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감독님이 직접 오신다구요?
이만수 감독님이 직접 오신다구요?
이만수 감독님이 직접 오신다구요?
2016.05.04 09:03 by 김상욱

이.만.수…

야구를 모르는 사람조차도 그 이름 석 자는 낯설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연상합니다. ‘슈퍼스타’, ‘홈런왕’, ‘헐크’ 같은 단어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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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최고의 홈런왕 헐크 이만수

최초의 사나이, 이만수

한국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부터 리그에서 활약한 그는 프로야구 최초의 기록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1호 안타, 1호 홈런, 1호 타점, 100호 홈런, 200호 홈런, 1호 트리플 크라운까지… 그에게 ‘최초의 사나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유입니다.

현역시절 총 252개 홈런, 861타점, 통산 평균 타율 0.296, 올스타 12회 선정(최다득표 3회),골든글러브 5회, 타격왕 1회, 홈런왕 연속 3회, 타점왕 4회, 정규시즌 MVP 1회 등 그의 화려한 현역시절 경력은 그를 한국 프로 야구 레전드로 불리게 합니다.

당시 최고의 뉴스거리는 이만수의 홈런이었다.

글 서두에 이렇게 굳이 옛 기록을 늘어놓는 이유는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잘 모르는 당시 그의 위상에 대해 말해주기 위해섭니다. 현역 시절 그의 인기는 대단했고 ‘야구스타’로서 그는 전설적인 존재였습니다. ‘이만수 키즈’였던 저 역시, 어린 시절 이만수 선수의 타격 폼을 따라하며 동네 야구를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또 하나의 전설을 쓰다

1997년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그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미국으로, 그 누구도 권유하지 않은 야구 연수를 떠납니다. 요즘은 은퇴 선수의 미국 연수가 흔하지만 당시엔 매우 낯선 일이었습니다.

서양인에 비해 작은 체구의 낯선 동양인을 본 현지 야구인들의 반응은 한결같았습니다.

“헤이~두유 노우 베이스볼?”

한국의 슈퍼스타에게 두유 노우 베이스볼이라니요...

이만수 감독은 실력을 직접 증명하기로 했습니다. 자신을 무시하던 미국 코치를 곁에 세워 두고 직접 타석에서 연거푸 담장 밖으로 홈런을 쳤습니다. 그러나 미국 코치는 우연일 뿐이라고 치부하며 그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네가 내일도 홈런을 친다면 널 인정하겠다.”

한국의 홈런왕 실력이 어디 가겠습니까? 국가는 달라도 야구는 야구였습니다. 그 다음 날에도 이만수 감독은 연거푸 담장 밖으로 공을 날려 버렸습니다. 그 이후 미국 코치의 태도가 180도로 달라졌습니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에게 ‘한국의 홈런왕’이라고 이만수 감독을 소개하고 다녔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미국에서의 코치 생활은 그의 특유의 친밀함과 실력으로 8년간 승승장구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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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화이트삭스 불펜 코치 시절의 이만수 감독

한국 야구팬들은 이만수가 돌아왔다는 사실에 열광했습니다. 다른 팀 팬들도 이만수를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았습니다. 비록 다른 팀 코치로 돌아왔지만 그의 고향 팀에서는 돌아온 헐크를 위한 환영 행사까지 마련해 줬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만수의 존재감이었습니다.

은퇴 후에도 팬들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는 야구인, 헐크는 그렇게 국내 프로야구 지도자로 돌아와 8년 동안 수석코치, 감독 생활을 합니다.

하지만 2014년 SK와이번스의 사령탑에서 물러난 후로 그에 대한 뉴스는 뜸해졌습니다.

헐크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던 작년 8월, 저는 우연히 이만수 감독을 직접 만나게 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어떠한 유명인을 만나도 별로 긴장하지 않는데… 어린 시절의 슈퍼스타를 직접 만나게 되니 매우 설렜습니다.

멀리서 봐도 풍채가 좋은 이만수 감독은 “나 8kg이나 쪘어”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이른 아침이었기에 카페에서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문득 그가 소중히 품에 끼고 온 다이어리가 궁금해졌습니다.

“이건 내 보물 중에 보물입니다”

그러면서 보여준 다이어리에는 검은 글씨로 빼곡히 학교 이름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감독님, 이 학교들은 뭐죠?”

