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퍼스트 해변, 송도해수욕장을 가다
더 퍼스트 해변, 송도해수욕장을 가다
2016.03.02 18:32 by 이한나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에는 맛집이 없다? 여행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을거리! 다대포해수욕장 인근의 소소한 맛집들을 찾아봤다.

누구에게나, 무엇에게나 ‘처음’은 남다르다. 그렇다면 이곳은 정말로 특별한 곳임에 틀림없다. 무려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개장한 공설 해수욕장. 그 영광스런 타이틀을 가진 곳은 해운대도 경포대도 아닌, 부산 송도(인천이 아니다!) 해수욕장이다.

대한민국 제1호 공설해수욕장의 위엄.

 

| “응답하라 1970”… 인천‧포항‧부산의 송도(松島)해수욕장

‘송도해수욕장’은 우리나라에 총 세 곳이 있었다. 인천, 포항, 그리고 이 글에서 소개하는 부산에. 지금은 ‘해수욕장’ 하면 많은 사람들이 부산의 해운대를 떠올릴 테지만, 1960~70년대만 해도 이 세 곳이 각 권역을 대표하는 해수욕장으로서 그 명성을 나눠가졌다.

인천 송도유원지 전경. '국내 1호 유원지시설'이라는 명성을 뒤로 하고 지난 2011년 폐장했다. (사진: 인천광역시 연수구 / http://www.yeonsu.go.kr)

1939년 개장한 인천 송도해수욕장은 제방을 쌓아 인공적으로 만든, 국내에서 유일한 수문개폐식 해수욕장이었다. 1963년 놀이기구, 보트장, 야영장 등을 갖춘 송도유원지로 탈바꿈하면서 전성기를 맞았고 1970년에는 전국 최초의 유원지 시설로 지정됐다. 한 해 100만 명이 찾는 수도권의 명소였지만, 경쟁력 있는 유원지가 하나 둘 들어섰고, 노후화된 시설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지난 2011년 폐장됐다.

1977년의 포항 송도해수욕장. (사진: 송도동 주민센터/ http://song-do.ipohang.org/)

포항의 송도해수욕장은 인천보다 8년 앞선 1931년에 정식 개장했다. 얕은 수심에 조수간만의 차가 거의 없고, 너비 70m에 이르는 백사장, 그 뒤로 펼쳐진 울창한 방풍림은 해수욕장으로서의 천혜의 입지였다. 1960~70년대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해수욕장으로 자리매김했지만, 60년대 말부터 백사장 면적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포항제철이 들어서며 조성된 매립지로 해수면이 상승했기 때문. 1978년 폭풍해일로 백사장 대부분이 유실돼 큰 위기를 맞았고, 이후 오염된 흙으로 백사장을 매립해 악취와 함께 피부병을 유발하는 문제가 발생해 사람들의 발길이 점차 끊기게 됐다. 지난 2007년부터 잠정 휴장에 들어갔고, 오는 2018년까지 백사장 복원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부산 송도해수욕장의 전성기 역시 1960~70년대였다. 도심 앞바다에 펼쳐진 탁 트인 해변, 해상 케이블카가 오르내리고 유람선이 노니는 풍경…. 부산 시민들이 편히 찾는 놀이공간이자 전국구 신혼여행지로, 내‧외지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부산의 도시화가 가속되면서 중심지와 인접한 송도부터 오염되기 시작했다. 부산 시민들은 외곽의 광안리나 해운대를 찾기 시작했고, 겨우 횟집들만이 명맥을 유지했을 정도. 2000년대부터 백사장 및 주변 환경 정비사업이 진척됐고, 개장 100주년을 맞으며 재도약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 작지만 유서 깊은, 그래서 특별한

송도해수욕장 홈페이지(http://songdo.bsseogu.go.kr/)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은 이미 일제 강점기 초반에 일본인들에 의해 관광지로 개발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부산에 거류 중이던 일본인들이 ‘송도유원주식회사’를 설립해 ‘수정’이라는 휴식소를 설치하고 해수욕장 개발에 착수, 1913년 개장됐다.

