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대륙에서 찍는 막장드라마

 

만약 갑자기 머나먼 타지에서 새롭게 적응하고 살아야 한다면, 우린 무얼 믿고 의지해야 할까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이라고 답할 겁니다. 그런데 그 가족에게 발등을 찍혀 타지에서의 외로움을 배가시킨 이야기가 전해졌습니다. 중국 현지에서 찍히고 있는 막장드라마에 숨은 사연을 알아봅니다.

 

(사진:guidopiano/shutterstock.com)
(사진:guidopiano/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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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 

 

중국 베이징 시 도심 중심부에 자리 잡은 ‘회의중심’(한국의 COEX와 유사한 대형 국제회의 개최장) 인근 거리에는 매일 밤마다 요란한 포즈의 반라(半裸) 여성 사진을 담은 명함 수 천 장이 뿌려집니다.

 

속살을 드러낸 채 누군가를 유혹하는 사진에 낯 뜨거운 문구가 담긴 이것. 이른바 ‘콜걸’로 불리는 여성들의 연락처가 적혀있는 홍보물이죠.

 

이 해괴한 전단지의 주요 타깃은 이 일대로 출장 온 외국인 바이어와 호텔 장기 투숙객입니다.

 

매일 밤이면 수 천 장의 해괴한 홍보물이 거리를 도배하고, 이튿날 아침 호텔 인근 거리를 지나 출근하는 직장인들에겐 환경미화원이 볼멘소리가 들립니다. 버려진 홍보물을 수거하기 위해 아침부터 진땀을 흘리는 건 이들의 몫이죠. 이런 풍경이 매일같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는 법. 출장지가 곧 일탈의 장이 되는 이 일대에 ‘못 말리는 외도 욕구’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사진:imtmphoto/shutterstock.com)
(사진:imtmphoto/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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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금전적 보상을 통해 일회성 외도를 추구하는 관계를 중국에선 ‘얼나이(二奶)’라 부릅니다. 하지만 ‘일회성’이란 측면에서 그나마 최악을 면할 순 있습니다. 반면 ‘샤오싼(小三)’이라고 부르는 관계는 다릅니다. 오랜 시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혼외 자녀까지 출생해 키우는 관계를 의미하는데, 말 그대로 가정을 풍비박산 낼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죠.

 

외도 문제와 관련, 최근 주중 한국 교민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중국 최대 규모의 한인 타운으로 불리는 베이징 차오양취 왕징(望京)에 거주하는 Y씨. 그녀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뒤 20대에 결혼한 평범한 40대 한국인 여성이었죠.

 

남편 S씨의 오랜 구애 끝에 결혼을 결심한 그녀는 10여 년 전 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해오던 사업을 접고, 완전히 중국으로 이주해왔습니다.

 

그녀가 한국 생활을 모두 접고 중국으로의 이주를 결심했던 건 그녀의 남편 덕분이었죠. 남편 S씨는 평소 사업 수완이 좋아 중국에서는 내로라하는 외식업체 사장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올 해로 결혼 12년째의 두 사람에게는 10세, 7세의 두 자녀가 있습니다. 왕징에서도 유독 집값이 비싸다는 멋진 집에 가사 도우미를 고용해 사는 Y씨의 일상은 외관 상 나무랄 데 없는 화목한 가족으로 비춰졌지요.

 

중국에 실제로 존재하는 ‘얼나이(二奶网)’를 전문으로 중매하는 온라인 사이트. 해당 사이트 내에서는 출산을 전문으로 하는 얼나이에 대한 소개도 함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얼나이 사이트 二奶网 캡쳐)
중국에 실제로 존재하는 ‘얼나이(二奶网)’를 전문으로 중매하는 온라인 사이트. 해당 사이트 내에서는 출산을 전문으로 하는 얼나이에 대한 소개도 함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얼나이 사이트 二奶网 캡쳐)

 

그런데, 최근 Y씨의 몸에 이상한 증상이 발견되면서 이들 가정에 예기치 않은 파장이 일어났습니다. 그녀 신체 곳곳에 가려움증을 동반한 발진과 수포, 궤양 등이 발발한 것인데요. 해외 거주민의 경우 각종 질병 감염 시 제 때 치료가 어려운 사례가 많은 탓에 주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진단을 했고, 그 결과는 처참했죠.

 

바로 ‘성병’이었던 겁니다. 남편으로부터 옮은 것이 명확한 해당 병원균은 그녀의 신체는 물론 정신에도 고칠 수 없는 지독한 후유증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남편 S씨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더 큰 문제가 속속 드러나게 됐죠. 단순한 일회성 외도가 있었을 것이라는 그녀의 추측과 달리, 남편 S씨에게는 이미 수 년 전부터 동거해오던 동거녀 유 씨가 있었고, 경악스럽게도 유 씨와 그의 조강지처 Y씨는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살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유씨 역시 한국입니다.)

