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0명 중 1명은 아직도 오염된 물 마셔…이들에게 희망 선사하는 적정기술들
전 세계 10명 중 1명은 아직도 오염된 물 마셔…이들에게 희망 선사하는 적정기술들
전 세계 10명 중 1명은 아직도 오염된 물 마셔…이들에게 희망 선사하는 적정기술들
2016.03.22 18:51 by 조철희

물 없이는 지구상에 어떤 생명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이 사실을 망각하곤 합니다. 마음껏 쓸 수 있는 깨끗한 물이 주는 혜택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말이죠.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입니다. 1992년 UN 총회에서 결의된 세계 물의 날은 수자원의 보전과 개발에 대해 생각하는 날로, 세계 각국에서 이 국제적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의와 세미나,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사진: Kwok Design/shutterstock.com)

오염된 식수로 매일 900명의 아이들이 목숨을 잃어갑니다

UN에 따르면 지난해 안전한 물을 마실 수 없는 사람이 6억5000만 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전 세계 인구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안전하지 못한 물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염성 질병을 일으키는데,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치명적입니다. 매일 약 900명의 5세 미만 어린이가 오염된 식수로 인한 심각한 설사병으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슬럼가에서 오염된 물에 씻고 있는 아이의 모습 (사진: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70054)

안전한 식수가 확보되지 않는 문제는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에서 특히 심각합니다. 캄보디아와 방글라데시에서는 위생시설 부족으로 지하수마저 비소에 오염됐습니다. 발암물질인 비소는 매우 위험한 독성물질인데요. 캄보디아에서는 일부 지역의 식수에서 기준치 100배가 넘는 비소가 검출됐고, 방글라데시에서는 5000만 명이 비소에 노출돼 있습니다. 한편, 섬나라인 필리핀은 상수도 보급률이 43%로 작은 섬들 구석구석까지 수돗물이 보급되기는 힘든 실정입니다. 상수도가 일찍이 민영화 돼 요금이 꾸준히 상승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인도에서 갠지스강의 물을 그대로 마시는 어린이 (사진: Vlad Karavaev / Shutterstock.com)
에티오피아에서 흙탕물을 사용하기 위해 긷고 있는 모습 (사진: Martchan / Shutterstock.com)

생존과 직결되는 물 문제는 때때로 극심한 분쟁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최근까지 중동지역에서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가뭄은 지난 900년 중 가장 심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리처드 시거 컬럼비아대 교수는 시리아 내전의 원인을 가뭄으로 농토를 버린 농민들이 반정부 시위대에 가담한 것에서 찾기도 했습니다.

안전한 식수를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 ‘적정기술’

더러운 식수를 정수하거나,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보급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왔습니다. 이미 지난 2010년, 안전한 식수에 접근 불가능한 인구 비율이 1990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국제기구나 국가차원의 노력과 더불어 최근에는 기업과 단체, 개인의 ‘적정기술’ 아이디어가 여기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라이프스트로’를 사용해 계곡 물을 그대로 마시는 어린이 (사진: http://hikebloglove.com/)

다국적 그룹 베스터가드 프랑센(Vestergaard Frandsen)이 만든 ‘라이프스트로(Lifestraw)’는 빨대 모양의 휴대용 정수기입니다. 개인용은 한 사람이 1년간 먹기에 충분한 용량인 700리터의 물을 정수할 수 있으며, 99.9999%의 수인성 박테리아와 98.5%의 바이러스를 제거합니다. 가족용의 경우 한 가족이 2년간 먹을 수 있는 1만8000리터의 물을 정수 할 수 있는데요. 심하게 오염된 혼탁한 물도 금세 깨끗한 물로 정수하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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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씩 뜯어 쓸 수 있는 필터가 책 형태로 만들어진 ‘드링커블 북’ (사진: http://waterislife.com/)

‘마실 수 있는 책’이라는 뜻의 ‘드링커블 북(Drinkable Book)’은 미국의 비영리단체 워터이즈라이프(Water is Life)와 디자이너 브라이언 가트사이드(Brian Gartside)가 함께 만든 것입니다. 은 나노입자로 코팅된 책속의 내지가 유해세균과 수인성 바이러스를 99.9% 제거하는 필터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60일 동안 사용 가능한 필터 20장으로 한 권이 구성돼 있으며, 이는 약 5000리터의 물을 정수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합니다.

