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의 세계 여행’ 그 이국적인 풍미 속으로
‘한 그릇의 세계 여행’ 그 이국적인 풍미 속으로
‘한 그릇의 세계 여행’ 그 이국적인 풍미 속으로
2016.03.31 17:27 by 최현빈

다양한 국기들이 위용을 뽐낸다. 붉은색과 황금색이 섞여 웅장함을 더하는 스페인 국기도 있고, 녹색바탕에 하얀 달과 별로 신비감을 뽐내는 파키스탄 국기도 있다. 중국의 새빨간 오성홍기도 빠지지 않는다. ‘세계 박람회라도 열리나?’싶어 기웃거림도 잠시, 이번엔 다양한 향기가 유혹한다. 싱그러운 사과 향도, 달콤한 꿀 냄새도 난다. 때는 마침 점심시간, 강렬한 향이 이끄는 곳으로 무작정 발걸음을 옮긴다. AT센터(서초구 양재동) 지하1층에 자리 잡은 ‘에이토랑(Atorang)’이 그 무대다.

에이토랑은 일종의 푸드 쇼케이스 현장이다. 외식창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이 이곳에서 식당 운영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식당 임대료와 주방 자재를 무상으로 지원한다. 서류평가와 실기평가에 합격한 청년들은 자신이 직접 개발한 메뉴로 3주 동안 고객들을 만난다. 관리비를 제외한 모든 이익 역시 청년들의 몫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경희대, 성신여대 창업팀 등 6개 팀이 이 무대에서 자신들의 가능성을 시험했다.

지난 28일 찾은 이곳의 새 주인은 7번째 주자 ‘원파인디너(One Fine Dinner)’였다. 세계의 요리를 선보이는 푸드 스타트업으로, 다음달 15일까지 매일매일 다른 나라의 다양한 요리들을 선보인다. ‘한 그릇의 세계 여행’이란 테마가 붙은 것도 그래서다. 이 날의 요리는 스페인 요리인 ‘소고기사과스튜’. 사과가 유독 많이 나 사과를 응용한 요리가 많다는 스페인 바스크 지방. 그 특별한 풍미를 느껴보자. 유럽의 스페인이 아닌, 서울의 양재동에서!

요리를 통한 문화의 교류

“여행을 즐겼는데, 특히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Airbnb)’를 이용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지구 반대편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공간을 통해 관계를 맺는다는 건 정말 매력적인 일이잖아요. 이걸 음식에 접목시키면 어떨까 싶었죠.”

박현린(35) 원파인디너의 대표의 말이다. 이 회사는 다양한 문화를 가진 이주민들이 자신의 요리를 다양한 사람들과 나눌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일을 한다. 결혼이주민들을 비롯한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자국의 요리를 내국인들과 나누며, 어울림과 소통의 문화를 만들어가자는 취지다. 요리를 하고 싶은 사람이 신청을 하면, 원파인디너 내부의 전문가들이 요리를 심사하고, 음식을 나눌 장소와 일정을 정한다. 박 대표는 “직접 요리를 선보일 이주민들을 ‘호스트’라 칭하고 손님을 ‘게스트’라고 부르는 데, 이 역시 에어비앤비 모델에서 차용한 개념”이라고 했다.

‘Open your Kitchen’은 원파인디너의 슬로건이다.

원파인디너는 지난 여름부터 미국, 캐나다, 몽골, 파키스탄 등 각지의 호스트들을 모아 작은 팝업 레스토랑들을 열기 시작했다. 또한 결혼이주민단체 ‘미래 길’과도 협약을 맺어 고향의 맛과 문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이주민들을 발굴하고 있다. 주로 홍대 ‘슬로비’나 서래마을 ‘퀴킨오슬로’ 같은 오픈 키친에서 음식을 선보였는데, 이번 에이토랑 운영 경험을 토대로 향후에는 상설 공간을 꾸릴 계획도 세우고 있다. 박 대표는 “세계의 가정식을 먹고 싶은 사람이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는 원파인디너만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현지의 맛 그대로’ 외국인 친구 엄마가 만들어준 밥을 짓습니다