 

더욱이 남편에게는 동거녀와 낳은 6살 된 혼외 자녀가 있었고, 내연녀 유 씨는 S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가 다니는 학교를 조강지처 Y씨의 자녀가 재학 중인 학교를 지목해 입학시켰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중국에 실제로 존재하는 ‘얼나이(二奶网)’를 전문으로 중매하는 온라인 사이트. (사진: 얼나이 사이트 二奶网 캡쳐)
중국에 실제로 존재하는 ‘얼나이(二奶网)’를 전문으로 중매하는 온라인 사이트. (사진: 얼나이 사이트 二奶网 캡쳐)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조강지처 Y씨는 큰 충격을 받고 곧장 쓰러졌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온 남편 S씨에 대한 원망도 컸지만,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수 년 째 자신을 농락하려는 듯 버젓이 살림을 하며 마음씨 좋은 ‘이웃주민’ 역할을 했던 내연녀의 존재에 큰 회의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후문입니다.

 

더 끔찍한 것은 남편의 외도 사실과 내연녀의 존재, 그들의 행태에 대해 조강지처 Y씨를 제외한 아파트 주민 대부분은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를 모두 알게 된 Y씨는 최근 한인 교민 사회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거리 곳곳에 뿌려진 얼나이 소개 홍보물. (사진:제인린)
거리 곳곳에 뿌려진 얼나이 소개 홍보물. (사진:제인린)

 

외도로 교민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은 또 있습니다.

 

이번 사례자가 거주하는 곳은 광둥성 광저우인데요. 베이징 만큼은 아니지만 이 일대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수가 많고, 그 역사 역시 오래됐다는 점에서 한국 교민 사회도 제법 끈끈하게 조직돼 있는 곳이죠.

 

이 지역에 거주하는 한국인 여성 A씨는 남편 J씨와 함께 3년 전 이 일대로 이주했습니다. 남편 J씨는 현지에 거주하는 중국인 국적의 여성 홍 씨와 동업관계를 유지해왔는데, 홍 씨에게는 이미 또 다른 한국 남성 사이에 출산한 두 명의 자녀가 있었습니다. 자금력을 가진 남편 J씨와 중국 국적을 가진 홍 씨의 만남은 사업적으로 상부상조하는 관계로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지에 머무는 동안 남편 J씨는 사업 차 늦은 회의를 진행한다는 명목으로 종종 아내 A씨에게 중국인 여성 홍 씨의 자녀를 도맡아 키우도록 종용하는 일이 잦았는데, 이 때마다 아내 A씨는 평소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는 홍 씨 자녀를 돌보는 일을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그만큼 홍 씨와 아내 A씨 관계는 돈독했죠.

 

그런데, 어느 날 알게 된 남편의 외도 사실과 그 대상이 그토록 가깝게 지냈던 중국인 사업가 홍 씨라는 것을 확인한 아내 A씨는 큰 충격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더군다나 외도 사실이 발각된 이후 남편과 내연녀 홍 씨의 태도는 A씨를 당혹시키기 충분했죠. 두 사람은 A씨에게 이혼을 요구하며 빠른 시일 내에 한국으로 출국할 것을 종용했다고 합니다.

 

일가친척 한 명 없는 타국에서 이 같은 부당 대우를 받고도 뾰족한 대응을 못한 A씨는 그저 남편 J씨와 내연녀의 처분을 바라며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이 처럼 최근 우리 교민 가운데 일부 가정에서 빚어지고 있는 외도 문제와 가정 파탄 등의 사례가 급증하자 주중 한국 대사관과 현지 교민 언론 등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 각각 구조와 처벌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중국 현지법상 간통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대사관에선 중국 형법 상 ‘중혼죄(중화인민공화국형법 제258조)’에 기반해 대상자들에게 고소 및 처벌 방안을 안내해오고 있죠.

 

중국 중혼죄의 영역은 굉장히 광범위합니다.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중혼하거나 일정 기간 사실혼, 동거 등을 유지한 경우도 해당하고, 외도자 또는 외도 상대자가 외부에 자신들의 관계를 공공연하게 부부로 사칭하는 경우에도 민‧형사상의 손해배상책임과 형사처벌을 중과할 수 있죠.

 

하지만, 일가친척 없는 외국에 오로지 자신의 배우자만 믿고 이주했을 피해자들은 강력한 현지법에도 불구, 그저 교민 사회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숨어 지내는 일이 잦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배가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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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소개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필자 소개

서울에서 중앙일간지 정치부 국회출입기자로 4년 여간 활동, 서른을 한 해 앞둔 무렵, 아무 연고도 없는 베이징으로 무작정 건너와 현재는 프리랜서 통·번역, 여행 칼럼을 쓰며 자유로운 삶을 만끽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