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어려워서 못 한다고?” 손가락 하나로 쉽고 재미있게
HOME > > >
“기부, 어려워서 못 한다고?” 손가락 하나로 쉽고 재미있게
“기부, 어려워서 못 한다고?” 손가락 하나로 쉽고 재미있게
2015.12.29 15:54 by 황유영

치열한 세상이다. 부대끼며 살다 보면 한 번씩 이런 물음을 던지게 된다. ‘이게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일까…’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이 물음에 응답한 사람들의 스토리다. 누군가는 창업을 했고, 어떤 이는 공방을 열었다. 무작정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고 갈 길은 멀다. 제대로 구조를 갖추지 못해 고군분투하기 일쑤다. 그래도 고무적인 건, 이들 모두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는 점이다. ‘언더 스탠드 에비뉴(Under Stand Avenue)’는 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공간이다. 롯데면세점이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성동구청과 함께 꾸려가는 사회공헌 창조공간으로, 우리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혁신기업가‧예술가‧비영리기획자 등이 함께한다. 더퍼스트는 이들의 도전이 활짝 꽃피우는 그날을 기대하며 ‘변화를 만나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는 12월1일(현지시각) 자신의 주식 99%(약 450억 달러, 한화 약 52조 1100억 원)을 기부한다고 밝혔다. 갓 태어난 딸 맥스를 위해 뜻 깊은 기부를 결심했다는 그의 편지가 공개되면서 미국의 기부 문화는 또 한 번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1년 간 기부 경험이 있는 사람은 2011년 36.4%, 2013년 34.6%에서 올 들어 29.9%로 떨어졌다.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로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라는 응답이 63.5%로 가장 많았고, 기부에 대한 관심이 없거나(15.2%) 기부 단체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10.6%)이라는 답이 이어졌다. 많은 금액을 해야 한다거나 특별한 몇몇 사람만의 일이라는 인식이 기부 확산을 막고 있는 것. 손쉽게 기부할 수 있다면 달라질 수 있을까? 작은 질문에서 시작한 기부 어플리케이션들이 쉽고 재미있는 기부를 유도하고 있다.

'손 쉽게 기부할 수 있다면 달라질 수 있을까?' 작은 질문에서 시작한 기부 어플리케이션들이 재밌는 기부를 유도하고 있다. (사진: LDprod, shutterstock.com)

힐링 히어로즈
시간 낭비? NO! 아이들을 돕는 기적의 1분 

기부를 하고 싶어도 나중으로 미루는 이유는 바로 경제적인 상황이다. 작든 크든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할 수 없다는 인식은 기부의 가장 큰 장벽이기도 하다. 힐링 히어로즈(구 힐링애드)는 돈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 기부를 유도하는 어플리케이션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사용자가 힐링 히어로즈 앱을 다운받은 후 동영상 광고 등 1분 남짓의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면 적게는 1개, 많게는 10개의 별을 지급받게 된다. 적립된 별을 가지고 ‘한 아이 정기후원’, ‘하루 후원’이나 긴급 구호 성격의 ‘프로젝트 기부’에 동참할 수 있다. 광고를 시청하고 이를 현금으로 적립해 사용하는 돈 버는 어플리케이션과 비슷한 시스템인데, 실제 내용은 여러 사람의 광고 수익을 모아 기금을 형성하는 크라우드 펀딩에 가깝다. ‘돈 버는 어플리케이션’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적립금을 쌓고 이를 사용하는 합리적 소비라면, 힐링 히어로즈는 합리적인 기부인 셈이다.

당초 광고를 시청한다는 부분을 강조해 ‘힐링 애드’로 지었던 어플리케이션의 이름은, 지난 1월 iOS버전 론칭과 함께 영상을 터치만 해도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의미의 ‘힐링 히어로즈’로 바꿨다.

(사진: 힐링히어로즈 제공)

김경준 대표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개인의 꿈이 담겨있기도 하지만, 이용자 스스로가 만족스러운 소비를 할 때 보람을 느낀다는 점에서 유저를 지향하는 어플리케이션”이라면서 “이름 속 ‘힐링’의 수혜자 역시 아이들이 아니라 어플리케이션 사용자를 뜻한다”고 전했다.

힐링히어로즈는 국제 구호단체 굿네이버스와 MOU를 체결해 일대일 아동 후원 방식을 도입했다. 콘셉트는 크라우드 기부지만 아동 결연 후원 방식이기 때문에 모금액을 제외한 부분은 자체적으로 충당했다.

