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어른이 되어 있을 너에게>, 300여 명 관객이 숨죽였던 그 현장!
연극 <어른이 되어 있을 너에게>, 300여 명 관객이 숨죽였던 그 현장!
연극 <어른이 되어 있을 너에게>, 300여 명 관객이 숨죽였던 그 현장!
2016.01.07 08:00 by 윤민지

성폭력 피해자의 치유 ‧ 성장을 다룬 연극 <어른이 되어 있을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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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여 명이 모인 대강당이 일순간 조용해졌습니다. 무대는 성폭력 피해자인 윤희가 다니는 교실이었죠. 윤희가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안 학생회장이 공개적으로 윤희의 아픔을 끄집어 낸 후였습니다.

“우~~!”

관객석에서는 회장을 향한 야유가 이어졌습니다. 갑작스레 성폭력 피해 사실이 공개된 윤희가 당황하자, 친구 경희가 앞에 나섰죠.


“그만해!

괜히 그렇게 어색하게 쳐다보지 마.

윤희가 죄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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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윤희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했던 경희였습니다. 하지만 뒤늦게나마 윤희의 마음을 이해하자, 관객석에서는 마침내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장장 1년여의 시간을 들여 탄생한 

연극 <어른이 되어 있을 너에게>

작년 10월 26일, ‘여성폭력인식개선을 위한 찾아가는 연극’ <어른이 되어 있을 너에게>(작 김세한, 연출 양정웅)가 서울체육고등학교 승리원에서 첫 선을 보였습니다. 2014년 11월부터 시작해, 여성폭력 기초조사 3개월, 시놉 및 대본 작업에만 7개월이 걸리는 등 장장 1년여의 작업 기간에 걸쳐 완성된 결과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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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연을 시작으로 청소년들을 만나게 될 <어른이 되어 있을 너에게>는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창작연극입니다.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 참가작 <한 여름 밤의 꿈>부터 <페리클레스>까지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극단 ‘여행자’가 참여했고, <백돌비가>로 2013년 벽산희곡상을 수상한 김세한 작가가 썼지요.

여성폭력피해자를 위한 사회적 지지를 이끌어내고, 기존의 성폭력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제작된 이 연극은 여성에 대한 폭력 예방과 함께 피해자가 안전하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어른이 되어 있을 너에게>줄거리

경희는 업무상 가진 술자리에서 거래처 직원의 성적인 접근을 피했다는 이유로 회사 대표에게 비난을 받습니다. 동료 직원들 역시 경희를 두고 성희롱을 일삼지만 경희는 불이익을 받을까봐 불쾌감을 감출 수밖에 없지요. 그러던 어느 날, 학창시절 친구였던 윤희의 일기장이 경희에게 배달됩니다. 일기장에는 오래전 윤희가 속으로 삭힐 수밖에 없었던 성폭력 피해 사실이 기록되어 있었고, 경희는 그 길로 윤희를 찾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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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여년이 흐른 지금도 성폭력 범죄는 현재진행형입니다. 2004년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에 이어 2008년 조두순 사건, 2012년에 발생한 고종석 사건까지 사회에 큰 충격을 줬던 성폭력 범죄도 줄을 이었습니다. 성폭력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다룬 사건들이지만 가해자를 ‘괴물’로 묘사하거나(<고종석, 누가 만든 괴물인가?>, 2012년, 00투데이) 성폭력 피해자를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표현하는 등 (<‘조두순 사건’ 희생양 나영이, 인공장기 이식수술 들어가>, 2010년, 00뉴스)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선정적인 표현이 오히려 일상 속의 성폭력을 드러나지 못하게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습니다.

