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때마다 봉사 현장 찾는 현역 군인, 최재용군
휴가 때마다 봉사 현장 찾는 현역 군인, 최재용군
2014.10.06 19:23 by 조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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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가 제 놀이터에요. 휴가 때마다 오는 걸요.”​

함께 작업하던 김길연 씨(27)가 “휴가 나와서도 오고 싶을 만큼 그렇게 좋으냐”고 묻자 돌아온 재용 군의 대답입니다. 시종 장난기 가득했던 얼굴엔 사뭇 진지함이 묻어났는데요, 군 복무 중 휴가를 맞아 최재용 군(22)이 찾은 이 곳은 희망브리지 집수리 봉사 현장입니다.

지난 8월 25일 부산‧경남지역에 내린 폭우는 부산 기장군 일대에서만 수 백 가구에 침수피해를 입혔습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재해 발생 이튿날인 지난 달 26일 특히 피해가 심했던 기장군 장안읍으로 달려가 긴급구호물품을 전달하고 세탁구호봉사를 실시하며 6일간 머물렀습니다. 당시 구호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은 것 같은 마음에 쉽사리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지요. “꼭 다시 오겠다”며 다음을 기약한지 3주, 이번에는 희망브리지의 든든한 버팀목, 대학생 집수리봉사단과 다시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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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가 난지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당시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지난 20~21일, 부산 기장 수해지역 집수리 봉사에 강원대, 경희대, 명지대, 영남대, 인하대, 충북대 등 전국 각지 대학에서 몰려든 봉사자들은 153명에 달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21개조로 나뉘어 이틀간 46개의 수해가구에서 벽지와 장판을 교체하는 집수리 봉사를 펼쳤습니다. 금요일 밤에 내려와 일요일 밤에 돌아가는 고된 일정을 무릅쓰고 달려온 이들, 어느 때보다도 열정과 진심으로 똘똘 뭉쳐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저희가 수해가 나서 오게 됐잖아요. 이렇게 재해현장에서 직접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우리가 진정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평소에 하던 정기봉사도 이런 상황을 대비한 훈련을 겸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임했고요.”

재용 군에게 이번 봉사는 좀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고 합니다. 함께한 다른 이들도 같은 마음이었기에 이렇게 많은 봉사자들이 모일 수 있었던 거겠죠? 재용 군은 작년 1월 처음 희망브리지 집수리 봉사를 접하고는 입대 후에도 꾸준히 참여해 왔다고 합니다. 다섯 번의 휴가 동안 빼놓지 않고 봉사 현장을 찾았다고 하는데요, 정말 보통 열정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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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수리가 육체적으로는 힘든 일이지만 오히려 학교나 부대로 돌아갔을 때 힘이 되더라고요. 처음 훈련소에 입소했을 때도 훈련이 많이 힘들었어요. 다행히 봉사활동을 한 기억이 추억이 돼서 저에게 이겨낼 힘을 줬던 것 같아요.”

입대하기 한 달 전엔 12일 동안 제3기 집수리로드를 다녀왔고, 입대를 코앞에 둔 사흘 전까지도 2박3일 집수리 봉사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던 재용 군. 훈련소에서의 힘든 훈련도 ‘집수리만큼 힘들까’ 하는 각오로 버텼다고 합니다. 끝난 뒤 찾아오는 보람만큼이나 작업 과정 속엔 고된 일도 정말 많은데, 재용 군은 그 중에서도 작업 전후 가구 등 무거운 짐을 옮기는 게 가장 힘들다고 털어놓습니다. 이날 봉사 현장에서도 커다란 냉장고와 가구를 옮겨야 했지만 그때마다 힘든 내색 없이 앞장섰던 재용 군이었지요. 이런 재용 군의 모습이 함께한 다른 봉사자들에겐 어떻게 비춰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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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일하는 사람을 편하게 해줘요. 궂은 일도 도맡아서 해 주고요. 또 오늘 같은 조원들이 유독 말수가 적고 조용한 편이었는데요, 재용 군은 좀 다른 캐릭터였죠. 처음 본 사람들에게도 친근감 있게 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덕분에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이틀간 9조에서 함께 봉사한 이경미 씨(24)의 말입니다. 경미 씨뿐만 아니라 같은 조원들 모두 입을 모아 재용 군을 ‘분위기 메이커’라고 이야기해요. 도배 풀과 실리콘 범벅이 돼 양손은 흙먼지 투성이였지만 발그레한 얼굴엔 웃음기가 떠나지 않았답니다. 재용 군은 그렇게 자기 방식대로 충분히 휴가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다른 봉사활동도 해 봤지만 희망브리지에서 하는 집수리 봉사는 특별한 점이 있어요. 벽지와 장판의 필요 치수를 재고, 재단하고, 도배에 장판까지 작업 내내 저희들이 다 알아서 해야 하거든요. 처음에는 막막하기도 했지만, 경험 많은 선배들이 잘 가르쳐주고 자연스럽게 서로 도우면서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마쳤을 때 만족감과 보람이 더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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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용 군은 초등학생‧중학생 때에는 교내 봉사단체에서, 고등학생 때에는 춘천의 한 장애인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데 모두 소중했던 경험들이지만, 희망브리지 집수리 봉사 특유의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요소가 다른 봉사활동과의 차이점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나오며 매료된 집수리 봉사. 그 매력을 더욱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 봉사현장에서 만나게 된 2명의 학교 선배들과 마음을 모았고, 재용 군이 재학 중인 강원대학교에도 희망브리지와 연계한 봉사동아리 DJ.Kang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집수리 봉사를 하면서 하나 소중한 게 생겼어요.

바로 여기 와서 만난 사람들이죠.”

​다 같이 저녁을 먹던 식당에서, 숙소 복도에서, 여기저기 다니며 반가운 얼굴들을 마주하느라 정신이 없던 재용 군이었습니다. 모두 함께 고생하며, 서로 배려하며, 오랜 시간을 보내온 사람들입니다.

도배를 마치고 새 장판이 깔리자, 2일차 일정도 성큼 막바지로 향해 갑니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재용 군은 피곤함보다 아쉬움이 밀려오는 눈치입니다. 이번 이틀간 봉사활동이 부대에 복귀해서 생활하는 데 또 한 번 힘을 보태주길 바라며, 다시 만날 그의 다음 휴가를 기약해 봅니다.

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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