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는 EDM의 하위 장르일까?
하우스는 EDM의 하위 장르일까?
하우스는 EDM의 하위 장르일까?
2015.12.06 21:20 by 이대화

디제이, 클럽, 댄스 음악과 관련된 핫한 이슈들과 음악들을 이야기한다.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까지 아우르며 댄스 씬을 둘러싼 재밌는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지금은 라이브 클럽만큼이나 댄스 클럽이 많아진 시대다. 새로운 시대엔 새로운 영감이 필요하다.

요즘 음악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용어 중 하나는 바로 ‘EDM’이다. 최근만 하더라도 에프엑스의 신보에 대해 ‘EDM’이란 말이 자주 쓰이고 있고, 박명수는 출연 방송마다 종횡무진 ‘EDM’이란 단어를 퍼뜨리고 있다. 이젠 굳이 음악 마니아가 아니어도 ‘EDM’이란 단어 정도는 안다. ‘EDM’은 이제 주변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말이 됐다.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 중 캡쳐(사진: MBC 무한도전 방송화면)

‘EDM’은 풀어 쓰면 ‘Electronic Dance Music’이다. 즉, 전자음으로 만들어지는 댄스 음악이다. 트위스트도 댄스 음악이고, 제임스 브라운도 댄스 음악이지만, 그 중에서도 신시사이저를 이용하는 전자음 짙은 댄스 음악을 ‘EDM’이라고 부른다. 사전적 정의는 그렇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하우스나 테크노 같은 일렉트로닉 댄스 장르는 EDM의 하위 장르일까? 대부분의 음악 팬들은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누가 봐도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이 상위 개념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EDM’이란 말을 정확히 이해했다고 말하려면 그 이상의 맥락을 알고 있어야 한다. 사실은 좀 복잡한 문제가 끼어 있기 때문이다.

‘EDM’을 이해하려면 그 이상의 것을 알아야 한다.(사진: shutterstock)

결론을 바로 말하면 이렇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하우스는 EDM의 하위 장르가 맞다. 하지만 일렉트로닉 댄스 매니아들은 오히려 반대의 개념으로 생각한다. EDM이 하우스의 하위 장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미와 정반대인 것이다.

이런 이상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10년 정도의 일렉트로닉 댄스의 역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도대체 왜 사전적 정의가 씬 내부에서 뒤집어져 사용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계를 2000년대 중반으로 되돌려보자. 그때는 ‘EDM’이란 말이 쓰이지 않고 있었다. 그냥 ‘하우스’거나 ‘테크노’거나 ‘정글’이거나 ‘트랜스’였다. 구체적인 장르 이름으로 지칭되거나 ‘일렉트로니카’ 혹은 ‘일렉트로닉 댄스’로 분류됐다. ‘EDM’이란 말은 쓰이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이 음악이 2000년대 후반부터 미국 시장에서 커다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즈음 ‘EDM’이란 말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다. 일렉트로닉 댄스가 언더그라운드에서 주류로 이동하는 극적인 전환점 즈음에 ‘EDM’이란 말이 등장한 것이다. 재밌게도 이 신생 용어가 등장할 즈음에 신생의 하우스 장르도 등장했다. 바로 일렉트로 하우스다. 이 장르는 클럽 씬을 초토화시킬 정도로 거대한 인기를 얻었고 따라서 ‘EDM’이란 말이 유행한 시점의 상징적인 음악이 된다. ‘EDM=일렉트로 하우스’라는 공식은 아마도 이 즈음부터 생겨나지 않았나 싶다.

일렉트로 하우스는 클럽 씬을 초토화시킬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이후 ‘EDM’의 상징적인 음악이 된다.(사진: shutterstock)

