 가는 저학년 아이들에게 인력이 집중 투입되는 탓이다.

일반1

홀로 버텨내야 하는 통합수업과 달리 하루 두세 시간 정도 이뤄지는 특수학급 수업 때는 맞춤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아쉬운 점은 있다.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얘기를 들어보면 대체적으로 일반학교의 특수학급 교사들은 경증의 장애 아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오로지 장애 아이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특수학교와 달리 일반학교의 특수반 교사들은 일반 담임선생님과 일반 학생들은 물론 일반 학부모들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장애 아이들이 마음껏 자신을 발산하도록 돕는 것보단 많은 경우 일반 아이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장애 아이를 ‘제어’시키는 방법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느낌이다.

일반학교 입학 시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요소는 ‘엄마의 멘탈’이다. 일반 엄마들 사이에서 홀로 분투해야 하는 장애 아이 엄마로서의 전투력도 중요한 요소다. 일반학교 입학을 생각 중이라면 개학식 날 반 아이들에게 돌릴 편지와 사탕봉지를 미리 챙겨두길 권한다.

일반 아이의 엄마들도 아이를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고 나면 조마조마하다. 그런데 집에 온 아이가 첫날부터 “우리 반에 말 못하고 이상한 아이가 있어”라고 하면 덜커덩 심장이 내려앉으며 걱정부터 한다. 그러한 걱정이 과잉걱정이나 뒷담화로 발전되지 않도록 장애 아이의 엄마가 먼저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조차도 싫다. 난 ‘유리멘탈’이다. 일반 엄마들의 얼굴을 볼 용기도 안 난다.”는 엄마가 있으면 통합교육의 과실을 포기하더라도 특수학교로 갈 것을 권한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한 건 장애인 가정에도 해당되는 말이며, 엄마가 우울증에 빠져 눈물로만 세월을 보내면 장애 아이는 결코 발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바엔 하나의 걱정거리라도 덜 수 있는 특수학교에 입학을 시키는 게 낫다.

자. 특수학교. 분명 엄마의 마음은 한결 편하다. 눈치 볼 사람도 없고, 아무도 내 아이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도 않는다. 한 마디로 마음을 다칠 환경으로부터 차단되어 있다. 더군다나 같은 처지의 엄마들끼리 자조 모임도 활성화되어 있고, 장애 관련 교육을 받을 기회도 많다. 일단 엄마가 행복하다는 게 특수학교의 최대 장점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장애 아이들만 다니는 특수학교다. 바른 모방의 대상을 찾기가 힘들다. 중증의 장애 아이가 경증의 장애 아이를 모방해야 되는 상황이다. 더러는 경증의 아이가 중증의 아이가 보이는 안 좋은 습관을 모방해 따라 하는 일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안 그러던 아이가 같은 반 친구의 침 뱉는 모습을 보고 따라한다거나 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말로 몇 번 타이르면 행동수정을 하는 비장애 아이들과 달리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하나의 문제행동이 발생하면 그것을 수정하기 위해 수백, 수천 번의 반복노력을 기울여야 겨우 고쳐진다. 모방행동이라는 측면에서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특수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의 기대치는 맞춤교육이다. 장애를 가진 내 아이의 특성에 맞게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그것이 통합교육이라는 과실을 포기하고 특수학교에 입학을 시키는 엄마들의 가장 큰 이유일 게다.

그런 측면에서 특수학교에 전학 간 아들의 발화가 단기간에 늘었다는 건 괄목할만한 일이다. 아들은 특수학교로 전학 간 지 한 달 만에 두 번이나 자발어를 시도했다.

고양이가 가사로 나오는 노래를 불러달라고 할 때 내 팔을 잡으며 “고~”라고 말했다. 놀이터에서 놀다가 집에 가고 싶을 때 내 옷을 잡아끌며 “지~”라고 말했다.

아마 아들의 자발어에 시동이 걸리게 된 건 아이를 ‘제어’하지 않고 ‘발산’하게 해 준 학교 분위기 덕이 아닌가 싶다. 일반학교에서는 아들이 “아갸갸갸~”라고 할 때마다 입을 막기에 급급했다. 일반 아이들의 수업에 방해가 될까 봐서였다.

하지만 장애 아이들만 모여 있는 특수학교에선 수많은 소리가 난무한다. 학교 전체가 장애 아이들이 내는 소리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기에 그 누구도 억지로 입을 막아가며 ‘제어’를 하지 않는다.

특수2

그러나 특수학교라고 해서 모든 수업이 아이에게 맞춘 개별교육으로 진행이 되는 건 아니다. 특수학교에도 교과서가 있고 교사들은 그에 따라 진도를 나가야 한다. 수업에 따라가는 아이들은 따라가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어쩔 수 없는 경우 ‘사실상 방치’되기도 한다.

인력이 충분하면 못 따라가는 아이들도 챙길 수 있겠지만 한 명의 교사와 한 명의 실무사가 여러 명의 장애 아이를 돌보는 현실에선 낙오되는 아이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에 맞춘 개별교육은 외국에서나 기대할 법한 이야기다. 대한민국 특수교육의 현실은 생각보다 참담하다.

아, 그리고 아직은 어린 내 아이를 학교에서 알뜰살뜰 챙기는 모습을 보고 싶으면 특수학교보단 일반학교에 입학을 시키는 게 낫다. 일반학교에선 장애를 가진 내 아이가 ‘특별한 소수’다.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일거수일투족을 살뜰히 챙기는 부분은 분명 있다.

일반 아이들이 CCTV 역할을 해주는 덕도 있는 것 같다. 장애 아이가 부당한 일을 당했을 경우 1학년 여자애들이 집에 가서 쪼르르 엄마들에게 그 날 있었던 일을 다 말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교사들이 장애 아이를 다루는 데 있어 조심스러워 하는 부분이 있다.

반면 특수학교에선 일반학교에서와 같은 살뜰한 챙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별한 존재’도 아닐뿐더러 내 아이가 아니더라도 사방에 손이 가는 장애 아이들뿐이다. 입학상담을 하러 간 첫 날부터 이러한 분위기 변화를 대번에 감지했을 정도다.

어찌됐건 이 모든 건 내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한 내용이다. 아마 다른 경험을 한 엄마는 다른 얘기를 해 줄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일반학교를 보내건 특수학교를 보내건 중요한 건 내 아이가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 하는 것이다. 김성혜 선생님 같은 분을 앞으로도 계속 만날 수 있다면 그 아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복 받은 장애인일 것이다.

그러나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엄마인 내가 어느 정도까지 전문성을 갖고 내 아이의 권리를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네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만을 쏟아내는 엄마는 결코 좋은 엄마가 아니다. 난 그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지금이라도 깨달아서 다행이기도 하고.

요구한다고 해서 진상엄마가 되는 건 아니다. 요구한다고 해서 싸움닭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정중한 태도를 유지하되 내용은 힘 있게. 장애인인 내 아이의 권리를, 인권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두드리는 자에게 문이 열린다고 했던가? 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겐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요구하는 자에게 그에 맞는 교육의 문이 열릴 거라고. 그러니 두드리라고. 요구하라고.

/사진: 류승연

필자소개
류승연

저서: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전)아시아투데이 정치부 기자. 쌍둥이 출산 후 180도 인생 역전. 엄마 노릇도 처음이지만 장애아이 엄마 노릇은 더더욱 처음. 갑작스레 속하게 된 장애인 월드. '장애'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깜놀. 워워~ 물지 않아요. 놀라지 마세요. 몰라서 그래요. 몰라서 생긴 오해는 알면 풀릴 수 있다고 믿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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