2013년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2013년 성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 ‘평생 동안의 신체적 성폭력 피해율’(가벼운 성추행, 심한 성추행, 강간미수, 강간을 하나 이상 경험한 비율)은 10.2%로 추정되며, 이는 10명당 1명이 성폭력 피해를 최소 1번 이상 입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폭력은 남의 일’ 혹은 ‘폭력피해자는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 아니라, 성폭력은 ‘우리의 일’이며 ‘나 또한 당할 수 있는 범죄’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성폭력피해자의 심정이 느껴졌어요”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윤희는 성폭력피해자 지원센터의 팀장이 되어 경희와 만납니다. 경희는 성폭력피해 사실을 딛고 생존자로 거듭난 윤희를 응원하며, 자신 역시 더 이상 회사 대표와 직원들의 성희롱을 참지 않기로 결심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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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고 난 후, 청소년들의 인식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에서 관객 272명을 대상으로 공연 전 ‧ 공연 후로 나누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연 전에는 ‘가벼운 스킨십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다면 성폭력이다’ 항목에 대해 3.93점을 기록한 반면, 공연 후에는 4.36점으로 대폭 상승했습니다. ‘성적수치심을 주는 농담이나 희롱은 성폭력이다’란 질문에는 공연 전 4.21점에서 공연 후에는 4.46점으로 올랐으며, ‘데이트 성폭력은 성폭력이라 보기 힘들다’란 항목에는 공연 전 2.49점, 공연 후 2.27점으로 연인 사이에서 자칫 ‘사랑’으로 오해할 수 있는 성폭력(데이트 성폭력, 스토킹 등)에 대한 인식전환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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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있을 너에게>의 양정웅 연출은 “청소년 관객들이 연극에 아주 집중했다”며 “낭독공연 당시, 전문가들과 연극의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 만큼, 청소년 관객들에게 성폭력 피해자와 성폭력 통념에 대한 메시지가 전달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14년 11월부터 성폭력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성폭력피해자 수기집(<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꽃을 던지고 싶다> 등)을 참고해 극을 쓴 김세한 작가 역시 “청소년 관객들의 몰입도에 놀랐다”며 “성폭력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가 청소년 관객들에게 얼마나 전해질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오늘 관객 반응을 보니 기우였다”고 앞으로의 공연에 기대감을 나타냈지요.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박은주 예술나눔본부장은 “내년부터 수도권에 소재한 학교나 기업, 기관 등에서 신청을 받아 순회공연을 펼칠 예정”이며 “2017년에는 전국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공연을 확대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2016년, 전국을 다니며 여러분들을 만날 연극 <어른이 되어 있을 너에게>. 많은 기대와 성원 부탁드립니다!

연극이 끝난 후...

 인터뷰  서울체육고등학교 3학년 유지훈(19)

Q) 공연 본 소감은?
집중해서 봤어요. 배우들이 현실감 있게 연기를 잘하셔서 재미있게 봤어요.

Q) 만약 주변에 성폭력 피해 친구가 있다면?
저는 더 잘해줄 거예요. 제가 그 친구의 아픔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상처를 받은 만큼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게 도와줄 거예요. 함께 밥 먹을 때도 즐겁게 먹는다거나 하면서 그걸 잊게 만들어주는 거죠.

Q) 성폭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는 잘못됐고, 성폭력이라고 생각해요.

Q) 좋았던 캐릭터는?
경희요. 윤희의 아픔을 알면서도 지나가는 것과 알았을 때 이야기하는 건 다르니까요. 용기 있다고 생각해요.

Q) 성폭력을 줄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교실에서 가만히 앉아 듣는 교육보다는 이번 연극처럼 직접 보고 겪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와 닿을 것 같아요.


 인터뷰  서울체육고등학교 3학년 조정하(19)

 

Q) 공연 본 소감은?
성폭력에 대해 기존과 다르게 해석해서 좋았어요. 마지막에 “말하지 않으면 무감각해진다”는 대사가 인상 깊었어요.

Q) ‘성폭력’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
대체적으로 무조건 안 좋은 이미지만 있는 것 같아요. 어른들이 어린 아이한테 성폭력을 저지르는 것뿐만 아니라 또래에서도 발생한다고 생각해요. 나이가 들수록 성폭력이 내 일처럼 느껴져요.

Q) 좋았던 캐릭터와 싫었던 캐릭터?
주인공인 경희가 좋았어요. 경희는 윤희의 아픔을 늦게 깨달았지만, 뒤늦게라도 윤희에게 와서 사과하는 게 좋았어요. 싫었던 사람은 회사대표고요. 자기도 여자라면 같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익만을 좇는 게 싫었어요.

Q) 성폭력을 줄이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지금과 같은 성폭력예방교육은 뻔해서 별로예요. 아이들과 성폭력에 대해 상담을 자주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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