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남다른 성(性)취감
독일의 남다른 성(性)취감
2016.04.01 10:22 by 시골교사

학업성취도는 3위지만 국가경쟁력은 26위에 그치는 대한민국. 학업성취도가 13위임에도 국가경쟁력은 5위에 빛나는 독일. 두 나라 사이엔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선행학습도, 방과 후 수업도, 참고서도 없다는 독일의 교육을 통해 배움의 의미를 되새긴다.

 

| 지적 성장보다 사회적 성장을 고민하는 독일의 부모들. 독일에서 영재를 대하는 자세를 엿본다.

“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

어느 날, 큰아이가 외쳤다. 워낙 성실하고, 학교에서 교우관계도 좋았던 아이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것이 바로 이유 없는 방황과 질풍노도의 시기로 대변되는 사춘기인가?’

“삐뚤어질 거야… 이유는 없어!” (사진: Antonio Guillem/shutterstock.com)

그런데 그 원인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 있었다. 바로 수업시간의 성교육 때문이었던 것. 독일에선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매주 한 시간씩 성교육이 이뤄진다. 그런데 그 수위가 굉장하다. 담임교사가 당근에 콘돔을 끼우면서 콘돔 사용의 필요성과 사용법을 일일이 설명해 줄 정도. 큰 아이가 충격을 받았을 법도 하다.

오매 부끄러운 거…(사진: INSAGO/shutterstock.com)

선생님의 친절하기 그지없는 성교육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성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씩 적어오라고 숙제를 내주고, 아이가 적어온 질문을 토대로 부부관계가 무엇인지, 그것을 통해 아이는 어떻게 생기고, 어떻게 낳는지 설명해준다. 본인의 경험담까지 곁들이는 수고로움까지 더해서 말이다. 그리고 나면, 사춘기의 특징과 관심을 잘 다룬 동화책을 한 권 택하여 전체 학생들에게 구입하도록 한다. 그 책을 두 달 가량 함께 읽어가면서 책의 줄거리와 책속에서 다뤄진 사춘기의 특징에 대해 집중분석한다. 아이들은 그 시간을 통해 사춘기의 의미와 특징, 자기 몸의 중요성 그리고 바람직한 남녀 관계까지 배워간다.

질문 있습니다, 아니 질문이 많~~습니다!(사진: DoctorKan/shutterstock.com)

그런데 이런 교육을 ‘오버스럽다’고 말하긴 힘들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단 독일 아이들은 신체발육이 굉장히 빠르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가슴이 나오기 시작하고, 4학년 때 초경을 하는 아이도 많다. 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바로 환경이다. 그들 생활주변에선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면이 (우리나라 보다) 훨씬 쉽게 목격된다.

독일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실업계 중·고등학교와 붙어 있다. 넓은 운동장과 체육관을 함께 활용한다는 면에서는 경제적이지만, 교육상 부정적인 면도 꽤 있다. 학교 곳곳에서 중·고등학생들이 서로 애정표현 하는 광경을 쉽사리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이 어린 초등학생들 눈에는 다소 민감하게 비쳐질 수 있기 때문에, 성교육의 시기도 빠르고, 교육내용도 과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아니, 저 언니‧오빠들이…(사진: Verevs/shutterstock.com)


| 독일의 개방된 성문화

말 나온 김에, 독일 청소년들의 성문화를 조금 더 살펴보자. 여기 학생들은 어느 정도 크면 동거에 들어가는 연인들이 많다. ‘어느 정도’의 시기를 고등학교 시절 정도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독일에서 가사 도우미로 잠깐 일 할 때였다. 일을 돕던 집에 고3 여학생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녀 방을 청소하러 들어가려던 참에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야시시한 잠옷 차림의 그녀와 함께 트렁크 팬티 차림의 남자친구가 한 방에서 나서는 것이었다. 당황해하고, 놀라고, 민망해하는 것은 나뿐이고, 정작 당사자들은 아무런 부끄러움도, 당황함도 없었다. 

얼마 후 그 둘은 지하실에 신방을 차리고 동거에 들어갔다. 그런 청소년의 개방화된 성문화도 충격이지만, 그렇게 쉽게 서로의 성적 만족을 채우도록 허락하는 부모의 태도는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웠다.

