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형제라는 마음으로 생명 구했어요” 돌고래호 생존자 구조한 박복연·김용자 부부
“내 형제라는 마음으로 생명 구했어요” 돌고래호 생존자 구조한 박복연·김용자 부부
“내 형제라는 마음으로 생명 구했어요” 돌고래호 생존자 구조한 박복연·김용자 부부
2015.10.06 10:43 by 황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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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몰라요.” 

  그저 할 일을 했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짓는 박복연(54)씨가 왼손을 조심스럽게 움직여 보입니다. 장애가 생겨 왼손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지만 구조 현장에서는 초능력이라도 나왔는지 거친 파도속에서도 세 사람의 생명을 구해냈습니다.

 여전히 소녀 같은 얼굴을 간직한 아내 김용자(52)씨도 마찬가집니다. 자그마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온 힘으로 돌고래호 생존자들을 구했습니다. “아내가 그날은 멍멍이보다 나았죠.” 머쓱한 농담으로 아내의 공을 세워주는 남편과 “구할 수 있었던 건 남편 덕분이에요”라는 아내. 부창부수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박복연, 김용자 부부가 첫 번째 ‘참 안전인’으로 선정됐습니다.

  9월2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희망브리지와 국민안전처가 함께 진행하는 참안전인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2012년부터 재난·재해 및 각종 사고 현장에서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 이들의 사연을 발굴해 공로를 치하하고 희생정신을 알렸던 ‘생명수호지기’가 올해부터 ‘참 안전인’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연 1회 시상에서 수시 시상으로 바뀌었습니다. 시의 적절하게 시민 영웅들의 미담을 알리고 이들의 정신을 더 많은 국민들과 함께 기억하기 위함입니다. 
 

 최학래 전국재해구호협회장,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참 안전인의 첫 수상자는 박복연‧김용자 부부로 선정됐습니다. 상패와 메달, 상금 각 100만원을 수여받은 제1호 참안전인 박복연, 김용자 부부. 연신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상까지 주시니 죄송스럽다”는 말을 했지만, 부부의 이야기는 대한민국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30여분의 사투, 세 명의 생명을 구하다 
 

  9월 5일 제주 추자도 신양항에서 출항해 해남군 남성항으로 귀항하던 돌고래호 전복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박복연, 김용자 부부가 돌고래 호를 발견한 건 이튿날인 6일 새벽이었습니다. 조업을 위해 바다로 나가던 부부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검은 물체를 발견했습니다. 뒤집힌 배였습니다. 공포에 질린 채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은 부부는 지체 없이 구조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람을 확인한 후에 무슨 일이 벌어졌구나 싶었어요. 마음이 조마조마했죠.”

 손이 불편한 남편을 대신해 김용자씨가 줄에 묶인 구명 튜브를 던졌지만 여성의 힘으로 거센 바람을 뚫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파도가 거세게 치는 바다 상황 때문에 돌고래호에 가까이 다가가면 부부를 태운 97흥성호도 전복될 위험이 있었지만 박복연씨는 망설임 없이 흥성호를 운전해 돌고래호 근처로 접근시켰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구조 작업. 혼신의 힘을 다해 수차례 튜브를 던지기 시작한 지 십 여분이 지났을까, 드디어 한 사람에게 구명 튜브가 닿았습니다. 그 순간을 시작으로 다시 30여 분 동안 구조 작업을 펼친 끝에 부부는 세 사람의 생존자를 구해낼 수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고 거친 파도가 치는 어둠 속의 구조작업.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부부는 당연하다고 말합니다.

 “구조를 요청하는 분들이 내 형제간으로 보였어요. 당장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죠. 주위에서 좋은 일을 했다고 칭찬해주시는데, 그런 상황이 닥치면 모르는 척 할 사람이 있을까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 인터뷰 중인 박복연 선장의 모습

  조난된 사람들을 보고 “내 형제간으로 보였다”고 말한 97흥성호 박복연 선장. 타인의 위기 상황을 ‘나의 일’처럼 여긴 박 선장 부부, 진정한 우리 시대 참안전인의 모습입니다.

 부부는 생존자들을 구해낸 후에도 각별히 보살폈습니다. 오랜 시간 차디찬 바다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생존자들은 저체온증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부부는 이들을 선실로 데려가 이불을 덮어주고 물을 마시게 했습니다. 오랜 바다 생활을 통해 터득한 지식이기도 하지만 생존자들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습니다.

 “우리 나라는 삼면이 바다이다 보니 해상 사고들이 잦아요. 조업을 다니다 보면 구조 요청을 자주 받아서 경험이 몇 번 있긴 하지만 당시에는 머리로 생각하고 한 행동은 아니었어요.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해야 할 일을 한 거죠.”

“더 빨리 갔더라면,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생명을 구해낸 부부는 주변을 수색하던 해경에게 생존자들을 인계한 후 수색작업에도 동참하는 등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습니다. 남이 아니라 내 가족, 내 형제라는 생각으로 생존자들을 구했기에 애타는 가족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더 일찍 나갔더라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까운 마음이 커요. 지금도 미안하고 죄송스럽죠. 우리가 받을 상이 아닌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겠지요.”

 쑥스럽고 미안한 마음에 “당시 상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부부지만 지금도 박복연씨의 온 몸에는 그때 입은 멍들이 남아있습니다. 풍랑속에서 생존자들을 구조하느라 배에 온 몸이 부딪쳤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집중 조명되는 것이 희생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는 부부. 그 깊고 따뜻한 마음에 박수를 보냅니다.

| 다정한 박복연, 김용자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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