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신 양명의 흔한 예 : 웨니 이야기(上)
입신 양명의 흔한 예 : 웨니 이야기(上)
2017.10.19 16:34 by 곽민수

이집트 고왕국 시대 개인의 자전적 기록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웨니(Wny)의 이야기입니다. 웨니의 기록은 고왕국 6왕조 시대의 테티(Teti, 기원전 2345-2323년경 재위), 페피 1세(Pepy I, 기원전 2323-2287년경 재위), 메렌라(Merenra, 기원전 2287-2278년경 재위) 등 세 왕의 치세에 걸친 그의 공직 생활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그의 자료는 당시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하게 사용되기도 합니다. 특히 팔레스타인 전쟁에 관한 비교적 구체적인 내용은 고대 이집트의 관련 기록들 가운데 최초의 것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이 웨니라는 인물은 하급관리에서부터 총독(이집트 권력 서열 5위 이내에 해당)까지 차근차근 승진해나간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가 입신양명의 표본으로 여겨지는 이유죠. 그 과정에 대해 이런저런 자화자찬이 덧붙여지지만, 워낙 다이나믹한 일들이 이어지다 보니 거부감이 들진 않습니다. 그의 자기자랑을 상당 부분 공감하면서 들을 수 있단 얘기죠.

이번 회와 다음 회에 걸쳐서 그가 남겨 놓은 자전적 기록 전체를 차근차근 읽어내려가려고 합니다. 4200년 전의 인물이 직접 전해주는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아마 여러분은 이 인물의 성공담에 어떤 식으로든 감정을 이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천년 전 인물에게 공감하게 되는 경험은 분명히 역사가 현대인에게 전해주는 놀라운 선물입니다.

페피 1세. 미국 브룩클린 박물관 소장.

 

 

귀족, 상이집트의 총독, 재정관, 네켄의 관리자, 네케브의 시장, 유일한 친구, 서방의 일인자 오시리스에게 인정받는 자, 웨니가 말한다.

 

테티(Teti) 폐하 시절 나는 애송이였다. 나는 창고 관리자였고, 왕궁의 하급관리였다. 하지만 페피(페피 1세) 폐하 치하에서 나는 창고 관리 책임자가 되었다. 폐하께서는 나에게 ‘왕의 친구’라는 지위를 허락하셨고, 그의 피라미드 마을의 1급 사제로 임명하셨다. 내가 공직을 수행하는 동안 폐하는 나를 네켄의 관리자가 되게끔 하셨다. 그의 신하들 가운데 나를 최고로 신뢰하셨기 때문이다. 나는 여러 가지 사안들을 대법관, 총리대신과 함께 처리했으며 왕실 하렘과 여섯 곳의 법정과 관련된 많은 극비 임무를 왕의 이름으로 수행했다. 폐하께서 나를 어떠한 관리·귀족·신하보다도 신뢰하셨기 때문이다.

 

내가 폐하께 ‘투라’의 질 좋은 석회암으로 만들어진 석관을 청했을 때, 왕께서는 ‘왕의 인장 운반자’에게 명하여 일군의 선원들로 하여금 이를 실행케 했다. 그들은 왕실 소유의 커다란 배에 석관 뚜껑과 가짜문, 상인방, 2개의 문설주, 그리고 봉헌용 식탁(무덤을 치장하는 데 사용되는 석재로 만든 구성품들)을 실어서 돌아왔다. 어떠한 신하에게도 이와 같은 혜택이 베풀어진 적이 없다. (이와 같은 혜택이 내게 주어진 것은) 내가 폐하의 마음에 드는 최고의 신하였기 때문이다.

 

내가 네켄의 관리자였을 때, 폐하께서는 나를 ‘왕의 유일한 친구’와 ‘왕실 물품의 관리자’에 임명하셨다. 나는 기존의 왕실 관리자 4인을 대신하였다. 나는 폐하의 수행비서 업무와 경호 업무도 수행했다. 폐하께서는 이 모든 것에 대단히 흡족해하시며 나를 크게 칭찬하셨다.

 

하렘에서 벌어진 음모 때문에 왕비 웨레트-이암테스(Weret-yamtes)에게 법적 취조가 행해질 때, 왕께서는 내게 그 과정에 참석하도록 하셨다. 거기에는 대법관리나 총리, 왕족들 그 누구도 없었다. 내가 매우 유능하고 왕에게 충성을 다했으며 폐하께 가장 신뢰받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네켄의 선임 법관 한 명과 더불어 유이하게 이것에 대하여 기록할 수 있었다. 내 지위는 겨우 왕실 물품 관리자였을 뿐이었는데도 말이다. 이전에는 나와 같은 지위에 있던 그 누구도 왕실 하렘의 비밀스러운 일들에 대해서 들은 적이 없다. 하지만 폐하께서는 내게 허락하셨다. 폐하께서 나를 그의 어떠한 관리보다, 어떠한 귀족보다, 어떠한 신하보다 유능하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다.

 

폐하께서 아시아 지역의 사막 유목민들(현재의 팔레스타인 지역)을 공격하셨을 때, 상-하 이집트 전체와 상-하 누비아 전체에서 수만 명의 병력을 모으셨다. 폐하 곁에는 왕실 인장 운반자, 왕의 유일한 친구, 상하이집트의 여러 태수들과 시장들, 여러 장군들, 상하이집트의 대신관, 지역 최고 감독관, 누비아 지역 감독관들이 있었지만 폐하께서는 나를 총사령관으로 임명하셨다. 나는 겨우 왕실 물품 관리자였을 뿐이지만, 그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나는 공정했기에 군대 내 누구도 동료와 다투지 않았고, 여행자들과 마을을 약탈하지도 않았다. 나는 그들을 북섬과 ‘진실의 주인 호루스’ 지역에 있는 이호텝의 문에서부터 사령관으로서 지휘했다. 나는 이제껏 그 누구도 지휘해보지 못했던 숫자의 군을 지휘하게 되었다... 

 -웨니 이야기()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

웨니의 자전적 기록. 현재 카이로 이집트 박물관 소장 (사진: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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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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