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지 않은가. 도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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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8 20:58 by 조철희
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 우승 호주팀 '하트넷' 선수  

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 결승전이 끝나고 선수들이 모두 벤치로 돌아간 순간, 가장 늦게까지 코트 위에 남아 우승의 기쁨을 만끽한 선수가 있었다. 대회 내내 ‘스타팅 파이브’로 묵묵히 활약한 호주 대표팀의 백넘버 8번, 마이클 하트넷(Michael Hartnett) 선수다.

하트넷1
그는 현재 호주의 휠체어농구팀 퍼스 휠캣츠(Perth Wheelcats) 소속이다. 1982년 생으로 포지션은 가드를 맡고 있다. 1997년 주니어 국가대표로 발탁된 이래 2008년 패럴림픽(중국 베이징)과 2010년 세계선수권(영국 버밍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호주 휠체어농구 영광의 순간을 함께 해 왔다. 대표팀의 맏형 브래드 네스(Brad Ness)가 그의 롤모델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장애인스포츠에 등급 규정이 있는 것처럼 휠체어 농구도 그렇다. 하지만 휠체어농구의 경우 장애정도가 아닌 선수의 운동능력과 활동범위를 기준으로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휠체어농구선수는 1.0에서 4.5까지 0.5 단위 8개 등급으로 분류된다. 활동범위가 넓고 운동 능력이 탁월할수록 높은 수치의 등급을 받는다. 대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국제휠체어농구연맹(IWBF) 주관 대회에서는 코트 위 선수 5명의 등급 총합이 14점을 넘을 수 없다.

하트넷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1.0 등급으로 분류돼 출전했다. 모든 경기에 나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팀 동료들을 서포트했다. 9경기 동안 8개의 리바운드와 3개의 스틸을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출전 시간은 29분 51초. 팀 내 12명의 선수 중 세 번째로 많은 시간을 코트 위에서 누볐다.

경기 후 찾아간 선수대기실에서 마이클 하트넷 선수를 만났다. 아직 우승의 기쁨이 가시지 않은 듯 상기된 표정으로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마이클 하트넷(Michael Hartnett, 가운데)이 선수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사진 제공 : 2014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 먼저 오늘 우승 축하한다.

고맙다. 4년 전 같은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는데, 또 다시 우승해 꿈만 같고 좋다.

- 오늘로서 2연패에 성공했다. 호주 대표팀이 우승할 수 있었던 힘이 어디에 있었다고 생각하나.

우리 팀엔 젊은 선수들이 많아 선수층에 깊이가 있다. 이들이 밑에서 치고 올라오기 때문에 나이 많은 선수들도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선의의 경쟁 구도가 우리를 최고로 만들었다고 본다.

-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기는 무엇인가.

2008년에 베이징에서 열렸던 패럴림픽이다. 프로선수로서 임했던 첫 국가대항전이었다. 주전으로 들어가서 많은 책임감을 느꼈고 굉장히 압박을 받았는데, 금메달을 따게 되면서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 있다.

- 개인적인 질문으로 넘어가보자. 휠체어농구를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가.

7살 때 차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 전부터 스포츠를 많이 좋아했고, 그래서 사고 후에도 휠체어를 탄 채 운동 하는 것이 내게 당연한 일로 느껴졌던 것 같다.

- 휠체어테니스 등 휠체어를 타고 플레이하는 다른 종목도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수 있나.

나는 운동하는 과정에서 즐거운 시간을, 때로는 힘든 시간을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팀워크가 살아 있는 휠체어 농구에 매료됐다고 생각한다.

- 상당히 어렸을 때 사고를 당했다. 힘들었던 적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이겨냈나.

사고 당시 너무 어렸던 게 내겐 행운이었다. 장애를 가지게 됐다고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휠체어를 타는 것이 정말 멋진 일이라고 느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보여줄 때면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휠체어농구를 하면서는 웬만한 비장애인보다 농구를 잘 하게 됐다. 나도 장애가 없는 사람들보다 더 나은 뭔가를 보여줄 수 있다고 느꼈다. 오늘처럼 비장애인과 똑같이 경기를 하고 승부를 내는 것은 휠체어농구의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한다.

- 한국에는 아직도 자신의 장애를 감추려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한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호주도 똑같다. 전 세계 여러 나라들을 가 봤지만 대부분 그랬다. 이런 부분은 각각의 개인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나는 스포츠를 할 수 있게 돼 정말 행운이었다. 하지만 다른 장애인들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집에만, 병원에만 있을 필요는 없다. 이건 가장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자기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살아있지 않은가. 인간은 살면서 많은 도전을 하기 마련이다. 그건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다르지 않다.

- 본업이 따로 있어서, 혹은 생계를 위해 여러 장애인선수들이 스포츠 외 다른 일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당신의 경우는 어떤가.

운 좋게도 난 지난 4년 간 프로선수로 이탈리아에서 활동했다. 그게 내 직업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 꿈의 직장에 다닌 셈이다. 그 전에는 심리학을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세계 선수권이 끝나고 호주에 돌아가면 다시 학업을 시작하려 한다.

- 그렇다면 학업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공부를 통해서 사회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그리고 장애인들로 하여금 “나는 장애인이다”, “나는 불행하다”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는지를 찾는 것이 내 목표이자 약속이고, 또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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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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