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된 흙집에 또 다시 겨울이 찾아오려 합니다
150년 된 흙집에 또 다시 겨울이 찾아오려 합니다
150년 된 흙집에 또 다시 겨울이 찾아오려 합니다
2015.11.24 18:31 by 조철희

1b

“‘집이 반 세상이다’란 말이 있잖아요.  

집이 사람을 편하게도 하고 불행하게도하죠.” 

충북 음성에 홀로 사는 박순표(가명‧68) 할아버지의 말입니다. 시각장애를 가진 박 할아버지는 다섯 살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한 채 살아왔는데요. 그런 할아버지의 삶을 더욱 고되게 만든 것이 바로 ‘집’입니다. 겨울에 난방조차 되지 않는 흙집에서 살아가는 할아버지의 삶은 소외감과 불안함으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보일러 틀면 온 방바닥이 물바다…
전기장판, 라면 국물에 의지해 버텨온 할아버지의 겨울

박 할아버지 댁은 지은지 무려 150년이나 됐습니다. 할아버지의 연세보다도 두 배 이상 많지요. 그 세월의 흔적은 곳곳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흙벽은 쩍쩍 갈라지고 구멍이 뻥 뚫린 곳도 있습니다. 처마 밑 서까래는 너무 낡아서 새까맣게 변했습니다. 나무 뼈대는 그대로 드러났고, 주저앉거나 속이 비어버린 곳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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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집은 한겨울 추위로부터 할아버지를 지켜주기엔 역부족입니다. 연탄보일러 배관은 이미 닳아버려서 보일러를 틀면 방바닥에 흙탕물이 흥건하게 고인다고 합니다. 연탄을 땔 수도 없는 상황. 문틈이며 벽 구석구석을 비닐로 싸매었지만 매서운 찬바람이며 바닥의 냉기가 그대로 전해집니다. 겨울을 어떻게 나셨느냐고 물었더니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전기장판 틀면 되죠.  

춥거나 감기기운이 돌면 라면을 끓여다가 뜨거운 국물을 마시고 땀을 흠뻑 흘리면 괜찮아 지더라고.” 

욕실겸 주방인 야외수돗가(사진 왼쪽)와 방 내부의 모습(사진 오른쪽)

방과 주방, 화장실이 모두 마당을 통해 연결된 재래식 가옥은 시각장애를 가진 거주자에겐 곳곳이 위험요소입니다. “앞은 안 보여도 이 집 안은 훤하다”고 말씀하시는 할아버지지만, 높이 1m가 조금 넘는 방문과 어른 허벅지 높이나 되는 문턱엔 행여나 걸려 넘어지진 않을까 우려됐습니다.

화장실은 방에서 30m나 떨어져 있었습니다. 눈비라도 오는 날에는 우비를 입고 축축한 흙바닥을 걸어가야 합니다. 몸을 씻고 설거지하는 공간은 야외 수돗가가 전부였습니다. 비닐로 덮어 비바람을 막아주긴 하지만, 한겨울 추위엔 무용지물입니다. “세탁기나 수돗물이 얼면 전기난로를 수십 분씩 틀어놔 녹인 후에 사용한다”는 말씀에 화상 등 사고를 당하시지는 않을까 염려됐습니다. 

이동이 불편한 박 할아버지 댁. 화장실(사진 오른쪽 아래)은 방에서 30m나 떨어져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상자,
‘기프트하우스’가 6평의 기적을 일구어갑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집에서의 불편하고 불안한 삶. 하지만 정부보조금에 의지해 살아가는 박순표 할아버지가 자력으로 주거여건을 개선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집 또한 너무 낡아 개‧보수는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희망브리지가 현대엔지니어링과 힘을 모았습니다. 바로 ‘기프트하우스’입니다. 

희망브리지는 재난재해 피해를 입은 이재민의 피해가 장기화될 경우, 임시거주시설을 통해 한시적 주거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단열성 및 주거편의성을 부쩍 높인 모듈러주택 ‘희망하우스’를 선보였는데, 그 활용 폭도 더욱 넓혔습니다. 저소득층 재난위기가정에 영구적으로 지원하는 '기프트하우스'를 통해서 말이죠. 기프트하우스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자체 기술로 개발됐고, 6평 남짓 공간에 주방, 수납공간, 화장실 등을 겸비하고 있습니다. 넓지는 않지만, 음식을 조리하고 화장실에 갈 때에도 더 이상 집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습니다. 

기프트하우스의 내‧외부

박 할아버지를 비롯해 충북 음성군에 거주하는 총 네 분의 어르신이 기프트하우스의 첫 수혜자로 선정됐습니다. 오는 12월 22일 입주를 앞두고 있지요. 기프트하우스는 기존에 수혜자들이 거주하던 주택을 허물고 그 자리에 들어서거나, 마당 등 여유 공간을 활용해 설치될 예정입니다.  

“집 안에서 목욕을 할 수 있다고요?  

아이고, 세상에!” 

박순표 할아버지는 실내에서 씻을 수 있다는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아 지팡이에 의지해 읍내에 있는 목욕탕에 다녀오곤 했다는 박 할아버지는 “목욕탕 있는데서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팔자가 좋아서 그런가 싶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6평, 작은 공간의 기적이 할아버지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 갈까요.  

재난위기가정을 위한 기프트하우스,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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