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은 신중하게, 결단은 신속하게
판단은 신중하게, 결단은 신속하게
2016.05.06 14:40 by 시골교사

우리 세대, 그리고 그 윗세대에서 ‘실업계’의 인식은 좋지 않았다. ‘공부 포기한 애들이 가는 학교’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 공고‧상고 다닌다면 색안경 끼고 봤던 시절 얘기다. 최근에는 ‘특성화’의 측면이 강해지며, 공부와 상관없는 ‘선택’의 결과로 인식된다. 취업하기 힘든 시대에 전문 직업인 양성에 맞춘 교육과정이 오히려 각광을 받기도 한다.

 

| 조금 이른 진학 결정

독일의 경우, 이 결정이 한 발 빠르다. 중학교 때부터 인문 계열과 실업 계열로 나눠지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 이미 선 긋기가 끝난다. 독일의 초등학교가 4년제이다 보니, 주로 4학년 1학기의 점수에 따라 인문계와 실업계의 진학 여부가 결정된다. 담임교사는 학생의 성적을 고려, 인문‧실업계 중학교 중 하나를 추천하고, 거기에 추가적으로 부모의 의견을 반영하여 중학교의 진학여부가 결정된다.

다소 섣부르다는 느낌도 든다. 계열 결정은 장차 대학 진학과 관련되고, 이는 곧 인생의 진로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내부에서도 성급한 결정이라는 사회적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런 우려 속에서도 이런 제도가 지속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이는 바로 초등학교 4년간 담임이 바뀌지 않는 독일 특유의 담임교사 제도 덕분이다.

 

 

08

학급별 졸업식엔 교감, 그리고 교과 담임교사들도 함께 참석한다. 먼저 담임교사가 4년 동안의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정리해 주고나면, 아이들은 이 날을 위해 준비한 장기자랑, 댄스, 연극, 합창 등을 부모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펼친다. 준비한 내용 하나하나에는 아이들마다의 개성과 끼가 잔뜩 배어난다.

‘우리는 이 학교와 친구들을 잊지 못할 것’이라는 주제의 합창을 하며 아이들은 아직 서로 헤어진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한 채 서로에게 미소를 짓는다. 나는 그 노래를 들으며 언젠가는 떠나 온 독일과, 독일 친구들을 그리워할 큰아이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왔다. 합창 후에 학부모, 교사, 그리고 아이들이 하나가 되어 영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학부모 대표가 4년 동안 수고한 담임교사에게 꽃다발로 감사의 뜻을 전달하며 공식행사를 마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습니다(사진:Peredniankina/shutterstock.com)

행사를 마친 후, 학급 정원에서 각자 준비한 음식들을 꺼내 놓고, 여름 해가 다 지도록 늦게까지 함께 시간을 보냈다. 터키 학부모형들은 그동안 독일에서 살면서 느낀 어려움과 서러움들을 곧 떠날 나에게 진솔하게 들려주기도 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어서야 각자 다른 환경으로 떠난다는 사실을 실감했는지 이메일 주소를 주고받으며 아쉬움을 달랜다. 집으로 가는 길에 몇 번씩 뒤를 돌아보며 친구의 이름을 부르는 아이들을 보면, 이별은 그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것 같다.

 

시골교사_2_이모저모

독일교육 이모저모 

 

교장 선생님과 여교사 

독일 학교에는 행정실이 따로 없습니다. 웬만한 일처리는 교장 선생님과 그 밑의 비서 한 명이 처리하죠. 공문과 같은 사사로운 요구사항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요.  

독일의 교장 선생님은 교장실만을 근엄하게 지키지 않습니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상담도 교장 선생님의 몫이고, 입학여부와 관련된 면접도 교장선생님이 직접 합니다. 교사의 결근으로 인한 보강 역시 그렇고요. 어쩌면 교사의 결근을 기다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시간을 이용하여 학생들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전해주고, 본인 전공을 한껏 뽐내볼 수도 있으니까요. 어쨌든 그들은 교장실을 지키는 권위적인 모습보다는 학교와 교사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조무자의 역할에 더 충실해 보입니다. 

교장은 학교 내부에서 동료교사들이 직접 선출합니다. 함께 근무하면서 교장 후보자의 역량과 전문성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선출한 교장이야말로 제대로 된 능력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교장의 품격. (사진:Monkey Business Images/shutterstock.com)

 우리 아이들이 다녔던 초등학교는 학급당 정원 25명의 10학급, 총 250명이 다녔습니다. 교사 정원이 15명인데, 그 중 남자 교사는 한 명뿐이었지요. 독일 사회 전반에 양성평등 의식이 고루 확산되어 있고, 여자들 기골도 장대하여 일에 있어 남녀구분이 따로 없어 보이는데도 왜 학교에 여교사가 넘쳐나는지, 늘 궁금했던 부분이었죠. 이 문제를 놓고 궁금해 하던 차에 조사된 연구결과가 있어 잠깐 소개하려고 합니다. 

사범대는 어느 나라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몰립니다. 독일도 예외는 아니죠. 그런데 자료에 따르면 독일은 초등학교 때부터 여학생의 인문계 학교의 진학률이 남학생보다 높고, 인문계 학교 성적도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월등하다고 합니다. 사범대 진학률도 여기에 수렴하겠죠. 이런 결과의 반복이 기형적인 교사 성비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그런데 여교사들만으로는 남학생들이 가진 학교생활의 고민과 문제들을 적절히 풀어내기 힘듭니다. 남학생들의 동기부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고요. 남교사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여교사 비율의 증가를 억지로 끌어 내릴 수도 없으니 독일 교육부에서도 나름 골치를 앓는 분위기입니다.

 


The First 추천 콘텐츠 더보기
  •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이제 헤어 케어도 브랜딩이다!

  •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최근 1년 사이 가장 주목할만한 초기 스타트업을 꼽는 '혁신의숲 어워즈'가 17일 대장정을 시작했다. 어워즈의 1차 후보 스타트업 30개 사를 전격 공개한 것. ‘혁신의숲 어워즈’...

  •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초개인화의 기치를 내건 스타트업들이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관광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틈새에 대한 혁신적인 시도 돋보였다!

  •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기업의 공간, 자산 관리를 디지털 전환시킬 창업팀!

  •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의 등장!

  •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 초록은 동색…“함께 할 때 혁신은 더욱 빨라진다.”
    초록은 동색…“함께 할 때 혁신은 더욱 빨라진다.”

    서로 경쟁하지 않을 때 더욱 경쟁력이 높아지는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