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사이에 농업 인구가 감소했지만, 농업 생산량은 증가하였다. 로봇까진 아니지만, 상당한 수준의 기계가 농업에서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였다. 공장에서도 첨단 자동기계가 숙련노동을 대체하는 상황이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기계는 인간의 노동을 수월하게 하고, 생산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생각하는 수준의 로봇이 등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등장하는 로봇은 인간의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그 결과로 구매력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만약 1990년 독일 통일 때, 로봇이 대부분의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는 상황이었다면 독일 통일은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
1990년 독일 통일을 예측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통일의 날은 갑자기 왔고, 서독정부는 통일 작업을 적극적으로 수행하였다. 혹자는 서독 중심의 동독 통합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갈등을 가리키며 독일 통일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통일 후 독일은 유럽에서 중심 국가의 위상을 확보하였고, 동독지역의 경제를 성장시켰으며 동독출신 여자 정치인을 총리로 등장시켰다.
세상의 작은 일도 진행과정에서 늘상 갈등이 있고, 두 사람이 부부가 되는 결혼 생활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수천만의 서로 다른 기반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사회 구성원으로 되는 일이 간단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통일을 반대하지 않는다면, 통합과정에서 벌어질 많은 어려움은 불가피한 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1990년 독일 통일에 비춰 본 통일 한국의 명과 암
한국인들이 독일의 통일을 바라보면서 한반도 통일의 교훈을 찾고 연구하던 시간이 벌써 25년이 지났다. 그동안 한국경제와 한국인들의 민주주의 능력이 성장한 것을 보면, 이제 1990년에 통일을 수행한 독일인들보다 훨씬 수월하게 통일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도 가지게 된다. 한국인들은 독일통일 후 20여 년 동안 진행된 세상의 변화를 접목하여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
독일 통일 후 나타난 세상의 변화 중에서 주목할 만한 경제적 변화의 하나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급격한 변화로, 북한과 같은 폐쇄사회에서조차도 상당히 많은 주민들이 손에 손에 이동전화를 들고 다니는 환경이 되었다. 동서독 통일에 방송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이제 북한주민의 손에 들린 이동전화가 통일의 메신저가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외부 정보를 철저히 통제하고, 북한주민 사이의 여론 조성을 억압했던 북한정권의 억압적 통제 환경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통신의 발전에 이어 진행되고 있는 로봇산업과 인공지능의 발전은 독일 통일과 한반도 통일의 근본적인 차이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1990년대 세계 2~3위를 다투었던 독일경제는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제를 성장시켰다. 동독의 후진적 공업이 무너지고, 그 자리를 서독의 기업과 공산품이 대체하였다. 동독주민들은 서독 기업의 노동자로 변신하고, 서독 기업의 제품을 쓰면서 동서독의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루어갔다. 가까운 시기에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이러한 모습이 한반도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될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의 통일이 10년 이상 오랜 시간이 지나서 이루어진다면, 그리고 지금과 같은 정치경제적 분리가 상당기간 계속되고,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지속된다면, 통일 한반도의 경제적 통합이 갖는 효과는 크게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즉 해외 진출을 대신하여 남한경제가 필요로 하던 북한 노동력이 더 이상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통일에 임하는 자세
‘왓슨’과 ‘알파고’로 상징되는 인공지능의 발전은 이제 중요한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평범한 인간 노동력보다 더 생산성이 높고 저렴한 자동화 기계와 로봇이 일자리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폐쇄된 통제사회에서 성장한 대부분의 북한 노동력은 경쟁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고, 그 결과로 남북한 통합의 선순환이 이루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많은 노동이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 대기업과 벤처기업들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다수 숙련 노동자들의 소득조차도 정체되거나 퇴행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경제적 변화가 몰려오는 시점에 닥쳐올 한반도의 통일은 남북한 경제통합의 효과를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다.
통일의 날은 올 수밖에 없다. 정말로 극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남한과의 통일을 반대하는 북한주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동독주민의 서독에 대한 기대감이 통일을 만들었듯이 북한주민의 남한경제와 자유로운 사회에 대한 기대감이 한반도의 통일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상층 엘리트들이, 김정은정권 하에서 얻을 수 있는 부의 획득 기회가 봉쇄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김정은체제에서 이탈하는 현상도 나타나게 될 것이다.
통일에 대한 기대는 안정되고 인간적인 삶이 있는 경제 생활이 바탕이다. 지금 한국경제는 고성장 시기가 지나가면서 임금이 적고 불안정한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좋은 일자리는 감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의 시대를 만나야 한다면 남북한 주민이 겪게 될 어려움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피할 수 없는 통일의 날을 잘 준비해야 한다.
앞으로 한국경제가 다시 한번 크게 성장할 기회가 올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 모두 존재할 것이다. 어느 경우든 대부분의 노동자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은 사회의 안정성을 크게 손상시키고, 결국은 사회의 발전 동력도 약화시키게 될 수 있다. 이런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대책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사회 내부에서 합리적인 포용과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제도와 인식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통일전 남북한 주민의 화해와 협력이 성공적인 통일을 위해 필수적이다.
스케치北철옹성 같던 북한이 바꾸고 있다? 현재 KBS 남북교류협력단 연구위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의 글을 통해 변화된 북한 사회를 조명해보고, ‘통일’이라는 과제를 안은 지금의 세대에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