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놀이 대신 봉사활동 어때요?”, 부산 남구 희망하우스 현장
“꽃놀이 대신 봉사활동 어때요?”, 부산 남구 희망하우스 현장
“꽃놀이 대신 봉사활동 어때요?”, 부산 남구 희망하우스 현장
2016.04.22 16:50 by 조철희

 

만개한 벚꽃, 푸른 하늘과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풍경. 나들이를 부르는 완연한 봄날을 맞아 대학생과 직장인 100여명이 주말 아침 부산에 모였습니다. 활기 넘치는 표정, 설레고 들뜬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는데요. 단체로 봄 소풍에라도 나선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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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9일, 희망브리지는 한화손해보험과 함께 재난위기가정에 집수리(도배, 장판‧방충망 교체 등) 및 화재경보기를 설치하는 희망하우스를 실시했습니다.  활동지역은 부산광역시 남구 감만동과 우암동 일대. 높은 지대에 노후한 주택들이 즐비한 곳으로, 한국전쟁 당시 조성된 피난촌에서 유래된 마을이라고 합니다. 산 중턱까지 나 있는 좁고 가파른 언덕길, 이 길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어르신들과 이따금씩 지나는 마을버스가 동네의 분위기를 잘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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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대학생으로 이뤄진 희망브리지 봉사단원들. 부산을 비롯해 대구, 청주 등 전국 각지에서 모였습니다. 여기에 한화손해보험 부산본부 임직원 25명도 휴일을 반납하고 함께해 의미를 더했지요. 총 100명의 봉사자가 10명씩 한 조를 이뤄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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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들은 늘어 가는데…
산동네에 남겨진 소외된 이웃들

 

“그 좋은 경치 갖다 어데 쓰겠노.”

 

눈앞에 펼쳐진 탁 트인 바다를 보고 봉사자들이 감탄사를 연발하자, 박순자(가명‧74) 할머니가 한 마디 하십니다. 박 할머니 댁은 주변 집들 중에서도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집이었는데요. 할머니는 “버스라도 타려면 저 아래 큰 길까지 내려가야 한다”면서 “올라올 때면 다리가 아파서 죽겠다”고 하소연을 이어갑니다. 이미 옛 이웃들은 대부분 마을을 떠난 상황. 꽃나무가 어우러진 봄 바다의 경치는 그림 같았지만, 등 뒤의 낡은 집은 언덕 끝에 위태롭게 걸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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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이 늘어가는 상황은 인근의 정홍택(가명‧74) 할아버지 댁 주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 할아버지는 “우리 바로 이웃집들은 다 비었고, 지금은 저기 두 집 건너 아랫집에만 사람이 산다”면서 “불안한 마음에 몇 년 전부터 개를 키우기 시작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정 할아버지는 이 집에서만 35년을 살았다고 하는데요. 형편 되는대로 사느라 평생 남들 다 쓰는 수세식 화장실 한 번 가져본 적 없다고 합니다. 늘 부족하지만 이런 봉사의 손길 덕분에 마음 한편이 든든해진다고 말합니다.

 

“(벽지를) 잘 붙이고, 못 붙이고는 상관이 없어. 이렇게 해 주는 자체가 너무 좋고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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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배 풀, 구슬땀보다 더 끈끈한 유대감으로
똘똘 뭉친 희망하우스 현장 

 

집수리 봉사는 먼저 실내의 가구와 살림살이를 집 밖으로 빼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동시에 한쪽에서는 줄자로 사방의 크기를 재고 벽지며 장판을 재단하고요. 반나절 만에 도배며 장판교체를 완료해야하기에 무엇보다도 분업과 팀워크가 핵심입니다. 

 

실내에서 오염된 벽지를 떼어내는 동안, 한편에서는 벽지를 재단합니다.

 


이날 봉사에는 유난히 처음 참여하는 봉사자들이 많았습니다. 대부분의 한화손해보험 임직원 봉사자들이 그랬고, 또 올 봄 입학한 새내기 대학생 봉사자들이 다수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봉사자들을 이끌면서 작업해야하므로 조장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했는데요. 