독일 청소년의 성문화는 매우 개방적이다.(사진: oneinchpunch/shutterstock.com)

우리나라에선 ‘가정교육’을 운운할 수도 있는 문제지만, 독일에선 부모가 많이 배웠던, 사회적 지위가 높던 상황은 대개 비슷하다. 내가 일하던 또 다른 집의 여자 주인은 의사였다. 어느 날 그녀가 아들 방에 덩그러니 2인용 침대를 놓아주는 게 아닌가. 아들의 여자 친구가 집에 드나들기 시작했던 그 무렵부터 말이다. 그것이 미성년인 아들에 대한 배려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러쿵저러쿵 비판할 마음은 없다. 그들이 보기엔 어쩌면 우리가 너무 보수적인 걸 수도 있으니. 사실 성에 대해 자유분방한 문화는 독일 사회 전반 곳곳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일례로 해변에 가면 탈의실도 따로 없다.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아무데서나 훌러덩 옷을 벗고 수영복을 갈아입는다. 도대체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는 것은 우리 쪽 사정일 뿐이다.

성(性)에 관해서라면, 일종의 컬쳐 쇼크를 느끼는 경우가 꽤 있다. (사진: dizain/shutterstock.com)


| 출산보다 신중한 결혼

상황이 이러하니, 동거율 또한 높은 게 사실이다. 심지어 결혼보다 동거를 먼저 선택하는 경향이 짙다. 동거를 하다 마음이 맞지 않아 (아이가 있고 없고를 떠나)그냥 헤어져버리는 경우도 많고, 한참을 같이 살며 아이까지 낳아 키우다가 뒤늦게 결혼하는 부부도 있다.

결혼을 미루는 가장 큰 원인은 법적‧경제적 부담 때문이라고 한다. 결혼 뒤에 이혼문제가 생기면,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하고,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 불가피 할 테니. 이런 높은 동거율과 낮은 결혼률 때문에 독일의 이혼율은 실제보다 낮게 나타난다.

작은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반 정원 15명 중에 대학생 미혼모는 절반 이상이었다. 초등학교 큰 아이의 반도 미혼모와 결손가정을 합한 비율이 매우 높았다. 이들 중에는 의도적으로 법적 미혼모의 길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미혼모가 누리는 법적 혜택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결혼유무와 상관없이 부모로서의 책임은 확실하게 분담한다는 점이다. 양육권은 1차로 엄마에게 주어지고, 양육비는 자녀가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 소득능력이 있는 쪽에서 매달 일정액을 지불한다. 자녀와의 만남은 부모의 권리이기 때문에 평일에는 엄마와 함께, 주말에는 아빠와 함께 지내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확실하게 한다.

결손가정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사회 분위기지만, 자녀에 대한 기본책임만큼은 나름 철저하게 나눠지려고 하는 자세는 그래도 본받을 만하다.(사진: ANURAK PONGPATIMET/shutterstock.com)

 

시골교사_2_이모저모

독일교육 이모저모

독일의 자녀양육비(Kindergeld) 지원 정책

독일 시내에선 아주 앳된 모습의 소녀들이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다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어림잡아 15~16세 남짓이나 되었을까요? 사실 ‘저 나이에 어쩜 저렇게 당당하게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독일에선 아주 어렸을 때부터 피임교육을 철저히 시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수하여 아이가 생기면 낳는 것이 보통입니다. 아마도 법적으로 철저하게 낙태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곳에서 철없는 나이에 부모가 되는 걸 그나마 덜 두렵게 하는 게 바로 자녀양육비 지원입니다. 당장의 분유 값과 기저귀 값을 걱정한다면, 경제력이 없는 어린 부모들이 선뜻 아이를 낳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독일에선 아이가 태어나면 1년 동안 자녀 양육비로 매 달 60만 원 정도가 지급됩니다. 만약 여자가 출산과 양육 문제로 회사를 그만두고자 할 때는, 그 일이 임시직이라고 해도 1년간 월급의 절반 정도를 받게 됩니다. 또 그 아이가 25세가 될 때까지 자녀양육비가 매달 한명 당 20만원 씩 지급됩니다.(보통 양육비는 18세까지이나 자녀가 아직 대학생이거나, 직업교육을 받고 있으면 25세까지 지급되고, 장애인의 경우는 나이 제한이 없습니다.) 셋째 아이부터는 그 액수가 더 많아집니다. 또 자녀수에 따라 세금감면이나 집을 지을 때의 국가보조금도 달라지죠. 이쯤 되니, 아이가 없는 가정은 억울할 것도 같습니다. 독일 주민들 스스로도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아이 없는 가정보다 훨씬 경제적이다”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입니다. 물론 외국인도 독일에서 세금을 내면 이 같은 혜택을 모두 받을 수 있습니다.

자녀를 둔 유학생에게 이런 자녀양육비의 보조는 참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90년대 초까지 만해도, 세금 한 푼 안내는 유학생 부부조차 자녀 양육비를 독일 사람들과 똑같이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통독 이후엔 이런 혜택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사진: Lenka Horavova/shutterstock.com)

 

다음이야기학부형 모임에, 특별한 생일파티, 방학 때는 추억 알선까지… 독일의 엄마들은 너무 바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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