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독특함을, 모두의 아름다움으로’
HOME > > >
‘나만의 독특함을, 모두의 아름다움으로’
‘나만의 독특함을, 모두의 아름다움으로’
2016.01.18 21:36 by 조철희

치열한 세상이다. 부대끼며 살다 보면 한 번씩 이런 물음을 던지게 된다. ‘이게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일까…’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이 물음에 응답한 사람들의 스토리다. 누군가는 창업을 했고, 어떤 이는 공방을 열었다. 무작정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고 갈 길은 멀다. 제대로 구조를 갖추지 못해 고군분투하기 일쑤다. 그래도 고무적인 건, 이들 모두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는 점이다. ‘언더 스탠드 에비뉴(Under Stand Avenue)’는 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공간이다. 롯데면세점이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성동구청과 함께 꾸려가는 사회공헌 창조공간으로, 우리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혁신기업가‧예술가‧비영리기획자 등이 함께한다. 더퍼스트는 이들의 도전이 활짝 꽃피우는 그날을 기대하며 ‘변화를 만나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완벽하진 않지만 진짜다.(Not perfect but original.)’

라이브 프린팅 스튜디오 ‘카커메이미’의 슬로건이다. 카커메이미(Cockamamie)란 용어는 1950년대 미국에서 탄생한 신조어로, 기괴하고 삐뚤빼뚤한 모양을 말한다. 왜 이런 이름을 사명(社名)으로 삼았을까. 이미정(31) 카커메이미 대표는 “세상에 하나 뿐인, 나만이 만들 수 있는 유니크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01

지난해 문을 연 카커메이미는 실크스크린 기법(비단‧나일론 등의 구멍을 통해 잉크나 물감을 판 아래 놓인 소재에 직접 인쇄하는 판화 방식 중 하나)을 활용해 제품을 만든다. “미대(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 출신이지만, 실크스크린을 배운 적은 없다”는 이 대표가 이 기법으로 사업까지 나선 이유는 뭘까?

“저는 좋은 것, 예쁜 것을 보면 ‘갖고 싶다’가 아니라 ‘그만큼 만들고 싶다’고 느껴요. 하지만 전 그림을 잘 못 그리거든요.(웃음) 실크스크린은 그런 저에게 딱 맞는 기법이었죠. 컴퓨터로 디자인한 도안을 나무 프레임에 앉히고 밀기만 하면 그림이 탄생하니까요. 여러 색깔의 조합을 통해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점은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02

실크스크린은 하나의 도안을 재사용해 여러 장을 찍어낼 수 있고, 종이‧캔버스‧나무‧유리 등 다양한 소재에 접목 가능하다. 때문에 제품 생산에도 용이하다. 티셔츠, 가방, 파우치부터 열쇠고리 등 작은 소품까지 카커메이미의 제품군이 다채로운 이유다. 소비자를 만나는 데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8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폴란드천년의 예술전’에선 아트상품을 선보였고, 12월엔 ‘2015 서울디자인위크’의 디자인메이트로 선정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제품을 전시‧판매하기도 했다.

폴란드천년의 예술전(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선보인 아트상품(왼쪽)과 앤디워홀전(DDP)에서 전개한 라이브스크린프린팅 작업(오른쪽)의 모습

‘기괴하고 삐뚤빼뚤함’을 모티브로 삼고 있는 만큼, 카커메이미가 가장 강조하는 디자인 포인트는 역시 독특함이다. 전통적인 기법을 응용한 다양한 작업 방식은 이를 한층 강조시킨다. 종이를 찢거나 오리고, 물감을 섞고 뿌리는 등의 기법을 통해 하나의 판으로 단 하나뿐인 여러 장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 시트지를 활용해 간편하게 프린트할 수 있는 기법도 활용한다.

카커메이미는 종이를 찢고 오리고 물감을 뿌리고 섞는 등 전통적인 실크스크린 방법을 응용하여 다양한 작업을 시도한다.

카커메이미는 이러한 공정을 시민들과도 공유한다. 누구나 직접 실크스크린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라이브 프린팅’ 행사가 그것이다. 현장에서 에코백과 같은 기념품을 만들어 증정하거나 바디프린팅 등의 기회를 제공했다. 기업 프로모션 행사의 일환으로 현대백화점, 페이스북, 앤디워홀전(展)등과 함께 시민들을 만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행복의 조각들 프로젝트’도 전개하고 있다. 개개인이 사연과 함께 시트지에 문양을 오려 카커메이미로 보내면, 이미정 대표가 이를 조합해 각기 다른 패턴을 천에 찍어내는 것. 일종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공동작업)’인 셈이다. 지난해까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민은 100여명에 이른다.

이미정 카커메이미 대표

올해부턴 ‘언더 스탠드 에비뉴’(서울 성수동)의 오픈스탠드에서도 카커메이미를 만나볼 수 있다. 실크스크린 제품과 체험 프로그램으로 공간이 채워질 예정. 이미정 대표는 “가격대가 높은 장비 대신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실크스크린 키트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이 대표는“기업과 함께하는 라이브 프린팅 행사는 제약이 많은데, 오픈스탠드에서는 카커메이미만의 느낌을 제대로 살린 프로그램을 전개할 수 있어 기대된다”며 “앞으로 많은 시민들과 만나며 실크스크린이 대중적인 장르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진: 카커메이미 제공

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