 

도배 풀은 입자가 만져지지 않을 때까지 잘 개어냅니다. 필요에 따라 초배지와 방습지를 붙이고, 재단한 새 벽지는 풀을 먹인 후에 바릅니다.

 

1조의 조장을 맡은 김혜인(24)씨는 올해로 집수리 봉사 3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2년 전부터 활동을 시작한 부산지역대학 연합동아리에서 홍보 역할도 담당하고 있죠. 각 대학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이날 봉사를 알린 덕분에 부산지역에서만 50명이 넘게 참여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걱정이 됐죠. 저희 조만 해도 절반가량은 처음 나선 분들이거든요. 하지만 다행히도 오늘 맡은 집이 교과서적인 구조에요. 공간이 모두 정육면체 형태로 나 있어서, 함께 가르치고 배우며 작업하기에는 최적이죠. 직장인 분들도 제게 ‘조장님, 조장님’하며 잘 따라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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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이 한 팀이 되어 움직이자, 점심나절 즈음에는 작업에도 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천정이며, 구석구석까지 팔을 뻗어 도배를 하느라 이마엔 구슬땀이 맺힙니다. “형광등에 걸리는 부분은 등을 떼어 내고 벽지를 붙여야 하니, 두꺼비집(누전차단기)부터 내리고 올까요?” “전등 스위치는 일단 벽지로 덮은 후에 엑스(X)자로 칼집을 내서 마무리해야 해요.” 까다로운 부분에선 선배들의 노하우 전수도 즉각적으로 이뤄지는 모습입니다. 

   

부피가 큰 장판은 여럿이서 함께 작업합니다. 남는 부분은 깔끔하게 잘라내 마감합니다.

 

“이 곳에선 뭔가 다른 종류의 보람 느껴요”

 

이날 집수리 봉사에 처음 참여했다는 신재동(25)씨는 금세 작업에 익숙해진 모습인데요. 군대에서 도배 지원을 몇 차례 나간 경험이 있다는 군요. “친한 동네 친구들이 두 명 있는데, 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이 정기적으로 나가는 걸 보니까 궁금해지더라고요. 비슷한 일을 몇 번 해본 경험도 있는데, 자발적으로 하다 보니 힘도 덜 들고 뿌듯한 마음은 배가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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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대학생들과 함께 땀을 흘린 한화손해보험 임직원들의 감회도 남다릅니다. 문승열(44․부산본부 부산지역단 한아름지점장)씨는 지난해 10월에 이어 또 다시 봉사현장을 찾았는데요. 그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기특하고 기분이 좋다”며 이렇게 소감을 밝혔습니다.  

 

“학생들은 전문가 수준이고, 저는 흉내만 내는 정도에요. 젊은 친구들이 이렇게 능숙해지기까지 쏟았을 시간을 생각하면 대견스럽죠. 사회생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종류의 보람을 얻어갈 수 있어서 다시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저희 손길이 그리 큰 도움이 될 수 없을지는 모르지만, 살아가시는 데 작은 위로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화재경보기 설치로 봉사가 마무리됐습니다. 방 안이 한껏 환해진 모습입니다.

 

집수리 봉사는 화재경보기를 설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습니다. 노후하고 소방차의 접근성이 나쁜 주택에 거주하는 분들이 많아, 혹시나 불이 났을 때 신속히 대피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섭니다. 저녁까지 이어진 활동을 통해 총 10가구에 새하얀 벽지와 깨끗한 장판이 새로 깔렸습니다. 

 

희망브리지와 한화손해보험은 대전‧대구‧부산 등 3개 지역 재난위기가정(연간 30세대)에 대해 집수리와 화재경보기를 설치하는‘희망하우스’ 를 비롯해. 서울지역 화재피해세대의 피해복구를 지원하는(연간 20세대) ‘세이프 투게더 하우스(Safe Together House)’를 펼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희망브리지는 재해구호사업과 더불어  지자체, 기업, 기관 등 전국의 다양한 주체와 협력해  재난재해예방에도 앞장서 나갈 계획입니다. 

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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