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人, '더럽거나 게으르거나'
中國人, '더럽거나 게으르거나'
中國人, '더럽거나 게으르거나'
2016.05.06 11:28 by 제인린(Jane lin)

“맘껏 먹지도 못하겠더라고요.”

지인에게 들었던 중국 여행 경험담입니다.
사연은 이랬습니다.
관광지를 다니면, 으레 화장실을 찾기 마련인데
이게 여간 곤욕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공중)화장실 수 자체가 워낙 적을 뿐 아니라,
있다 해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더러워
도저히 못 쓰겠더란 거죠.

‘볼일’보기가 험난하니 먹는 걸 줄이는 수 밖에요.
“화장실은 그 나라 교양의 척도인데,
중국은 아직 한참 멀었어.”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가던 지인이 목소리를 높입니다.

자금성의 벽을 배경으로 취침 중인 중국인 노숙자(사진:ChameleonsEye/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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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 

'아무렇게나 구겨진 티셔츠, 낡고 헐어 무릎이 '툭' 튀어 나온 볼썽사나운 바지, 언제 씻었는지 가늠도 하기 어려운 헝클어진 머리카락, 씻지 않은 듯 검무튀튀한 피부와 큼큼한 냄새'

누구나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씁쓸한 이미지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중국인 입니다. 심지어, 최근 한국에서 방영된 한 tv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중국인들 가운데는 평생 단 한 차례도 양치질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인지를 여부를 두고 토론하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죠.

중국인들은 정말, 알려진 대로 씻는 것마저 극도로 싫어하는 더러운 민족성을 가진 것일까요? 그도 아니면, '만만디(慢慢地)'로 불리는 게으른 사람들일 뿐인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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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지난 2013년, 중국에서 이민 생활을 시작할 당시, 매일 오전 8시 즈음 출근길에 나선 중국인들의 모습은 직장인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어느 깊은 산 중에서 화전을 일구며 사는 자연인의 모습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직장인이라면 으레 말끔한 정장 차림의 말쑥한 외모로 세련된 말투를 구사했던 서울 사람들 틈에서 지내다,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에 전날 밤 이불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잤는지 추측할 수 있을 듯 머리마다 새 집을 짓고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에 당혹감을 느꼈던 것이지요. ‘혹시 출근 시간에 맞춰 씻고, 단장하지 못할 만큼 게으른 민족인가’라는 의구심이 들던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햇수로 네 번째 해를 보내다보니 조금씩 알게 됩니다. 2500만 베이징런(北京人)들의 모습이 이토록 수수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이죠.

베이징은 중국 내륙 지방으로, 산이 없고 평지가 광활하게 펼쳐진 물이 귀한 지역이었습니다. 때문에 중국이 탄생시켰던 화려한 중화문명의 중심지 역시 이곳 베이징이 아닌, 이곳에서 수 천 킬로미터 떨어진 황하강과 인접한 남방 지역, 남방 민족을 중심으로 형성됐었죠.

베이징이 중국의 수도로의 기능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700여 년 전의 일인데, 당시 남방지역을 중심으로 발달했던 지방색을 지우기 위해, 원·청나라 등 북방 민족들은 중국의 중심에서 벗어난 북방 지역인 베이징을 새로운 수도로 정하고, 새 역사를 쓰고자 했던 것이지요.

지난 역사가 증명하듯 베이징은 자연스럽게 조성됐던 기존의 수도의 성격 보다, 계획도시로의 기능을 강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처음 베이징에 터를 잡았던 북방 민족들은 수질의 양이 부족했던 이 지역 일대의 수도 관개 시설을 확충하고, 자금성을 중심으로 인공 호수를 조성하기 위한 대규모 확충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그렇게 조성된 호수들이 자금성 인근의 베이하이(北海), 난하이(南海), 중난하이(中南海), 호우하이(后海), 스차하이(十刹海) 등 현재 여행객들에게 최고의 관광지로 꼽히는 호수들이 됐죠. 호수에 바다를 지칭하는 ‘하이(海)’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재밌는데, 북방민족들이 자신들이 조성한 호수의 규모가 바다와 같이 넓다고 해서 그렇게 불렀던 것이죠.

하지만, 이렇게 조성된 호수들은 흐르는 강이 아니라는 점에서 생활수로는 활용할 수 없었고, 베이징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물을 귀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어요.

베이징 ‘하이덴취 빠고우’ 일대에 조성된 수도 관개 시설이 오랜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냈다.

강이 없는 탓에 베이징에서 사용되는 물의 상당수는 수 천 킬로미터 떨어진 외부 지역의 물을 끌어와 활용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그것마저 여의치 않게 됐습니다. 이른바 '징진지(京津冀, 베이징·톈진·허베이 3개 도시를 이르는 말)'로 불리는 중국 최대 경제 개발 특구지역의 상수도 역할을 해왔던 황허 강의 66%가, 인근 공장에서 무분별하게 흘려보내는 각종 폐수 탓에 식수로 사용하기에 부적합 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죠. 상수도 역할을 해 줄 새로운 물줄기를 찾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했고요. 무려 5464km에 이르며, 1억 5000만 명이 넘는 중국인들의 상수도였던 황허 강의 3분의 1은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는 5급수로 전락했다고 알려져 있어요.

