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언덕길이라 더 비싸요. 배달도 해주긴 해주는 데 삯을 더 받아요. 돈이 문제지. 쿠폰이 나오는 데 그건 턱도 없어요. 다른 데로 나가 사는 사람은 잘 사는데, 여기서 사는 사람은 계속 못살지.”
이 동네에서 40년을 사셨다는 한 할머니. 바깥의 냉기가 그대로 전해질 것 같은 얇은 미닫이문에, 벽 곳곳에는 금이 가 있는 열악한 주거환경에 처해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연탄쿠폰을 사용하거나, 자비로 연탄을 사서 쓰신다고 합니다. 정부로부터 지급받은 연탄쿠폰으로는 연탄 300장 정도를 구매할 수 있다고 해요. 하지만 겨울 한철 동안 필요한 연탄은 600~700장 가량이라고 하니, 긴 겨울을 나기에는 많이 버거운 양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받지 못하면 겨울은 한없이 추워집니다. 아직도 난방연료로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가 강원도 원주시에만 1,300여 세대에 이른다고 합니다.
“커피 한 잔씩들 들고 해요.”봉사단들이 연탄을 들고 댁을 찾을 때마다 어느 한 분 가만히 방 안에 들어가 계시는 분이 없었습니다. “고맙다”, “추운데 고생해서 어쩌나”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나눠주시기도 하고, 손수 준비한 커피와 생강차 등 따뜻한 마실 거리를 손에 쥐어주시는 분들도 여럿 계셨습니다. 희망브리지 봉사단 사회인팀에서 3년째 함께하고 있는 김윤식(31) 씨는 “추운 날씨지만 활동하면서 땀도 나고, 오히려 마음은 따뜻해진다”면서 봉사현장에서 나눔의 온기를 체감한다고 말합니다.
희망브리지 봉사단 사회인팀은 지난 겨울부터 자체적으로 연탄봉사를 기획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원주 봉사도 희망브리지 봉사단의 전 회장이자, 사회인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김재준 씨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입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도 올 겨울엔 관련 모금캠페인을 펼쳐 사회인팀의 활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날 참가자 대부분도 이미 기부를 하고 봉사활동에 나섰습니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중고등학교 시절 봉사활동 경험에 의식이 멈춰있어요. 봉사활동 오셔서 ‘교통비도 지원 안 해줘?’, ‘밥값을 내가 내야 해?’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데 유럽 등 선진국의 자원봉사 모습을 보면, 그들은 일단 펀딩부터 시작해요. 직접 기부하고, 모금을 통해서 필요한 자금을 확보한 다음 활동에 들어가는 거죠.”
김재준 씨의 말에 희망브리지 봉사단 사회인팀의 자원봉사 철학이 엿보입니다. 20일 현재까지 희망브리지의 온라인 모금함을 통해 모금된 금액은 연탄 1만여장을 구입할 수 있는 액수라고 합니다. 원주지역 독거어르신들에 전달한 3,000장을 제한 나머지분도 필요한 곳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그는 “이미 서울 상계동, 중계동 등지에서 지원 요청이 들어온 상태고, 희망브리지 봉사단에서 연탄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려 한다”며 올 겨울 바쁜 행보를 암시했습니다.
“우리의 생활수준이 점점 나아지면서 구시대의 화력인 연탄을 활용하기보다는 도시가스나 기름보일러를 때는 가정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그런 여력이 안 되는 분들은 하는 수 없이 연탄을 사용해요. 어찌 보면 이 분들이 가장 궁핍한 세대고, 또 가장 도움이 필요한 세대가 아닌가 싶어요. 지역이 개발되다 보니 그 숫자가 줄어들기는 하지만, 마지막 한 가구가 남을 때까지 저희 봉사단을 필요로 하는 곳에 달려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