이때까지만 해도 (적어도 내 기억에는) 씬 내부에서 EDM을 혐단어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수많은 하위 장르들을 훌륭히 요약할 쿨한 새 용어 같은 이미지도 있었다. ‘얼터너티브’라는 말의 대중화가 90년대 록 밴드의 현상적 인기를 상징하는 것처럼, ‘EDM’이란 단어의 대중화는 마치 일렉트로닉 댄스의 새로운 전성기를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는 오래 가지 못했다. EDM의 시대에 등장한 음악들이 너무도 급작스럽게 상업화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특히 페스티벌에 최적화된, 대규모의 관객들을 일제히 뛰게 만들 스케일 큰 일렉트로 하우스들이 똑같은 사운드와 형식을 탑재하고 무분별하게 쏟아지면서 EDM의 이미지는 나빠지기 시작한다. 이 시기의 하우스의 주된 특징은 빌드 업, 그러니까 무한도전에서 유명해진 ‘까까까’ 편곡을 유독 강조하는 것인데, 에너지를 잔뜩 모았다가 한 번에 뛰게 하는 이런 방식이 클럽과 페스티벌 모두를 완전히 장악해 버린다. 그때부터 클럽 씬은 그루브를 즐기며 춤과 파티를 벌이는 곳이 아니라 디제이의 신호에 맞춰 ‘여기서 뛰어!’를 즐기는 곳이 되었다.

TJR & Vinai (사진: https://edmboutique.com)

 


대표적인 ‘빅 룸’ EDM 음악
: TJR & Vinai ‘Bounce Generation’ (Original Mix)

 

나중엔 이런 클럽 문화와 페스티벌 문화에 최적화된 하우스를 ‘빅 룸 프로그레시브 하우스’라고 따로 떼어 지칭하기 시작했고, 얼마 안 가 이게 ‘EDM’과 동의어가 됐다. 평론가들이 악의를 가지고 그렇게 몰아간 것이 아니라 씬 내부의 프로듀서들이 자발적으로 그런 음악들에 국한해 ‘EDM’이란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아비치(Avicii)나 데드마우스(deadmau5) 같은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음악을 무 자르듯 ‘EDM’이라고만 규정하면 싫어했다.

그 즈음부터 정통의 하우스나 테크노에 ‘EDM’이란 말을 쓰면 잘 모르는 초보자 취급을 받았고, EDM이 일렉트로닉 댄스 씬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는 기사들이 무수히 쏟아졌다. 하우스가 주류화되며 생겨난 꼴불견들 일체가 ‘EDM’이란 단어로 대표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하도 이런 이미지가 퍼지자, 이젠 대놓고 대중성을 추구하는 아티스트가 아닌 이상 자신을 대표할 수식어로 ‘EDM’을 쓰지 않는다. 어느 필자가 에프엑스의 ‘4 Walls’에 대해 ‘EDM’이란 표현을 썼던데, 이게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이 읽는 매체에 실려서 그렇지, 만약에 일렉트로닉 댄스 매거진에 올라온 글이었다면 엄청난 뭇매를 맞았을 것이다. ‘4 Walls’는 EDM을 대표하는 빅 룸 프로그레시브 경향에 반대되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f(x) 4집 앨범 (사진: SM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캡쳐)

 


f(x) 4집 타이틀 <4 walls>

 

결론적으로 말하면, EDM의 사전적인 정의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 맞다. 따라서 하우스를 EDM의 하위 장르로 생각한다고 해서 사전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씬 내부에선 EDM을 대중적인 빅 룸 프로그레시브 하우스의 의미로 사용한다. 따라서 이 의미를 존중한다면 EDM은 오히려 하우스의 새로운 경향, 하위 장르가 된다.

개인적으로는 장르 이름을 가지고 옥신각신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음악을 가리켜 ‘EDM’이라고 칭한다고 해서 정색하고 용어를 수정하려고 드는 일은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다. 다만 이것만은 이야기하고 싶다. 일렉트로닉 댄스는 단순히 ‘EDM’으로 요약되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다. 수많은 장르들이 등장하고 사라졌고 그들이 이룩한 혁신들을 바탕으로 여전히 많은 실험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 모든 시도들이 그저 ‘EDM’으로 지칭되는 지금의 현실은 조금 안타깝다.

1991년에 데뷔한 울트라 네이트(사진 : https://alldjsets.wordpress.com/2011/04/05/ultra-nate-fg-dj-live-05-04-2011)

대표적인 ‘하우스’ 음악 :
Ultra Nate ‘Free’ (Mood II Swing Vocal Mix)

 

다음 이야기 2015 일렉트로닉 음악 결산! 올 한 해 일렉트로닉 씬을 씹어 먹은 노래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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