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글동글 양파는 먹기 싫어(싫어!) ♬ 맵고 쓰고 보기에도 질색~(질색!) ♬ 제발제발 맛없는 양파만은 (양파만은) 이제 그만~♪ 동글동글 맛없는 양파만은 (양파만은) 빼주세요~♩
‘뽀로로와 춤을 - 야채 삼총사’에 나오는 가사이다. 노래의 제작 취지는 편식하는 아이에게 양파, 당근, 피망을 친숙하게 하려던 것일 테지만, 원래 생 양파도 잘 받아 먹던 총명이에겐 부작용이 더 컸다. 이 노래를 배우자 괜시리 “양파는 먹기 싫어~♬ ”라고 노래를 부르며 양파를 기피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육아 행위 중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밥을 먹이는 일’이다. 특히 입이 짧은 아이라면, 그 고단함은 배가된다. 감사하게도 총명이는 이유식을 먹을 때부터 지금까지 뭔가를 잘 안 먹어서 크게 고민하게 만드는 일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점점 외부 활동이 늘어가면서 총명이도 가끔씩은 음식 투정을 할 때가 있다. 엄마가 해주는 無양념, 無조미료의 맛 이외에 새로운 맛의 신세계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부모로서 밥은 먹여야 하니, 다양한 방법으로 식사시간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 집에서 잘 쓰는 방법은 총명이가 직접 요리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 채소 썰기
주방에서 칼을 들고 요리를 하고 있어도 총명이는 놀아달라며 계속 부엌 쪽으로 온다. 하지만 뜨거운 불과 날카로운 칼이 있는 부엌은 얼마나 위험한 공간인가. 그래서 아예 부엌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총명이도 집중하며 요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채소 썰기라고 해도 당연히 30개월 유아가 할만한, 아주 쉬운 것들만 시킨다. 더불어 손쉬운 뒷정리가 가능한 것으로만 골랐다. 칼도 진짜 칼이 아닌, 플라스틱 케이크 칼을 사용한다. 그래도 은근 잘 썰리더라.
예전에 유명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TED에서 했던 강연을 본 적이 있다. 미국 아이들이 음식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아이들은 음식에 들어있는 재료가 무엇인지 모르면, 그걸 절대로 먹지 않는다”고 했다.
유아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요리에 참여해보고, 직접 준비한 재료가 음식으로 나오면, 평소보다 훨씬 궁금해하며 잘 먹는다.
| 음식으로 만들기 놀이
- 밥 케이크
언젠가 총명이가 ‘밥’은 안 먹고 반찬만 먹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반찬만 먹일 수는 없는 노릇이라, 총명이 엄마가 아이디어를 냈다. 바로 ‘밥 케이크’다.
1. 적당량의 밥에 잘게 썰은 반찬 종류(멸치, 김 가루 등)를 넣고 비벼서 둥글 납작한 밥 케이크 시트를 두 개 만든다. 두 개의 시트 사이에 김 혹은 치즈 한 장 정도를 넣어준다.
2. 엄마, 아빠, 아이의 그릇에 각각 준비된 케이크 시트를 놓고, 손으로 집을 수 있을 만한 몇 가지 반찬을 준비하여 자유롭게 케이크 윗부분을 토핑하도록 한다.
3. 재미있게 토핑을 얹어 케이크을 완성하였다면 맛있게 냠냠 먹으면 한끼 식사 완료!
- 과자로 만든 집
사실 빵이나 과자는 이런 만들기 장치를 넣지 않아도 너무나 잘 먹는 간식이다. 하지만 이걸 만들었던 날은 총명이의 기분이 유달리 좋지 않았다. 그래서 평소는 잘 먹지 않는 ‘젤리’ 까지 꺼내어 그림책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과자로 만든 집’ 을 꾸몄다.
1. 식빵을 자르고, 그릇 위에 쌓아서 기본적인 집 모양 형태를 잡아준다.
2. 생크림(마트에서 파는 스프레이 방식의 뿌리는 휘핑크림 이용)을 마치 접착제처럼 뿌리고 그 위에 여러 가지 과자를 붙여 준다.
3. 과일젤리, 견과류 등으로 과자 집 마당을 꾸며 준다.
4. 완성된 과자로 만든 집을 하나 하나 떼어 먹는다. 부모도 옆에서 같이 먹어 아이가 너무 과자를 많이 먹지 않도록 한다.
| 직딩아빠의 육아 미립자팁 #14
‘식판을 써봅시다’
식판은 단체급식에서만 사용할 것 같지만, 집에서 밥 먹을 때도 유용합니다. 어른들이 먹는 것처럼 반찬 별로 그릇에 담아두면 아이가 얼마나 먹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식판을 이용하면 밥, 반찬의 적정량을 조절해서 줄 수 있습니다. 먹는 아이도 식판 위에 골고루 올라간 반찬을 보며 이만큼은 자기가 먹어야 할 분량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혹여 누군가 감기라도 걸렸을 때 전염되는 것을 조금은 방지할 수 있습니다.
식판을 쓰려면 아이만 쓰게 하는 것 보다는 엄마, 아빠도 같은 식판으로 함께 먹는 것이 아이에게 좋습니다. 나도 엄마, 아빠와 같은 물건을 쓴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죠. 참고로 식판이 설거지 하기도 훨씬 편해요!
/사진:신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