원파인디너가 고객들에게 선사하고자 하는 맛은 ‘외국인 친구의 엄마가 손수 만들어준 밥’이다. 그만큼 ‘현지 스타일’을 중요시한단 얘기다. 타깃도 명확하다. 정말 이국적인 맛을 원하는 도전적인 사람들이다. 박 대표는 “최근 세계의 요리를 맛 볼 수 있는 음식점이 많이 생기긴 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세계의 음식을 우리 입맛에 맞춘 것”이라며 “그 나라 고유의 정서를 온전히 느끼기엔 2%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날 선보인 ‘소고기 사과 스튜’메뉴도 마찬가지다. 겉모양은 커리와 흡사했지만, 맛은 전혀 달랐다. 생소하지만, 신선한 풍미에 고객들은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이날 현장을 찾은 최하연(23‧디자이너)씨는 “씹을 때마다 새콤달콤한 사과 향이 퍼지는 고기요리는 처음 먹어 본다”면서 “고기도 굉장히 부드럽고, 먹기도 편한 게 가끔 기분 전환용으로 생각이 날 것 같다”며 웃었다.

스페인 바스크 식 소고기 사과 스튜

불과 1년 새 고정 팬도 많아졌다. 세계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는 표상희(23‧연세대 화학과)씨는 “인도여행 당시 먹었던 맛이 그리웠지만, 제대로 해 먹을 수 있는 재료도 조리법도 구하기 힘들었다”며 “이렇게 이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소셜 다이닝 형식으로 식사 자리를 만드는 시도가 굉장히 신선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원파인디너에선 꾸준히 쿠킹 클래스나 네트워크 모임 등을 개최하며, 세계 요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요리를 배우고,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다문화, 이젠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말

지난해 가을, 여성가족부에선 한국의 성인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우리 사회의 ‘다문화 수용성 지수’를 조사했다. 점수가 높을수록 다문화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으며 개방적인 경향을 보이는 이 설문에서 한국의 성인은 53.95점(100점 만점)에 그쳤다. 응답자의 60.4%가 일자리가 부족할 때 자국민을 우선 고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으며, 외국인 이주민과 노동자를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다는 의견도 31.8%나 되었다.

<여성가족부>

박 대표는 ‘현지 음식’을 통해 다문화 인구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했다. 원파인디너 메뉴표에 요리에 대한 기원, 나라와 지역에 대한 이야기들이 함께 실리는 이유다.

“밥을 같이 먹으면 친해지잖아요. 단순하지만 확실한 진리죠. 호스트와 게스트들이 음식을 앞에 놓고 소통하면서 서로의 문화를 알아가고, 선입견을 내려놓는 모습도 여러 번 확인했어요. 이렇게 음식으로 하나 되는 세상을 만드는 게 우리가 가진 궁극적인 목표입니다.”(박현린 대표)

박현린 원파인디너 대표

필자소개
최현빈

파란 하늘과 양지바른 골목을 좋아하는 더퍼스트 ‘에디터 ROBIN’입니다.


The First 추천 콘텐츠 더보기
  •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이제 헤어 케어도 브랜딩이다!

  •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최근 1년 사이 가장 주목할만한 초기 스타트업을 꼽는 '혁신의숲 어워즈'가 17일 대장정을 시작했다. 어워즈의 1차 후보 스타트업 30개 사를 전격 공개한 것. ‘혁신의숲 어워즈’...

  •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초개인화의 기치를 내건 스타트업들이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관광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틈새에 대한 혁신적인 시도 돋보였다!

  •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기업의 공간, 자산 관리를 디지털 전환시킬 창업팀!

  •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의 등장!

  •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 초록은 동색…“함께 할 때 혁신은 더욱 빨라진다.”
    초록은 동색…“함께 할 때 혁신은 더욱 빨라진다.”

    서로 경쟁하지 않을 때 더욱 경쟁력이 높아지는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