지난 4일 오전 7시, 하이난성(海南省) 하이코우시(海口市) 훙청후(弘城湖)일대. 호수에서 떼죽음을 당한 물고기 사체 20톤이 떠올랐다. 해당 물고기는 호수에 살지 않으며 오염된 상류 지역의 수질 문제로 떼죽음 당한 뒤 떠내려 온 것으로 추측되는 상황이다. (사진:동방일보(東方日報) 2016.5.4일 보도 사진)

그런데 현재로는 오염된 황허 강을 그대로 식수로 활용하는 방법 이외에는 별다른 방도가 마련돼 있지 않아, 시 정부는 상하수도 정화시설을 강화할 것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쉐이싀티아오(水十?, 수질 관리 10개 조항)’을 발표하고, 오는 2017년까지 직할시, 성회 도시, 경제계획도시 등의 오폐수를 처리 시설을 확충할 것이라고 밝혔어요.

놀라운 것은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 지역의 약 40%에는 여전히 상하수도 정화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으며, 중국 전역을 기준으로 약 96%의 지역에 하수도 정화 시설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때문에 도시 지역 90%의 지하수가 오염된 상태이며, 중국 600대 도시 중 400여 곳이 심각한 물 부족 상황에 직면해 있죠.

실제로 필자가 거주하는 베이징 하이덴취 중관촌에서는 화장실 세면대에서 나오는 물에는 지나치게 많은 석회물질이 섞여 있어 세안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주방 식수대에 설치한 연수기 필터의 교체시기를 강조하고 있으며, 음용수는 반드시 패트 병에 담겨 있는 생수를 구매해 먹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죠.

필자가 거주하는 베이징 하이덴취 중관촌 거주지 앞에 설치된 정수 시설물. 2위안을 투입하면 2리터의 정수된 물을 받을 수 있지만, 식수로 활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인근 대형 슈퍼마켓에는 수 십여 종류의 생수 업체에서 내놓은 물이 진열돼 판매되고 있으며, 이들의 가격은 리터당 4위안에서 많게는 50위안(한화 약 9000원)까지 다양해요.

중국 현지 물가를 고려했을 때, 물 1리터 당 수 십 위안을 주고 구매해 마신다는 것은 다소 억지스러운 가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싼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깨끗한 물을 마시길 주저하지 않아요. 그만큼 베이징에서 깨끗한 물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 십여 종류의 생수.

이처럼, 음용수조차 싼 가격에 구매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몸을 닦고 씻는데 깨끗한 물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사실상 베이징에서도 소수의 고소득자들에게나 가능한 현실이죠. 수 천 위안에서 수 만 위안까지 지불해야만 거주할 수 있는 상하수도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진 주택에 거주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일부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것이죠.

베이징에 난립하고 있는 부동산 업체들과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집 값을 기록한 매매물 안내판. 베이징 서북쪽 하이덴취의 원룸의 한 달 월세가가 9천 위안(약 170만원)에 달한다.

더욱이 최근 5년 사이 턱 없이 높아진 베이징의 집 값 탓에 2천 500만 인구 가운데 약 1500만 명은 매우 저렴한 거주지에서 살아가고 있죠. 일명 '쥐굴'로 불리는 곳인데, 대부분 과거 반공 시설물을 개조해 만들어진 지하 시설물이기 때문에 공동 화장실과 세면대가 각층마다 1곳만 마련돼 있을 뿐, 마땅한 샤워 시설을 찾아보기 힘들어요.

열악한 주거 시설이 불편할 법도 하지만, 지난해 기준 4년제 대학 졸업자 직장인의 평균 월급 수준이 4000위안(약 72만원)에 그쳤다는 점에서 월급보다 비싼 주거지에 거주할 수 없는 상당수 젊은이들과 빈곤 노인층들이 '쥐굴'로 불리는 곳에서 거주하고 있는 셈이죠.

이들에게 하루 한 번 깨끗한 물로 마음껏 씻을 수 있다는 것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로 여겨질 가능성이 크죠.

산이 높고, 물이 깊어 깨끗한 물을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서울에서 지금껏 살았던 필자가 물이 귀한 베이징에서 적응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외모만을 보고 그들의 게으른 습성 탓은 아닌 지 섣부른 판단을 내렸던 한때가 문득 떠오르며 부끄러움이 몰려옵니다.

‘게으르고, 더러운 민족’이라는 오명 속에 갇힌 중국인들을 이제는 그만 놓아주고, 다만 이들을 '베이징'이라는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자연인의 모습으로 바라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사진: 제인 린(Jane lin)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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