1910년대 개장 초기 송도해수욕장의 모습. (사진: 부산시 서구청-송도해수욕장 기념사진전 제공/songdo.bsseogu.go.kr)
1920년대 송도해수욕장의 모습. 사진 속 인물들의 복장에서 당시 시대상이 묻어난다. (사진: 부산시 서구청-송도해수욕장 기념사진전 제공/songdo.bsseogu.go.kr)
1970년대 송도해수욕장의 모습으로, 사진 속 케이블카는 1988년 철거됐다. 2017년 이곳에 새로운 케이블카가 들어선다고 하니,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사진: 부산시 서구청-송도해수욕장 기념사진전 제공/songdo.bsseogu.go.kr)

그러나 도시화가 진척되면서 산업 오수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워낙 면적이 좁은 탓에 그 인기가 갈수록 시들해졌다. 이를 되살리기 위해 지역사회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현재는 스카이워크, 거북섬 등 눈으로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해수욕장으로 나름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부산의 해수욕장들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역동적이기보다는 정적이며 고즈넉한 정취를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진: 이한나)

 

| 혼자라서 볼 수 있었던 것들

한적한 일요일 오전, 송도 해수욕장을 찾았다. 가자마자 해녀 분들을 만났다. 이제껏 뵌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운이 좋았다. 이 분들의 물질로 거둔 수확물들이 해수욕장 주변 횟집들에 팔린단다. 송도도 수질이 예전에 비해 많이 깨끗해졌으니, 꽤 신선할 듯싶다. 한창 물질을 나가실 때라 말을 걸어보진 못했다. 언제 보아도 해녀복에서는 강한 생명력이 뿜어져 나온다. 그리고 모두가 간과하지만, 살아남고자 하는 그 역동적인 힘은 그 자체로 무척 아름답다. 오래도록 그분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 건 그래서였다.

묵묵한 뒷모습. (사진: 이한나)

날씨는 맑았지만 역시나 바람이 무척 거셌다. 송도 해수욕장은 유난히 벤치, 흔들의자 등 앉을 곳이 많이 보였는데, 겨울이라 앉아 있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여름에는 꽤나 인기가 좋을 것 같다. 심지어, 이 짧은 해안선을 사이로 운행하는 당나귀 마차(?)도 있다. 당나귀들도 나처럼 추워 보였는데, 기분 탓일까. 그런데, 이 날씨에 저걸 타는 사람은 또 있을까. 엉뚱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사진: 이한나)
故 현인 선생의 동상. (사진: 이한나)

해수욕장 한가운데에는 해방 직후와 6.25 등으로 어렵고 힘들었던 우리나라를 노래로 위로했던 부산의 가수 故 현인 선생을 기리는 ‘현인광장’이 마련되어 있다. 송도 해수욕장 역시 해방 직후 큰 사랑을 받았던 해수욕장이니, 이곳에 현인 선생의 동상이 우뚝 서 있는 것이 참으로 어울리는 것 같다. 상처 입은 우리 민족의 아픔을 어루만졌다는 영광스러운 공통점을 가졌으니 말이다. 2005년부터는 매년 이곳에서 ‘현인가요제’도 열리고 있다.

 

| 감지되는 변화와 변함없는 아름다움

스카이워크(구름 산책로)의 진입로. 옆쪽에는 또 다른 산책로가 공사에 한창이었다. 송도는 여전히 변화하고 있다.

휘적휘적 걷다 보니 어느덧 처음 시작한 곳에서 정 반대 지점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송도 해수욕장의 신흥 명소인 스카이워크가 있다. 스카이워크는 바다 한가운데로 유유히 산책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다리 모양의 길인데, 정식 명칭은 ‘구름 산책로’(등대로)다. 새벽 6시부터 밤 11시까지 즐길 수 있으니, 사실상 시간의 제약이 거의 없는 편.

