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차기했던 아빠, 공차는 아들
돌려차기했던 아빠, 공차는 아들
돌려차기했던 아빠, 공차는 아들
2015.12.06 10:58 by 이국재

세계적인 축구선수를 꿈꾸며 스페인을 찾은 이정준(18)군과 자식의 꿈을 위해 뒤늦게 이민 짐을 쌌던 열혈아빠 이국재 대표(월드스포츠매니지먼트‧WSM)의 스페인 정착기. 스페인 현지에서 전해주는 그들의 꿈, 이민, 축구, 그리고 가족 이야기를 만나본다. 

스페인에 축구 유학을 온 한국 중학생이 있었어요. 촉망받는 유망주였죠. 그 학생이 스페인 학교에 갔는데 학교에서 아이들이 볼을 차더래요. “조금만 놀래켜 볼까”라는 마음으로 뛰어들었는데, 큰 충격을 받았답니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자기보다 잘한다는 거예요. 선수도 아닌, 일반 아이들인데도 말이죠. 그런 나랍니다. 스페인이.

이국재 대표 삼부자가 스페인 세고비아에서 찍은 사진

전 대한민국의 태권도 선수였습니다. 지도자 생활도 꽤 하며, 수차례 전국을 석권하기도 했었죠.  그래서 우리 국기(國技) 태권도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요. 사실 사내아이라면 어릴 때 잠깐씩이라도 시키잖아요. 건강 때문이든, 호신 목적이든 아이들이 다 흰 띠 한 번 씩은 매볼 겁니다. 도로마다, 건물마다 태권도 학원이 넘쳐나는 것도 그 이유죠. 부모가 안 시켜도 나라가 시키죠. 군대 가면 새벽 마다 하는 게 앞차기 아닙니까.


스페인 이웃들에게 태권도 발차기를 뽐내는 이국재 대표

한국에 태권도가 있다면, 스페인은 축구입니다.
동네마다 훌륭한 시설을 갖춘 축구장이 하나씩은 꼭 있어요. 학교가 끝나면 아이들은 동네 축구 클럽으로 하나둘씩 모여듭니다. 아무리 시골이라도 축구장 하나만큼은 잘 갖추어져 있죠. 그만큼 축구를 사랑하는 나랍니다.

이국재 대표가 사는 동네 Boadilla del Monte(보아디야 델 몬테)에 위치한 축구장

스페인이 축구의 ‘무적함대’로 불리는 이유도 그래서겠죠. 태권도 국제대회하면 대한민국이 금메달 쓸어오잖아요. 잘 아실 겁니다. 유럽리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손꼽히는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Primera Liga)’.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발 담그고 싶어 하는 꿈의 무대죠.

선수들만 열심인 게 아닙니다. ‘엘클라시코(El Clasico)’라고 들어보셨죠? 스페인의 축구 클럽인 레알 마드리드와 바로셀로나의 경기를 일컫는 이 게임은 전 세계 4억 명 이상이 관람합니다. 요즘은 ‘라이벌전’이란 의미로도 많이 쓰이더라고요.

스페인에선 만삭의 임산부도 이런 경기를 보러 다닙니다. 아마 뱃속에 있는 아이도 경기장의 함성과 열기를 그대로 느꼈을 것입니다. 축구로 태교를 하는 나라인거죠.

스페인을 찾는 축구 관련 방문객은 연간 1700만명에 이른다.

이런 나라에 한 가운데 와 있습니다. 나와 아내, 두 아들이요. 횟수론 5년쯤 됩니다. 역시 축구란 연결고리 때문입니다.

이 모든 일의 시작점인 아들 녀석 얘기를 먼저 해야겠네요.
작지만 단단한 체구,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이 녀석이 제 아들 이정준(18)입니다. 

스페인 1부 리그 라요바예카노(유소년) 선수시절 이정준군

다른 가족보다 3년 먼저 스페인에 왔으니 8년 정도 됐네요. 여기선 꾸니(kuny)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립니다. 스페인 사람들 발음으로는 한국 이름을 부르기가 쉽지 않거든요.
아들 녀석은 꼬맹이 시절부터 축구를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잘했습니다. 본고장 스페인에 와서도 마찬가지였죠.

유소년 축구 선수시절을 스페인 마드리드의 내로라하는 축구팀에서 보냈죠. 16세에 헤타페(GETAFE·스페인 1부 리그클럽), 17세에 라요 마하다온다(RAYO MAJADAHONDA·스페인 1부리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산하클럽), 18세엔 라요 바예카노(RAYO VALLECANO·스페인 1부리그 클럽)에서 선수생활을 했습니다. 모두 한국선수로서는 최초 입단이었죠.


16살 때, 헤타페 소속 경기 모습, 득점 장면 

17살 때, 레알마드리드와의 경기 모습, 득점 장면

 

하지만 16세 때 갑자기 불어 닥친 국제축구연맹(FIFA)의 외국인 선수등록 제한 규정에 의해 축구인생이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선수 등록과 철회를 반복하며 경기를 뛰지 못했고, 훈련도중 다리가 부러지는 악재까지 겪으며 시련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준이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정준이 얘긴 추후에 더 자세히 들려드릴게요.

전 앞서 소개한대로 한국에서 태권도 지도자 생활을 했습니다. 축구선수를 꿈꾸는 아이를 묵묵히 뒷바라지했었는데, 여러 가지 상황이 섞이며 이민까지 오게 됐습니다. 어찌됐건 궁극적인 이유는 아이의 꿈을 화끈하게 지원해주기 위해서겠죠.

사실 타향살이 참 힘듭니다. 말도 안 통하고, 관습과 문화도 상상 이상으로 달라요. 기댈 곳도 마땅찮죠. 우리 가족 역시 수많은 역경과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자…”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란 말이 입가에 맴돌았던 말이죠. 최근 한국에서 유행하는 말 중에 “어머니. 여긴 지옥입니다.”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저는 “여러분, 여긴 먹고 먹히는 밀림입니다.”라고 말하고 싶네요. 왜 밀림이 될 수밖에 없는지, 우리 가족이 밀림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역시 추후에 더 자세히 말씀드리고 싶네요.

저는 현재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축구관련전문회사인 ‘월드스포츠매니지먼트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스페인 현지 축구매니지먼트사인 ‘사커 스포츠 인터내셔널(www.soccersport.es)’과 콜라보도 하고 있어요. 이 회사의 대한민국 및 아시아 지역 총책임자를 맡고 있기도 하죠.

이국재 대표는 스페인의 축구매니지먼트사 ‘사커 스포츠 인터내셔널’에서 아시아 지역 유소년 스카우팅을 담당한다.

지난 8년여를 색깔로 표현하면 ‘새카맣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모르는 게 너무 많았어요.
겁 없이 이역만리를 넘어왔던 거죠.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해결하다보니, 쉬운 일도 너무도 어렵게 처리됐죠.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입니다. 유소년 축구 유학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비단 대한민국만의 이슈가 아니죠. 하지만 알아둬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 가족이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었으면 정준이의 축구 인생도 많이 바뀌었을 거예요.
제 얘기를 통해 힘을 주고 싶습니다. 축구를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이들과 축구 꿈나무 자녀를 둔 부모님들에게 말입니다. 8년여의 경험을 농축시킨 저희 가족의 스페인 정착 스토리, 많이 기대해주세요.

다음 이야기 ‘좌절이 이끈 여정’, 그들은 왜 엘도라도를 꿈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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