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힘을 믿는 사람들…"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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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힘을 믿는 사람들…"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이죠"
교육의 힘을 믿는 사람들…"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이죠"
2015.12.30 11:56 by 황유영

치열한 세상이다. 부대끼며 살다 보면 한 번씩 이런 물음을 던지게 된다. ‘이게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일까…’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이 물음에 응답한 사람들의 스토리다. 누군가는 창업을 했고, 어떤 이는 공방을 열었다. 무작정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고 갈 길은 멀다. 제대로 구조를 갖추지 못해 고군분투하기 일쑤다. 그래도 고무적인 건, 이들 모두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는 점이다. ‘언더 스탠드 에비뉴(Under Stand Avenue)’는 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공간이다. 롯데면세점이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성동구청과 함께 꾸려가는 사회공헌 창조공간으로, 우리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혁신기업가‧예술가‧비영리기획자 등이 함께한다. 더퍼스트는 이들의 도전이 활짝 꽃피우는 그날을 기대하며 ‘변화를 만나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교육이 중요한 이유가 무엇일까. 교육을 통해 한 사람이 바로 서면, 결국 사회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좋은 교육’의 부드러운 힘이다. 이러한 교육의 힘을 믿는 이들이 있다. 각기 방향은 다르지만 이들의 이야기에는 공통적으로 흐르는 철학이 있다. 지식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침을 통해 내면의 동력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작은 아이디어가 학교를 짓다
황필권 어썸스쿨 대표

한 편의 드라마, 혹은 한 편의 글이 인생을 바꾸는 경우가 있다. ‘어썸 스쿨’ 황필권 대표가 그랬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던 행정학도가 갑자기 교육 현실에 대한 다큐멘터리에 흥미를 느꼈고 교육 칼럼이 마음을 울렸다. 내면에서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저 사회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는 지적은 마치 자신을 향하는 것 같았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님이 쓴 교육 칼럼이었어요. 지금은 <내 아이가 만날 미래>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된 글이죠. 아이들은 모두 예술가로 태어나는데 지금의 학교 시스템은 이런 재능을 발현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깊이 공감했고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어요.”

영상과 자료, 논문들을 찾아보던 황 대표는 무작정 일들을 벌리기 시작했다. 가능성과 재능을 충분히 타고난 아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자기발견 프로그램 ‘스토리’를 개발한 것.

(사진: 어썸스쿨 제공)

처음에는 한 교회에 적용해봤다. 교회 아이들이 점차 재능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2년에는 경안고등학교와 동작고등학교에서 수업을 이어갔다. 결국 황 대표의 생각은 ‘어썸 스쿨’로 거듭났다. ‘어썸 스쿨’은 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에 선정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2013년에는 큰 영감을 줬던 정지훈 교수를 직접 찾아가 자문을 구하고 투자를 받았다. 법인을 설립했고 프로그램은 짜임새를 갖춰 나갔다.

현재 ‘어썸스쿨’은 토요일 학교, 방과 후 학교, 워크샵, 캠프를 중심으로 교육 사업을 펼치고 있다. 어썸스쿨식 교육의 공통점은 자신을 발견하고 세상을 발견해나가는 시간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정체성을 찾고 이를 공유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점이다. 청년 강사라고 이름 붙여진 젊은 청년들이 소정의 활동료를 받고 아이들을 지도하는데, 수업을 들은 학생이 청년 강사로 참여하기도 한다.

“이윤 보다는 사람을 남기는 회사가 되고 싶어요. 사람을 사람답게 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을 통해 무엇을 가장 잘 하는지 알고 사회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아는 학생을 키우고 싶어요. 그런 학생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했을 때 더 나은 미래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어썸스쿨의 청년강사들 (사진: 어썸스쿨 제공)

이성아 자람 대표
“왜 부모가 될 준비를 시켜주진 않나요?”

대법원의 ‘2014 사법연감’에 따르면 국내 부부 중 하루 약 300쌍이 이혼하고 있다. OECD 최고 수준의 이혼율뿐 아니라 세계최고의 자살률, 최저의 출산율이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이성아 자람 대표는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가정의 회복에서 찾고자 했다. 회복이라는 말은 이미 가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말이다.

