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 창동, 신창시장
평일 오전의 시장은 아직 한산합니다.
그런데 유난히 붐비는 저기 저 가게!
가까이 다가가니, 빼꼼히 보이는 저기 저 덩치 큰 남자!!
(발음주의) 오쉪!!!!!
오세득이 왔다. 더퍼스트가 갔다!
그런데 셰프님, 냉장고는 어디에 두시고…
여기서 신사업이라도 하시는건가요?!
"저 오늘도 미션 수행 중이에요."
미션이요? 두둥!
미션명 : 냉장고신창시장을 부탁해!미션내용 : 신창시장 먹거리에 비법 레시피를 전수하라!(단, 조건이 있어요. ①신창시장 안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쓸 것 ②조리방법이 너무 복잡하면 안될 것)의뢰인 : 못난이꽈배기 사장님 이명욱(58)씨주요 메뉴 : 꽈배기(500원), 도너츠(3개 2000원)
"그래도 시간은 재지 않으니… 맘 편히 잘 부탁드려요!"
비법레시피가 뭘까요? 못난이꽈배기의 도너츠는 어떻게 변할까요?!
자고로 탕수육은 새콤한 탕수육소스에 찍어먹고,
튀김은 매콤한 떡볶이국물에 찍어먹고.
튀긴 녀석들은 ‘찍먹’이 대세!
"오늘은 달콤한 단팥을 활용해
꽈배기 도너츠를 찍어먹는 소스를 만들어 볼 거예요."
바로 따라가 보죠!
먼저 믹서기에 단팥, 탈지분유와 물을 섞어 쉑쉑!
단팥은 원래 사장님께서 쓰시던 것을 그대로!
☞ 오쉪: 생크림을 쓰면 더 좋지만, 비싸고 보관이 까다로우니 탈지분유로 대체했어요.
냄비에 부어 적당한 농도로 졸이면 끝!
앗! 색깔이 너무 희번덕한지, 단팥을 조금 더 투척!
눌어붙지 않게 젓고 또 젓길 10여분…
(팔뚝을 요리로 키우셨군요)
단팥소스 드디어 완성!
☞ 오쉪: 여기에 바닐라에센스를 첨가하면 더 좋아요.
이제, 잘 튀겨진 꽈배기 도너츠에
단팥소스 곁들여~
쑥가루 토핑도 솔~솔~
☞ 오쉪: 팥과 쑥은 잘 어우러지는 식재료들이에요. 쑥떡 속에 단팥이 든 제주도 오메기떡이나 아이스크림 찰X아이스처럼.
(집중) '제가 또 한 플레이팅 하죠!'
드디어 못난이꽈배기 신메뉴 완성!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사장님, 단팥소스 듬뿍 찍어 드셔보세요"
'아니, 이 맛은...'
"캡이에요!!"
'좋아, 이제 시식회 준비를 해 볼까'
'헐!'
어느새 이렇게나 모인 시민들
부랴부랴 소스를 곁들여 무료 시식회 준비를 마치고는
미소와 함께 건넵니다.
"맛잇게 드세요~!"
"아이고, 테레비 나오는 총각이 해주니 더 맛있겠네!"
그 맛은 도대체 어떤 맛일까요?
"맛있어요. 딸이 좋아해서 이집 꽈배기를 거의 매일 먹다시피 하는데
단팥소스와 함께 먹으니 느끼함이 확 줄었고 은은한 쑥내음이 뒷맛을 잡아주네요."
금세 동이 난 단팥소스
못 드신 분들은 다음에 돈주고 사서 드세요!
오늘의 미션 대 성공!
오세득 쉐프의 메뉴개발 포인트
하나. 드시는 분들께 찍어먹는 재미를 주고 싶었어요. 기존의 꽈배기 도너츠는 좀 크니, 길게 민 반죽을 조그맣게 잘라 튀겨 하나씩 찍어먹을 수 있도록 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둘. ‘보기 좋은 떡이 소문도 잘 난다.’ 아무리 단가가 낮은 먹거리라도 음식은 찍혀야 돼요. 한 손에 들고 먹게 되면 사진 찍기가 어려우니, 전용 용기에 담아 판매하시길 추천드려요. SNS에 올라오는 사진들의 홍보효과가 쏠쏠하답니다.
신창시장은 어떤 곳?
“얼굴 보는 재미로 더 자주 찾아요”
지난 12월 15일, 서울 도봉구 창동에 위치한 신창시장에 오세득 쉐프가 출동했습니다. 먹거리를 판매하는 점포 2곳에 비법 레시피를 전수하기 위해서인데요. 이에 앞선 10일에는 또 한명의 유명 쉐프 김소봉씨가 신창시장을 찾았습니다. 이를 통해 신창시장 내 신송분식과 유나통닭, 못난이꽈배기와 온달왕족발 등 총 4곳의 음식점에 신메뉴가 탄생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서울시와 신창 신시장 사업팀, 소셜벤쳐 윔플이 함께 마련했습니다.
4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신창시장은 새로운 시장 문화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정릉시장, 영천시장, 길동 복조리시장, 신원시장과 함께 ‘서울형 신시장 모델’로 선발돼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특히 이곳은 상인과 고객 간 관계 형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부터 전개한 떡메치기, 추석 차례상 차리기 등 옛날 전통시장 분위기를 살린 ‘시끌벅적 캠페인’, 시장 고객들에게 제철 레시피를 무료로 제공하는 ‘오늘 뭐 먹지’ 등의 프로그램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노력의 결실이었을까요. 필자가 방문했던 지난 15일, 비교적 한산한 오전시간대였음에도 “안녕하세요”, “오늘 어디 가세요?”와 같은 인사말들이 자주 들려왔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시민은 “신창시장에 다니기 시작한 지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다들 아는 사람들”이라며 “물건도 좋고 싸고, 얼굴 보는 재미로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장 활성화 관련 지표에도 이런 분위기가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지난 11월 서울시가 실시한 조사에서 신창시장 상인의 28%가 매출이 늘었다고 답했으며, 지난 5월 고객 1인당 구매 횟수가 0.6회에 그쳤던 데 반해 반 년 만에 1.5회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상택 서울시 소상공인지원과장은 “마트에서는 판매원과 대화를 하지 않고 필요한 물건만 카드에 집어넣는 방식이지만, 전통시장에서는 상인과 손님과의 대화가 매출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신창시장의 성공모델을 타 시장으로 확산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