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셋째 주
중학교 때 단짝이었던 친구 Y. 당시 밤늦게 Y와 소통하기 위해선 큰 용기가 필요했다.
무섭고 깐깐한 그의 어머니를 통과해야 했기 때문. 명확한 용건, 심야통화의 당위성, 전화예절 등을 몇 번이고 빈틈없이 확인한 후에야 도전이 가능하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전 Y친구 OO이라고 합니다. 밤늦게 정말 죄송한데요. 낼 준비물이 바뀐 걸 알려줘야 해서 전화했습니다. 혹시 통화가 가능할까요?”
대충 이런 식이었단 얘기다. 물론 전화기가 넘겨지면 용건은 달라질 수 있었다.
지난해 연말, 터키여행을 계획하다 이내 마음을 접었다. 몇 가지 걸림돌이 있었는데, 가장 컸던 건 역시 테러 위험이었다. ‘테러(Terror)’의 어원이 ‘겁을 주다’란 걸 감안하면 제대로 굴복당한 셈이다. 해가 바뀌었지만 비보는 끊이질 않는다. 특히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대륙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테러가)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공포심마저 부추긴다.
파괴, 죽음, 공포… 테러는 가장 원초적인 방식으로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런데 그 저변에선 오히려 최신 소통방식이 활용된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은 기본이고, 콘솔 게임 플랫폼을 메신저로 활용한단 얘기도 있다. 가장 큰 무기는 ‘SNS’란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발칵 뒤집었던 ‘김군’ 사건 역시, SNS가 국내 고교생과 해외 테러집단의 연결고리가 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해 연말에는 미국의 한 테러사고 미망인이 트위터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일도 있었다. “테러집단이 메시지를 전파하고 조직원과 자금을 모집할 때 (트위터가) ‘물리적 지원’을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빠르고 손쉬운 접근, 세계를 하나로 묶는 무시무시한 확산력이 SNS의 미덕이라면, 이면엔 부작용도 많다. (SNS상)말 한마디로 ‘빨간 줄’ 생긴 사람도 있고, 평생 명성을 송두리째 날리기도 한다. 프라이버시 침해, 명예훼손, 마녀사냥 등도 단골 이슈다.
쉽고 빠른 전파를 위해 무게를 너무 많이 덜어낸 것일까.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선 ‘말의 무게는 곧 책임의 무게’라고 했다. 나풀나풀 책임지지 않는 말이 난무하는 공간. 그래서 퍼거슨경이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일갈했나보다.
전문가들은 차세대 SNS는 폐쇄성과 익명성, 그리고 휘발성(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이 보다 강력해질 것이라고 예언한다. 빠르고 파괴력 높은 소통에 은밀함이 추가 장착된다. 더 가볍게 말하고, 훨씬 무거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단 얘기다. 그리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친구에게 전할 말을 몇 번씩 되뇐 후, 심호흡 크게 하고 전화기를 들었던 그 시절 그 소통법과는 참 많이 다르다.
/글: 최태욱 편집장
+ Weekly the First + Weekly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