그러나 스카이워크 이전에 이곳을 지키던 터주대감은, 거북 모양의 아주 자그마한 섬, 거북섬이다. 실제로 스카이워크 역시 거북섬을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고, 저녁이면 이따금 통기타 가수들이 희미한 불빛 아래서 버스킹을 해 낭만을 더하는 데이트장소이기도 하다. 보다 실감나게 거북섬과 스카이워크를 보여주기 위해 영상을 촬영해 보았다.

휴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산책로 중간중간 통유리, 철골 등 발밑의 바다가 보인다. 튼튼하다고 믿으면서도 자꾸만 찾아오는 아찔함에 나도 모르게 발을 옆으로 향하게 된다. 이 길의 끝에는 망원경을 동반한 동그란 전망대가 관광객을 반기는데, 철썩거리는 파도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햇빛과 등대가 어우러진 환상적인 풍경이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세상에는 사진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원초적 아름다움이 참 많다. 이럴 때마다 나는 눈으로 본 것을 컴퓨터처럼 캡쳐할 수만 있다면, 하고 입맛을 다신다.

왼쪽에 보이는 다리가 바로 최근 지어진 남항대교다. 유난히 바다가 푸르렀다. (사진: 이한나)

 

| 바람도 쉬어가던 높은 곳, 송림공원

거북섬을 벗어나 도로 맞은편으로 오면 여름마다 바쁠 것이 분명해 보이는 조촐한 음악분수가 있고, 그 위로 난 나무계단이 하나 보인다. 이름 하여 ‘송림공원’이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이라 호기심이 동했다. 그런데 계단이 꽤 많다. 운동부족으로 다리가 후들거렸다.

(사진: 이한나)

대단한 규모나 시설을 갖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눈에 보이는 바다와, 흙과 나무가 주는 맑은 기운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책이 비치된 아주 작은 도서관이 있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정자가 있다. 커플끼리 사진 찍으면 딱 좋을 ‘청혼광장’도 있다. (그러나 광장이라 하기엔 너무나 아담하다.) 그리고, 나는 이 사진을 건졌다.

송도가 이렇게 아름다웠는지 그 땐 미처 알지 못했지. (사진: 이한나)

고도가 높아 바람이 거셀 줄 알았더니, 오히려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했다. 사진기를 내려놓고, 스카이워크에서보다 더 반짝이는 바다를 그저 바라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갈매기 몇 마리가 유유히 바람을 가르고 있었고, 일순간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 송도해수욕장, 이렇게 가이소!

송도 해수욕장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남포동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다.(가까운 지하철역이 없다!) 부산지하철 1호선 남포동역에서 하차, 1번 출구 혹은 남포지하쇼핑센터 11번 출구로 빠져나온다. ‘남포문고’만 찾으면 이미 반은 성공한 셈.(1번 출구에서 나온 방향으로 도보 4분, 쇼핑센터 11번 출구 바로 앞.) 남포문고를 등 뒤에 두고 왼쪽으로 조금 이동하면 '대동약국'이 보인다. 그 앞 버스 정류장으로 차분히 가서 7번, 9번, 9-1번, 26번, 30번, 71번 버스 중 아무거나 타면 된다. 어차피 이 버스들 모두 코스는 똑같으니 걱정 말고 이 중 가장 빨리 오는 걸 타도록 한다. 편안히 창 밖에 보이는 부산의 모습들을 감상하다 ‘송도 입구’ 정류장에서 내리면 도착!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송도를 가는 길이 조금 험하다는 거다. 부산의 드라이버 분들은 대체로 험하신데, 길까지 험하다고 생각해 보라. 손잡이 꽉 붙잡는 게 좋을 것이다.

다음이야기 물놀이는 꿈도 꿀 수 없는 추운 겨울바다, 뭣하러 가냐고? 송도해수욕장의 고즈넉한 정취와 함께할만한 인근의 즐길거리, 먹을거리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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