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요리를 좋아해 마지않지만, 삼시 세끼를 챙겨먹는 일과 맞닿아있는 만큼 귀찮거나 괴로운 순간들이 없을 수는 없는 일이다. 냉장고에 남은 것들을 생각하면서도 입맛에 질리지 않게 식단을 짜는 것도, 식단을 짜고서 장을 보러가는 것도, 재료들을 손질하고 소분해서 냉장고에 정리하는 일도, 매 끼니 불 앞에서 냄비와 팬을 쥐고 흔드는 것도, 설거지도 모두 사람을 지치게 하기에 딱 좋은 일들이다. 하지만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 때즈음이면 어김없이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아무 생각 없이 몸을 놀릴 일이 생기고, 나는 절구질을 하면서 금세 무엇이 그리 스트레스였는지를 까맣게 잊어버리고는 하는 것이다.
아마 여유조차 없었다면 요리에 금새 흥미를 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때면, 어머니 생각이 난다. 나의 어머니께서는 전업주부로, 우리 집의 가사는 전부 떠맡으셨던 것이다. 4인분의 가사와 20년의 세월을 떠올리면 나는 이따금 아득해진다. 비단 나의 어머니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마늘 찧는 절구에 위안받아가며 수십년의 세월을 지탱해왔을까. 정신을 차리고, 절구공이를 놓고서 어머니에 대해 생각하면 그제서야 손목이 아리다.
Today's Special
바질 페스토
재료 바질 120g 마늘 4-6알 파마산 치즈 30-50g 잣 한 줌 올리브유 2/5컵 레몬 한 개 |
레시피 1. 바질을 절구에 넣고 잘게 으깨질때까지 찧어준다. 2. 마늘을 넣고 찧어준다. TIP 마늘은 우선 적게 넣었다가 마무리 단계에서 맛을 보면서 더 넣어주면 좋다. 3. 잣을 넣고 찧어준다. 4. 파마산 치즈를 넣고 찧으며 섞어준다. 5. 레몬은 소금으로 문질러 씻고, 겉의 노란 껍질을 갈아서 넣는다. 6. 레몬 반 개 분량의 즙과 올리브오일을 넣고 섞어준다. 7. 파스타에 섞거나, 생선구이 등과 함께 낸다. |
/사진: 이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