내 질문에 이만수 감독은 자신의 옛날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공부를 잘했던 것도 아니고 어릴 때 운동을 특별히 잘 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저 우연히 야구부원 모집에 아무 생각 없이 찾아갔습니다.”

헐크가 남들보다 운동 실력이 모자랐다니…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야구를 늦게 시작(중학교 1학년 때) 하다 보니 동급생들보다 실력이 쳐졌어요. 그 후부터 잠도 4시간 이상 안자고 정말 독하게 운동했죠. 그리고 프로야구에 입단했는데 성적이 좋았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저를 좋아해 주는 겁니다. 평범하고 보잘 것 없던 제가 야구 때문에 어딜 가나 대접 받는 사람이 됐죠. 아내가 ‘유명세를 빌려 편하게 살지 말자’라고 우려했을 정도로요.”

피나는 노력 끝에 청소년 국가대표에 뽑힌 이만수 감독, 그의 가족사진

그간 여러 방송, 언론 매체를 통해 그가 ‘야구로 받은 사랑, 야구로 갚겠다.’ 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해 왔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요. 그는 방송이 아닌 저와의 사적인 만남에서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단순한 방송용 멘트가 아닌 그의 진심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한마디였습니다.

“그래. 내가 직접 찾아가서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자”

다이어리에 적혀 있던 중‧고등학교 명단의 비밀이 조금씩 풀리는 순간이었습니다. 학교 명단을 작성함에 있어서도 나름 법칙이 있다고 합니다. 소위 말하는 야구 명문 학교보다는 하위권의 학교 먼저, 수도권의 학교보다는 야구인들의 손길이 잘 미치지 않는 지방 학교를 먼저 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요청이 온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직접 학교에 전화를 했습니다.

“네? 이만수 감독님이 직접 오셔서 지도하시겠다고요?”

전화를 받는 사람들의 첫 반응은 대부분 이랬습니다.

프로야구 슈퍼스타 출신, 전년도까지 프로야구 감독을 하셨던 분이 지인이 있는 것도 아닌 지방의 잘 알려지지 않은 학교에 먼저 연락을 주고 오겠다는 말을 사람들은 믿지 않았던 것입니다.

“네. 갑니다. 제가 직접 가서 선수들과 먹고 자고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지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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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야구부든 사회인 야구든 도움이 필요한 곳 어디든 찾아가는 이만수 감독

46년간 몸담았던 야구 현장에서 잠시 떠난 헐크는 그렇게 전국을 떠돌며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나누고 있었던 것입니다.

‘내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간다.’는 이만수 감독은 심지어 저 멀리 라오스라는 나라에까지 다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인 라오스에는 야구가 없습니다. 현재 라오스의 유일한 야구단인 ‘라오 브라더스’는 단 한 번 프로야구 경기를 본 적조차 없는 아이들로 구성돼 있는데 이 야구단의 구단주는 바로 이만수 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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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최초의 야구팀 '라오 브라더스' 청소년들과 이만수 감독

야구로 만드는 기적

그가 야구 불모지인 라오스에 심은 <라오 브라더스>라는 씨앗은 이제 막 싹을 틔우고 걸음마를 내딛고 있는데요. 앞으로 저는 10화 동안 헐크 이만수의 재능 기부 활약상과 척박한 환경 속에서 야구를 통해 희망을 찾는 라오스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피부색과 언어가 달라도 야구공 하나로 국경을 넘어 사랑을 전하고 우정을 나누는 가슴 따뜻한 스토리, 야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이뤄낸 기적 같은 이야기를 함께 응원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헐크' 이만수의 꿈 “야구로 받은 사랑, 야구로 갚겠다!” 대한민국 프로야구의 역사와 함께 했던 이만수 前감독(SK 와이번스)이 야구 불모지 라오스에서 펼치는 유소년 육성기. 라오스 판 ‘엘 시스테마’의 기적을 만들어가는 현장을 만나본다.

이 콘텐츠는 헐크 파운데이션(Hulk Foundation)의 스토리펀딩 프로젝트 내용을 재가공한 것입니다. 라오 브라더스와 헐크 파운데이션 후원에 관심이 있는 독자분들께서는 재단 페이스북(facebook.com/leemansoo22)으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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