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도 끝도 없는 당당함에 대하여
밑도 끝도 없는 당당함에 대하여
밑도 끝도 없는 당당함에 대하여
2016.05.13 11:30 by 제인린(Jane lin)

 오늘은 베이징으로 유학 온 한 한글학교 봉사자의 하소연으로 이야기를 시작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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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 

한국어 동아리에서 한국어를 가르칩니다. 봉사활동이지요. 한국어가 그리웠던 어느 날 친구의 소개로 시작한 동호회에서 줄곧 한국어를 가르쳐 오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차례, 한 달에 4회 진행하고 있는 무료 한글 강습은 3주차까지는 강의를, 4주차에는 중국인 학생들이 각자 발표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무조건적인 강의보다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고자한 것이죠.

 

그러던 어느 날, 한 학생이 발표 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채 수업에 참여한 뒤, “선생님, 제가 이 부분에 대해 모르겠으니 선생님이 알려주시면 좋겠다”며 “오늘 발표는 선생님이 대신 해달라”고 일방적인 통보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몹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죠. 또, 어떤 날에는 발표를 맡았던 학생이 아르바이트가 있다며 우리 반 반장을 통해 발표 당일, 수업이 시작된 이후 통보를 해오기도 했죠.

 

이런 경우, 담당 교사인 저는 이들의 밑도 끝도 없는 당당함에 불쾌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 어떤 경우 외국인으로의 거리감을 느끼며 스스로 위축되기까지 합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민족적 특성일까요? 아니면 이것조차 문화적 차이로 이해해야 하는 부분일까요?

(사진: Hung Chung Chih/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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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필자에게도 유사한 경험이 있습니다.

필자가 종종 찾는, 집 근처 찻집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중국에서는 한여름에도 뜨거운 음료를 즐겨 마시는 것이 차 문화 중 하나인데, 차가운 음료를 주문하기 위해서는 1위안 정도의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저는 늘 그랬듯이 한여름의 더위를 식히고자 추가요금을 지불하고 냉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필자의 손에 아르바이트생이 쥐어준 차는 뜨끈뜨끈한 김이 올라오는 커피였습니다.

저는 분명 추가 요금가지 지불하며 차가운 음료를 주문했는데도 말이죠. 곧장 “차가운 것을 주문했는데, 왜 뜨거운 것을 주느냐” 물었고, 그 아르바이트생은 “뜨거운 것이 더 맛있다”, “그리고 차가운 음료는 몸에 해롭다”고 답변했습니다. 우습지만, 그녀의 당당한 항변에 저는 순간적으로 ‘아, 그런 건가…’하고 착각을 느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분명,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지만, 당시의 저는 이것조차 이들의 문화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벼이 웃어버리고 집으로 돌아온 경험이 있습니다.

이후에도 비슷한 사건들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오랜 시간이 지나 느낀 것은 이런 현상들이 중국이 가진 그들만의 문화(中国的礼仪) 현상은 결코 아니며, 오히려 반드시 재정비해야 할 오랜 구습일 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겨울 중국 베이징 대학 게시판에 부착된 '중국인이여, 집 안에서의 매너를 집 밖으로 가져가자'는 내용의 칼럼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젊은이들이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사진은 베이징 대학 게시판에 실린 칼럼과, 이에 대한 토론회가 진행된다는 안내문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의 모습.

지난 겨울 중국 베이징 지역일간지 신경보(新京報)에 게재된 한 칼럼은 ‘중국인이여, 집 안에서의 매너를 집 밖으로 가져가자’는 주제를 담아내며 현지에서 매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칼럼의 내용에 따르면 상당수 중국인들을 가리켜 ‘가까이 지내기엔 좋은 사람, 스치듯 지내기엔 더 없이 불편한 사람’으로 분류합니다. 가족, 친구, 친지들과는 더 없이 애틋한 민족이지만, 먼 관계의 누군가에게는 누구보다 무신경하게, 가벼이 여기기 쉬운 민족이라고 스스로를 정의내린 것이지요.

그러면서 지난 십 수 년 사이 급격하게 발전한 경제 성장과 물질적 풍요로움 이면에 갇혀버린 내면적인 성숙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할 때라고 분석했습니다.

칼럼의 필자는 “이를 위해 중국인들이 가족 간의 돈독한 정을 나누는 관습을 이제야말로 사회관계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집에서 나갈 때 신발을 챙겨 신고 나가는 것처럼 매너도 함께 챙겨 나가야 할 때”라고 독려하며 칼럼은 마무리 됩니다.

해당 칼럼은 곧장 베이징 대학 게시판에 부착되며 많은 학생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젊은 세대가 앞장 서 개선해야 할 문제로 부각되었지요. 중국인들조차 자신들의 이 같은 인간관계 속의 예절과 매너를 재정비해야 할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입니다.

'황실교육'이라 불리며 고가의 금액에 진행되고 있는 예절 전문 프로그램. (사진: www.royaleducationhk.com)

최근에는 이 같은 분위기를 몰아, 아동과 여성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일명 ‘황실교육(皇室教育, Royal education)’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영국 황실 교육 담당자였던 전문 예절 교육가들을 초청, 아동들을 대상으로 1박 2일로 진행하고 있는 해당 프로그램은 1회 참가비용만 3700위안(약 70만원)에 달하는데, 주로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 거주 자녀들이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참가 연령대는 주로 7세부터 15세까지로, 예절에 맞는 상황극에 직접 참여해 식사 예절, 대화 예절 등 다양한 예절 교육을 받게 됩니다. 교육 1회 참가비용이 대도시 4년제 졸업생 평균 월급에 해당하는 고액의 프로그램이지만, 참가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는데요. 중국인들에게 ‘예절’과 ‘매너’는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여성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예절전문 교육 프로그램 홍보 사진 (사진: 新京報)

황실교육은 여성들을 위한 커리큘럼도 갖추고 있습니다. 10일 동안 진행되며, 영국 왕세손비와 대화를 나누는 상황을 설정, 상황에 적절한 대화 나누는 방법과 예절 있게 토론을 주도하는 방식 등에 대해 교육을 받게 됩니다.

교육 참가비용은 10일에 6만 위안(약 1200만원)에 달하며, 기혼 여성을 위한 예절과 미혼 여성을 위한 예절 등 결혼 유무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때 먹고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과거의 중국이 이제는 세계 제1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며 그 위상에 맞추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는 셈이죠.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는 중국인들과 이를 활용해 수익을 내려는 업체들이 횡행하는 모습을 두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그들 나름의 예절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중국의 변화를 의미 있게 지켜보고자 합니다.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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