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은 워낙에 기본적인 재료이기에 쉽게 생각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야 여러 난리들 때문에 값이 뛰었다지만 장을 보러 가면 가장 만만한 것이 달걀이었고, 라면과 세트가 되는 일이 흔하니 마치 라면마냥 간편한 재료인 것처럼 여겨지는 까닭이다. 하지만 막상 달걀을 제대로 요리하려고 하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워낙에 부드럽고 빨리 익어버리는 재료라서 볶다가도 불이 조금만 강해도 금세 질겨지고, 삶다가 건질 타이밍을 조금만 놓쳐도 금세 보드라운 반숙은 물 건너가기도 한다. 특히 커스터드 종류를 처음 연습할 때에는 매번 커스터드가 아니라 스크램블이나 달걀찜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달걀을 두어 판 버리기도 했더랬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실패하는 일이 거의 없는데, 물론 실력이 나아진 때문도 있겠지마는 그 무엇보다도 수비드 덕분이다.
수비드(sous vide)란 프랑스어로 진공을 의미하는데, 조리기법으로는 식재료를 진공포장하여 일정한 온도의 물속에 담가 장시간 조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비드의 장점으로는 재료의 수분이 날아가지 않는다는 점, 조리 과정에 계속해서 달라붙어 있지 않아도 된다는 점, 충분히 높은 온도에서 조리하는 경우 진공 살균이 되어 보존성이 좋아진다는 점 등이 있지만 그 무엇보다도 목표한 온도와 상태에 정확하게 재료를 도달시킬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돋보인다. 달걀과 크림을 섞어 병에 담고는 뜨거운 물에 담그고 익기를 기다리면서 나는 목표에 이르는 길들에 대해 생각하며 잠시간 두려워진다. 사실 나는 너무나 많은 날들을 타성에 젖어 사실은 목표에 가닿기 어려운 방법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라면 최악의 경우로, "부드러운 달걀" 같은 두루뭉술한 말들에 쌓여 "80도로 익혀내기" 같은 정확한 목표조차 알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Today's Special
수비드
재료(2인분) 달걀 노른자 2 개 설탕 25g 우유 70 ml 크림 130ml |
레시피 1. 달걀 노른자와 설탕 20g을 밝은 노란색이 될 때까지 거품기로 잘 섞어준다. 2. 크림과 우유를 섞어서 약불에서 가열한다. 끓어오르기 직전에 멈춘다. 3. 2를 한 김 식힌 후, 1과 잘 섞어준 후 10분 정도 가만히 두어 거품을 뺀다. 4. 3을 작은 내열 유리병 두 개에 나누어 담고, 비닐이나 랩 등을 이용해 뚜껑을 꽉 밀봉한다. TIP 아니면 입구가 넓은 도기 등에 넣은 후 비닐로 덮은 후, 고무줄 등으로 칭칭 감아 밀봉하여도 좋다. 5. 그 후 80도 온도의 물에 넣고 1시간 익혀준다. TIP 수비드를 위한 기계들이 있다. 가정용은 10만 원 대 초반에서 구할 수 있다. 6. 건져내어 냉장고에서 식힌 후, 위에 설탕을 뿌리고 블로우 토치로 녹여서 낸다. |
/사진: 이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