‘와카워터’가 설치되고 있는 모습(사진: warkawater.org)

이탈리아의 디자이너 아르투로 빗토리 (Arturo Vittori)가 고안한 ‘와카 워터(Warka Water)’는 어디든 세워 두면 공기 중에서 물을 만들어내는 탑 모양의 장치입니다. 높이는 9미터 가량으로, 가벼운 재질의 골조 안에 나일론이나 폴리프로필렌 매쉬 그물을 매달은 형태입니다. 낮과 밤의 일교차로 풀잎에 이슬이 맺히는 자연현상에 착안해 개발한 것인데, 일교차가 큰 아프리카에 특히 적합한 기술입니다. 설치비용은 우리 돈 약 50만원으로, 한 대가 하루에 95리터의 물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햇빛을 이용해 정수하는 ‘솔라볼’은 하루 3리터의 물을 정수할 수 있습니다. (사진: poafrica.wordpress.com)

미국의 대학생 조나단 리우(Jonathan Liow)가 고안한 ‘솔라 볼(Solarball)’은 공 모양으로 생긴 정수기입니다. 투명한 공 모양의 정수기안에 물을 담아서 햇빛 아래에 두기만 하면 더러운 물은 증발하고 오염 물질은 바닥에 걸러지며 깨끗한 물만 남게 되는 원리인데요. 하루에 3리터의 물을 정수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공 모양으로 디자인 한 것은 먼 거리를 걸어서 물을 길어 와야 하는 아이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빌게이츠가 옴니프로세서에서 생산된 물을 맛있게 마시고 있습니다. (사진: https://www.youtube.com/watch?v=bVzppWSIFU0)

인간의 배설물을 통해 식수를 얻는 아이디어도 있습니다. 바로 ‘옴니프로세서(Omniprocessor)’ 프로젝트인데요. 인분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기존의 기계를 빌게이츠와 그의 부인이 세운 비영리재단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Bill&Melinda Gates Foundation)’에서 개선한 것입니다. 배설물을 넣으면 장치는 이를 끓여서 수증기와 마른 찌꺼기로 분리하는데요. 마른 찌꺼기는 발전기의 에너지원으로 활용돼 전기를 생산하고, 이 과정에서 나오는 수증기를 정수해 식수로 만듭니다. 현재의 기기는 한 번에 10만 명의 배설물을 처리해 250㎾의 전기와 8만6000리터의 식수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고 합니다.

‘빗물을 마실물로!’ 희망브리지의 빗물식수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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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브리지는 지난해 7월, 필리핀의 지비팅길(Gibitngil) 섬과 다쿠(Mambacayao daku)섬을 찾아 빗물식수시설을 설치했습니다. 이전까지 두 섬은 자체적으로 식수와 생활용수를 조달할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작은 섬에서는 아무리 우물을 파도 소금물만 나왔고, 많게는 2시간을 배를 타고 나가 물을 사서 써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물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은 가계 생활비의 약 5분의 1로, 그만큼 삶의 질도 낮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모님들이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농사와 어업에 몰두하는 사이, 물을 사오는 것은 온전히 아이들의 몫이었습니다. 물을 구하러 가느라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었지요. 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물을 사 오는 것은 오롯이 아이들의 몫입니다.

각 섬에 설치된 빗물식수시설은 햇빛을 차단하고 필터를 통해 빗물에 쓸려온 모래, 먼지, 나뭇잎 등의 불순물을 걸러낸 후 탱크에 저장하는 원리입니다. 빗물식수시설의 취수부 넓이는 가로‧세로 각 10미터로, 여름철 한 달 강우량이 평균 350~400mm인 이 지역에서는 산술적으로 최대 월 40톤가량의 빗물을 식수로 환원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하루 2리터의 물을 식수로 사용한다고 하면, 한 달 기준 약 670명분이나 됩니다. 지비팅길 섬과 다쿠 섬의 인구는 각각 500명과 280명 규모로, 이제 이곳 주민들의 식수 자급도 현실로 다가온 셈입니다.

빗물식수시설은 모터를 사용하지 않는 자연적인 시설이기 때문에 전력이 들지 않습니다. 현지 주민들이 직접 설치에 참여한 덕분에 추후 문제가 발생해도 직접 수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를 가장 반긴 건 아이들이었습니다. 더 이상 2시간 거리까지 나가 물을 사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죠. 이제 그 시간은 온전히 아이들의 것입니다. 건강한 물을 마시며 건강한 미래를 꿈꿔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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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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