김 대표는 “아직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유상으로 집행되는 광고가 많지 않고, 상당 부분 자체 제작 광고를 넣고 있다”면서 “하지만 사용자들의 기대와 반응은 단계를 밟으며 성장해나가고 있고, 글로벌 버전 출신으로 세계적인 기부 문화 확산에도 기여할 전망”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봄 소프트
모바일 사회공헌의 봄을 알리다

“낯선 장소에서 맛있는 음식점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블로그 검색이다. 그렇다면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보가 궁금할 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음성을 문자로, 혹은 문자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어플리케이션은 상용화돼 있다. 그렇다면 타이핑을 수화로 번역하는 일은 가능할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은 봄 소프트에서 찾을 수 있다. 사회적기업의 위치와 제품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 ‘찾아라! 사회적기업’, 수화번역어플리케이션 ‘수화 키보드’가 SNS의 긍정적인 역할을 고민하는 봄 소프트의 작품이다.

대학 재학 시절부터 어플리케이션리케이션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던 박영기 대표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육성사업팀을 통해 시작한 봄 소프트는 청소년 및 직장 왕따를 해소하기 위한 ‘마니또 어플리케이션’에서 시작해 다양한 사회공헌 서비스로 발전했다.

사진기부 어플리케이션리케이션 ‘포도’(사진: 봄소프트 홈페이지)

최근 주력하고 있는 어플리케이션은 사진을 통해 기부를 실천하는 ‘한 장의 기부’(photo donation, podo)다. 기부자와 수혜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방법을 찾다가 개발하게 된 ‘한 장의 기부’는 자신의 기부 활동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리면 해당 봉사나 기부의 주체가 되는 기업의 이름, 문구 등이 자동적으로 입혀지는 방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홍보 효과를 볼 수 있고 대중들도 이런 봉사와 기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참여도가 높아진다. 수혜자 입장에서도 당연히 도움이 된다.

다채로운 방식의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통해 SNS의 사회 공헌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봄 소프트. 현재 예비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돼 있으며, 대전의 ‘풀뿌리사람들’이라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팀의 컨설팅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블루에그
내 선행을 세상에 알리고 함께 행복해지자

SNS가 활발해지면서 소통 창구가 늘어났지만 반대로 부작용도 심해지고 있다. 행복해 보이는 타인의 SNS를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도 늘고 있는 것. 블루에그가 개발한 앱 ‘라이트 업’은 SNS의 긍정적인 파급 효과에 주목한다. 어떤 것을 먹고, 사고, 즐겼다고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일을 알리면 이것들이 또 다른 선행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생각이다. SNS를 통해 사회공헌활동의 선순환이다.

‘라이트 업’은 한 마디로 착한 SNS다. 사용자들이 길 가다 쓰레기를 주운 사연, 봉사 활동 일정을 담은 달력, 빈 방 불끄기, 종이컵 대신 텀블러 활용 등 긍정적인 의미를 담은 게시물을 올리고 다른 이용자가 라이트업을 누르면 게시물을 올린 이용자는 포인트인 라이트를 얻는다.

어플리케이션리케이션 '라이트업'의 작동 모습

포인트는 미션 참여로도 얻을 수 있다.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은 미션을 공지하면 이용자들이 해시태그를 담고 게시물을 올리게 되는데 이 때 포인트를 제공한다. 이 포인트를 교환소에서 원하는 곳에 기부할 수 있다. 기부한 포인트는 각기 다르게 책정된 가치로 바뀌어 기부금이나 물건으로 전달된다.

블루에그는 학교, 기업, 단체들과의 협약을 통해 ‘라이트업’ 활동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기업과 협약을 맺으면 집계한 포인트를 보고서로 제출한 후 기부금을 받고 지원금으로 사용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낸 아이디어를 앱 미션에 반영하기도 하고, 네팔 지진 당시엔 기업과의 협력으로 식수 키트를 지원하기도 했다. 저소득층, 농산어촌 아이들에게 이용자들이 추천하거나 공유한 도서를 전달하기도 한다.

이지은 블루에그 대표

창업 2년차인 이지은 대표는 지금도 발로 뛰며 기부 단체를 찾아다니고 있다. 아이디어를 인정받은 덕분에 머스크(MOUSQ) 엔젤 클럽과 엔젤매칭펀드를 통한 정부 매칭 투자로 약 1억 원을 투자받았고, 이를 기반으로 라이트업 이용자 수를 늘리기 위한 업데이트를 진행 중이다. IT 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IT 기부에 앞장서는 대한민국, 블루에그가 꿈꾸는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