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살아서 뭐 하나 싶어요.”
충북 음성에 사는 김예숙(가명·77) 할머니. 그의 목소리는 많이도 지쳐있었습니다. 내쉬는 한숨의 깊이에서 그간의 고된 삶과 아픈 상처가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반평생 살아왔다는 지금의 집은 안타깝게도 그런 할머니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심하게 헐어져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모습이었습니다.
상처로 얼룩진 삶,
희망을 잃어버린 할머니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집에서 밥 짓고 애들 남편 뒷바라지 하며 남들처럼 살았었지요.”
간밤에 꾸었던 꿈 이야기를 하듯 할머니가 입을 열었습니다. 슬하에 2남2녀를 두고 한때는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꾸렸었지요. 그런 할머니께 10년 전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은 큰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가장 힘든 시기에 따듯한 위로가 부족했던 때문일까요. “아직도 조그만 일에 놀라 까무러치고, 뭔가에 쫓기는 듯 불안하다”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놓는 할머니입니다.
자녀분들이 할머니를 거들 형편은 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근처에 사는 아픈 작은아들을 돌보느라, 할머니는 심한 허리 통증(지체장애 3급)을 이끌고서도 틈틈이 들어오는 일거리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 역시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아들은 돈 없어서 병원도 못 가는데, 내가 얼마나 더 살겠다고 병원엘 가겠느냐”며 고개를 내젓습니다.
곳곳에 구멍 뚫린 집…
방 안에 연탄난로 피우고 겨울 보내
이 집에서 40년 전부터 살아왔다는 김예숙 할머니. 홀로 남겨진 지금의 집은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여섯 식구가 북적이던 방은 싸늘한 한기만 가득했고, 낮은 방문을 사이에 두고 좁은 방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 묵직한 곰팡이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집 안에 재래식 화장실이 들어서 있어 악취도 심각해 위생적으로 문제가 많았습니다.
80년 된 흙집이었기에 안전에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비가 오면 물이 새, 대야며 양동이를 들고 집 안을 동동거리기 일쑤였지요. 심지어 한쪽 벽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습니다. 2~3cm는 족히 돼 햇빛이 들어올 정도로 금이 간 곳도 있었고, 겨우 걸쳐만 있는 조각난 벽도 눈에 띄었습니다. 옥상을 우레탄으로 방수 시공했거나 매끈한 지붕을 얹고 있는 주변 집들 속에서 할머니의 집이 흉물스럽게까지 비춰졌습니다.
“그쪽 길로 사람들이 다닐라 치면 위험하니까 다른 곳으로 돌아가라고 할 정도지요. 주위에 집들 둘러보세요. 동네에서 우리 집만 이래요.”
이런 집이 차가운 겨울바람을 막아줄 리 만무하지요. 김 할머니도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는 요즘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기름보일러를 쓰다 아까워서 연탄을 땠지. 그런데 그것도 아끼다가 기름보일러가 고장이 난 거예요. 지금은 둘 다 못쓰게 돼서 난방을 못해요.” 할머니는 5년도 넘게 보일러도 틀지 못하고 살았다고 합니다. 집이 너무 낡아서 수리조차도 불가능한 실정. 전기장판과 연탄난로로 겨울을 버텨왔는데요. 방 안에서 연탄난로를 피우시는 모습은 자칫 큰 사고로 번질 수 있어 우려됐습니다.
뜨끈한 방바닥에 아픈 허리를 지져본 게 언제 적인지… 한 해, 두 해 연세를 드시면서 할머니의 겨울나기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상처와 소외감으로 생채기 난 마음은 더욱 차갑게 얼어붙어 갑니다. 의지가 되지 못하는 집은 할머니의 불안한 마음을 더욱 키워갈 뿐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상자,
‘기프트하우스’가 6평의 기적을 일구어갑니다
희망브리지는 재난재해 피해를 입은 이재민의 피해가 장기화될 경우, 임시거주시설을 통해 한시적 주거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단열성 및 주거편의성을 부쩍 높인 모듈러주택 ‘희망하우스’를 선보였는데, 그 활용 폭도 더욱 넓혔습니다. 저소득층 재난위기가정에 영구적으로 지원하는 '기프트하우스' 를 통해서 말이죠. 현대엔지니어링의 자체 기술로 개발한 기프트하우스는 6평 남짓 공간에 주방, 수납공간, 화장실 등을 완비하고 있습니다.
김예숙 할머니를 비롯해, 충북 음성군의 1인 가구 총 4세대가 기프트하우스의 첫 수혜자로 선정됐습니다. 오는 12월 22일 입주를 앞두고 있지요. 기프트하우스는 기존에 수혜자들이 거주하던 주택을 허물고 그 자리에 들어서거나, 마당 등 여유 공간을 활용해 설치될 예정입니다. 6평, 작은 공간의 기적이 이 분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 갈까요. 재난위기가정을 위한 기프트하우스,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