농담 삼아 “단위 면적 당 술집도 가장 많은 나라”라는 이 대표는 “이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고 편하게 살기 어려운 나라가 돼가고 있다는 소리”라면서 “자연스러움의 회복이 바로 가정이 회복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사회에 대한 관점이나 태도, 적응해 가는 방법은 가정에서 배우죠. 그러나 지금의 가정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지지해주기 보다는 성취를 위한 도구로 보고 성공했을 때 인정받는 경험만을 줘요.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집을 줄이고, 투잡을 뛰어서라고 경제적인 뒷받침을 해주죠. 그런 환경 속에서 아이들과 부모들이 건강할까요? 원인은 덮어둔 채 결과만 해결해선 답이 없죠. 가정 안에서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이성아 자람 대표가 부모교육프로그램 워크샵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 자람 제공)

‘큐이디 부모학교’ 연구이사 출신인 그가 독립하면서 2012년 시작된 ‘자람’은 부모학을 주제로 풍부한 콘텐츠와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이 대표는 ‘자람표’ 부모교육을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함께 나누는 부모 실학”이라고 명명했다. ‘어떻게 하면 아이 서울대 보낼 수 있냐’는 식의 간증형 부모 교육이나 아이들은 부모의 입맛대로 양육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육아학이 아니라 삶에서 적용하고 잘 활용하도록 돕는, 진정한 부모 교육을 표방한다.

자람의 부모교육은 탐색에서 시작한다. 자신을 탐색하고, 질문을 나누고, 지지받는 과정을 통해 얻은 힘을 바탕으로 전문가들이 때마다 필요한 지식을 제공한다. 능동성을 바탕으로 한 협력 기반의 교육 모델인 셈.

“부모를 환자로 가정하고 해결책만 늘어놓는 강연이 아니라 자발적 협력과 소통을 통한 변화를 추구하는 거죠.”

(사진: 자람 제공)

더 나아가 다양한 콘퍼런스, 콘서트 형식의 교육도 계획하고 있다. 자발성을 자극할 수 있는 틀만 있다면 어떤 형태로도 발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세계적인 조각가였던 로댕은 ‘돌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냈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해요. 저는 부모 안에는 부모성이 있다고 믿어요. 유능함에 대한 압박, 성취에 대한 욕구, 사랑받지 못한다는 불안들이 엉켜 부모성이 가려져요. 부모가 자연스러움을 회복하면 아이들도 달라집니다. 다른 누구 같은 부모가 될 필요가 없어요. 그저 나로 살면 됩니다. 가정이 회복되고 사회가 회복되는 길입니다.”

이의헌 점프 대표
"누구나 동등한 교육의 기회 누려야" 

이의헌 점프 대표는 흔히 말하는 엘리트 교육을 받았다. 한국에서 좋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나온 그는 미국에서 기자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비주류의 삶을 경험했다. 취재 현장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접하면서 그의 관심은 소외된 이들에게 향했다. 이 대표는 그들이 소외받지 않는 방법을 교육에서 찾았다.

점프는 대학생들이 취약계층 청소년이나 다문화 청소년들에게 일주일에 여덟 시간에서 열 두 시간 정도 과외 형태로 방과 후 교육을 진행하고, 대학생들에겐 소정의 장학금과 유력 멘토들의 멘토링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한 대기업 프로그램보다 먼저 시작했을 뿐 아니라 공교육을 사교육의 시장에 끌고 오지 않고 공익의 분야에 두면서 지자체와의 협력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점프만의 강점이다. 청소년들과 함께 대학생 멘토들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이의헌 대표의 즐거움이다.

이의헌 점프 대표

“소외계층 청소년들이 더 많은 교육의 기회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사업인데 오히려 대학생 교사들의 성장 속도가 더 빨라요. 처음으로 자기와 다른 배경을 가진 아이들을 만나는 청년들은 책에서도 보지 못한 사회를 몸으로 경험합니다. 10년 혹은 20년 후에 그 아이들이 한국 사회를 이끌어 갈 때는 보다 균형 잡힌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청소년들의 학업 성취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성적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5년 정도 꾸준히 수업을 받은 학생의 경우 90~100점 까지 점수가 오르기도 한다. 점프가 장기적인 성격을 유지하려는 것도 같은 이유다. 청소년들과 대학생 교사들이 관계를 맺고, 관심을 보여주며, 질 좋은 수업을 해 줄 때 비로소 성과가 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자체, 기업체, 대학교 등 다양한 협업을 통해 공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점프는 글로벌 모델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아직 스터디단계지만 멘토, 육성기관과 의견을 나누면서 동남아시아권에서 교육 기회의 확대를 위해 노력할 예정. 이르면 내년 시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