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아이들에게는 갈 곳 마땅치 않다"
"지금도 아이들에게는 갈 곳 마땅치 않다"
"지금도 아이들에게는 갈 곳 마땅치 않다"
2014.06.11 06:33 by 권보람
청소년 휴카페 '꿈꾸는 다락방'…체계적 지지기반 갈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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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서중학교 3학년 최호진(15·사진)군은 2주 전부터 꿈꾸는 다락방을 찾고 있다. 밴드 활동을 하고 있는 최군은 드럼을 연습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학교가 있는 신월동에서 이곳 역촌동 까지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기꺼이 왕복하는 중이다. 홍대 근처에도 드럼 연습실이 있지만 한 번 방문할 때 마다 대여료와 교통비를 합해 만 원 가까운 비용이 들어간다. 하루라도 더 많이 드럼을 치고 싶은 최군에게 부담되는 비용이 아닐 수 없다. 잠시 기다리는 시간에도 손에 쥔 스틱을 쉴 새 없이 움직이던 최군은 “앞으로도 계속 이 곳에서 드럼을 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이야기 했다.

응암역 3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남짓 거리에 있는 꿈꾸는 다락방은 서울시가 지정한 청소년 휴(休)카페다. 말 그대로 청소년이 생각 날 때 마다 쉬어갈 수 있는 이곳은 자칭타칭 ‘꿈 컨설턴트’ 김세희 대표가 4년 전 터를 잡으면서 시작됐다.

꿈꾸는 다락방의 김세희 대표


 

“2010년쯤이었던 것 같아요. 개소 시기를 말하는 것조차 애매하네요. 청소년 복지사업을 계소하다보니 공간 사업에까지 뛰어들게 됐죠.”

김 대표는 꿈꾸는 다락방의 시작을 더듬다가 그냥 웃어버렸다. 강원도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무료 공부방 시업을 시작으로 아우라지 작은 도서관, 오병이어 지역아동센터를 넘나들었던 그는 '아이들의 갈 곳'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고 시기와 이유를 따질 새도 없이 순리에 따르듯 역촌동 건물 지하에 꿈꾸는 다락방을 차렸다.

“고등학생 시절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 몇 명과 모여 밤늦게까지 동네 공원을 배회했어요. 가끔은 락카페나 만화방, 오락실을 가기도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갈 곳이 없었던 것 같아요.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갈 곳이 마땅치 않은 것 같습니다.”

꿈꾸는 다락방에서 난타 수업을 받고있는 청소년들/사진=꿈꾸는 다락방 제공


 

꿈꾸는 다락방이 하루아침에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아니다. 중고품 가게에서 구입한 테이블 2만5000원, 의자 1만6000원. 대성중학교 도서관을 정리할 때 얻어온 책장. 바자회 사업으로 마련한 에어컨과 김대표가 15년간 모아온 보드게임들. ‘꿈지도(꿈꾸는 다락방의 청소년 멘티)’ 학생들과 함께 그린 벽화. 강물에 쓸려온 흙이 쌓여 평야를 만들듯 4년간 김대표와 이곳을 거쳐 간 학생들의 손길이 하나 둘 축적돼 꿈꾸는 다락방을 만들었다.

4년간 다양한 청소년 프로그램을 운영해오면서 성공만큼 실패도 많았다. 결성된 밴드만 7팀을 넘기며 성공리에 마무리했던 ‘내일은 밴드왕’, 100여 개의 마을단체와 개인이 참여했던 벼룩시장 프로젝트는 1년이 지난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다. 반면 좀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하려다 아이들에게 소속감을 많이 주지 못했던 댄스 프로그램, 품과 시간이 많이 들어갔던 ‘보이는 라디오’ 프로젝트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올해는 매주 1개 팀이 꿈꾸는 다락방에서 공연을 여는 1개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4개 팀을 모집하는데 무려 50~60개 팀이 지원을 하더군요. 많은 돈은 아니지만 이 친구들은 공연료를 받을 수 있고, 관객들은 원하는 만큼 돈을 내고 좋은 음악을 즐길 수 있으니 무척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공연팀 친구들이 이곳에서 음악을 가르칠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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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을 기획 할 때 지속가능성을 제 1 조건으로 생각한다”는 그의 가장 큰 고민은 ‘불확실한 미래’다. 청소년 휴카페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히는 꿈꾸는 다락방은 현재 민관의 지속적 협력, 김대표의 강연 수익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실제로 수익모델이 분명치 않은 대부분의 청소년 공간 사업자들이 휴카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김대표가 회장직을 맡고 있는 청소년 공간 협의회는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10년 후, 20년 후에는 체계화된 지지기반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도 청소년 공간 사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행정관계자들은 전문성을 갖기도 전에 보직변경 되는 경우가 잦고, 현장에 있는 이들은 연구를 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청소년 휴카페를 비롯한 공간 사업가들이 자구책 마련을 위해 나름의 협의체를 구성한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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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서울시가 청소년 휴카페 사업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30개의 청소년 휴카페가 문을 열었다. 청소년 휴카페로 지정된 공간에는 시설비를 비롯해 인건비, 운영비, 사업비 등이 최대 3년간 지원되지만 이후의 행보는 불투명하다. 꿈꾸는 다락방 역시 내년 부로 지원이 만료될 예정이다. 모든 사업을 기획할 때 지속가능성을 제 1 전제조건으로 둔다는 김대표에게 있어 꿈꾸는 다락방을 비롯한 청소년 공간사업의 미래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자치단체가 현실적 대안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청소년 휴카페 사업을 시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 때문에 휴카페 타이틀을 원하지 않는 분들도 있는 반면, 단순히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차원에서 휴카페를 운영하는 단체도 있으니까요.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지난 2년간의 성과는 크지 않아요. 꿈꾸는 다락방을 모델로 거론하는 분들도 있지만 자비를 들여 운영하는 우리 공간이 모범 사례가 될 순 없습니다. 안정적인 경영 시스템으로 어디에 적용해도 운영 가능한 청소년 공간 모델이 하루 빨리 완성되길 바랄 뿐이죠.”

꿈꾸는 다락방 자세한 정보 보기(http://cafe.naver.com/kkumda.cafe)

 

응암역 3번 출구에서 파리바게트 길로 250m 전진, 가평축산 끼고 왼쪽으로 꺾어 150m 전진, 연강한의원 지하 1층에 위치. 버스는 7022번, 7613번 타고 신진자동차고등학교 앞 하차. 주차장 없음.


주소 : 서울시 은평구 역촌동 38-1 전화 문의 : 070-7518-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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