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하면서 요리를 좀 하는 편이라고 소개를 하면 다들 무슨 요리를 할 줄 아냐고 묻는다. 대답으로 김치찌개, 수육, 된장찌개, 불고기, 볶음밥 등등을 주욱 나열해 내려갈 때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가 '파스타' 한 마디에 '오오-'하는 탄성이 터져나온다. 무슨 파스타를 할 줄 아냐는 말에 '알리오 올리오'라고 대답하면 탄성은 한 층 더 커진다. 사실 알리오 올리오는 정말로 지갑이 헐할 때 찾게되는 메뉴인데 말이다. 들어가는 공으로만 봐도 오히려 김치찌개가 한 수 위지만, 그래도 여전히 호응이 가장 좋은 음식은 '알리오 올리오'다. 그럴 때마다 조금은 의아하다. '겨우 이정도로 이런 칭찬을 들어도 되는 것인가?'
하지만, 사실 많은 일들이 그렇다. 시험을 봐도 죽어라고 공부한 과목에서는 C학점을 받아오고, 바로 직전에야 벼락치기로 외우고 들어간 과목에서는 A가 나오기도 하지 않던가. 각잡고 공들여 쓴 글에는 사람들이 시큰둥해 하다가도 문득 떠오른 단상을 간단히 적어내려간 글에는 박수를 쳐주는 일도 다반사다. 인정을 해주는 사람은 내가 아니고, 나만 아는 이야기는 정말로 나만 알고 있는 법이다. 질 좋은 돼지고기를 숭덩숭덩 썰어다가 곰삭은 김장김치에 끓여낸 찌개를 알아줬으면 좋겠지만, 결국 내가 먹으려고 차린 내 밥상 아닌가. 김치찌개든 알리오 올리오든 내 사정에, 그리고 내 입맛에 맞으면 그만이다.
재료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1큰술방울 토마토 10알마늘 4톨페페론치노 3알
TIP 이탈리아 고추인 페페론치노는 더 쉽게 구할 수 있는 베트남 고추나 건고추로 대체할 수 있다.
검은 올리브 8~10알스파게티 면 1인분 (100g)
TIP 스파게티 면은 검지끝을 엄지손가락이 시작하는 마디에 가져다 대었을 때 생기는 구멍만큼이 1인분이다.
레시피
1. 마늘은 1~2 mm 로 편썰어서 준비한다.
2. 올리브는 2~3 mm 로 편썰어서 준비한다.
3. 방울토마토는 꼭지를 따고, 4등분해서 준비한다.
4.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준비한 마늘을 집어넣은 뒤 중약불로 불을 켜서 볶아준다.
5. 올리브유와 마늘을 낮은 온도에서부터 천천히 가열해야 마늘향이 더 잘 우러나온다.
6. 마늘이 갈색을 띄기 시작하면 페페론치노를 넣고 볶아준다. 거의 바로 매운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TIP 마늘이 타기 쉬우므로 주의한다.
7. 매운내가 올라오면 올리브와 방울토마토를 넣고 볶아준다.
8. 방울토마토가 익어가면 약간의 소금으로 간을 한 후, 볶아준다. 방울 토마토의 껍질이 자연스레 벗겨진 후 1~2분 더 볶아주면 소스 완성.
TIP 올리브가 이미 염장식품이기 때문에 간을 많이 할 필요가 없다.
9. 면을 삶는다. 면은 포장지에 적힌 삶는 시간만큼 삶아주면 된다.
TIP 면을 삶을 때에는 면 100 g당 물 1 l와 소금 10 g 을 넣어준다. 면에 간을 하지 않으면 소스가 어지간히 짜도 파스타가 싱거워진다.
TIP 면을 푹 삶아도 좋지만, 면을 갈라보았을 때 가운데에 하얀심지가 바늘만큼 남아있는 '알 덴테' 상태로 먹는 것도 식감이 좋다.
TIP 중간중간에 면이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저어준다.
10. 준비된 소스에 삶아진 면을 옮겨 잘 섞일 때까지 볶아준다. 접시에 옮겨 담으면 완성.
TIP 요리를 할 수 있는 화구가 2개 이상이라면 소스의 조리와 면 삶기를 동시에 시작해서 끝내는 것이 이상적이다.
TIP 화구가 1개라면 소스를 먼저하고 면을 나중에 삶는다.
TIP 접시에 옮겨 담은 후, 파마산 치즈 가루나 파슬리 가루를 취향에 따라 곁들이면 좋다.
/사진: 이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