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을 통해 사람들은 내가 어떤 존재인지 깨닫고,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동기를 가지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열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지고요. 이렇듯 문화예술에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ARCON) 허인정 이사장의 말입니다. 그는 지난 5년을 돌아보며 “문화예술의 힘을 몸소 느낀 시간이었다”면서 “지금까지 후원해주고, 현장에서 아이들을 위해 애써준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전했습니다.
지난 4월 12일, 언더스탠드에비뉴(서울 성동구) 아트스탠드에서 ARCON 창립 5주년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ARCON Friend Party’라는 이름으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는데요. 지금까지 문화예술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함께 전개해 온 기업 및 예술단체, 청소년지원기관 등의 실무자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습니다.
지난 5년, 문화예술 나눔으로 빼곡했던 시간
“예술은 가진 자들의 것이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것은 아니지 않나요?”
창립 당시 ARCON은 이와 같은 수많은 물음에 직면했는데요. 문화예술 사회공헌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지금과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문화예술이 단기간에 정량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도 사회공헌 담당자들에게는 매력적이지 못한 요소였습니다.
지난 5년은 ARCON이 조금씩, 천천히 이에 대한 답을 내놓는 시간이었습니다. 보육원 퇴소 청소년의 자립지원 프로그램 ‘꿈꾸는 나비’, 장애인 가족의 심리치료를 위한 ‘가족힐링 프로그램’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과 손을 맞잡았습니다. 각각의 프로그램에는 다양한 문화예술 매체도 활용됐습니다. 영화와 축구를 매개로 한 ‘아트드림 영화제작소’와 ‘FC 아트드림’, 통합예술치료 프로그램 ‘마음톡톡’, 건강과 여성폭력 인식개선을 주제로 찾아가는 연극을 선보인 ‘도로시와 건강마법사’, ‘어른이 되어있을 너에게’ 등이 그랬습니다.
타 장르와 접목된 문화예술프로그램도 돋보였습니다. ‘별별작업실’은 문화예술 속에 경제 교육을 녹여냈고, ‘시간여행자’는 사진과 인문학이 결합된 교육프로그램으로 4년 간 장기 지속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간여행자는 지난해 졸업생 중 한 명이 청와대 초청을 받아, 대통령 앞에서 프로그램 경험담을 발표했을 정도로 주목받는 프로그램으로 성장했는데요. 지난해 ARCON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문화예술후원매개단체’로 인증받으며(전국 3개 단체) 문화예술 사회공헌 매개 역량과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ARCON 5주년 기념 영상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의 새로운 5년,
“지금과 같은 신뢰로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하길”
ARCON은 이달 서울시 성동구에 중고 컨테이너 100여개로 이뤄진 복합문화공간 언더스탠드에비뉴를 오픈했습니다. 이곳은 신진 예술가와 청년‧사회적기업가들의 활동 무대이자, 청소년‧결혼이주여성들의 자립지원 공간 등으로 활용됩니다. 외식 및 쇼핑공간도 겸비해, 지속가능한 선순환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데요.
4년 째 ARCON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정상준 강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팀장(꿈드림팀)은 가장 인상 깊었던 프로그램으로 언더스탠드에비뉴의 ‘유스스탠드’를 꼽았습니다. 유스스탠드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가죽공예‧향공예‧웹디자인‧제과제빵 교육 등 청소년 자립지원교육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는 “청소년들을 교육하고 직접 취업과 연계하는 프로그램이 신선했고,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시설에서 제공하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정 팀장은 청소년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파트너 기관의 신뢰도라고 했습니다.
“2013년 ‘꿈꾸는 나비’라는 프로그램으로 처음 ARCON을 접했습니다. 당시에는 참 생소했어요. 통상 센터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주도하는 역할을 맡는데, ARCON에서는 저희를 주도해서 프로그램을 이끌었거든요. 그런 생소함은 ‘아트드림 영화제작소’, ‘유스스탠드’ 등 다른 프로그램을 거치며 신뢰로 거듭났죠.”
이날 행사에는 이유정 프로젝트연 대표도 참석했습니다. 무대미술가로도 활동하는 그는 ‘꿈꾸는 나비’, ‘가족힐링 프로그램’, ‘별별작업실’ 등 연극 요소가 가미되는 프로그램들을 중심으로 ARCON과 함께했는데요. 이 대표는 향후 5년, 10년을 바라보는 ARCON에 대해‘지역을 바탕으로 하는 프로그램 도입’을 조언했습니다.
“언제까지 후원하는 측의 지원을 기대하긴 힘들죠. 그래서 저는 한 지역 안에서 아이와 어른, 소외계층 등이 함께 할 수 있는 지역단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개인의 경험이 같은 지역에서 중첩된다면 굉장한 힘이 될 수 있거든요. 지역 안에서 수혜를 입었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다시 나누고 자생하는 힘이 생긴다면,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