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式’ 길 건너기의 진실
‘中國式’ 길 건너기의 진실
‘中國式’ 길 건너기의 진실
2016.06.17 10:38 by 제인린(Jane lin)

각종 커뮤니티에서 소개되고 있는 ‘대륙의 흔한’ 시리즈
이중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건 역시 교통질서에 관한 것입니다.

차와 사람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는 8차선 도로
신호 따윈 관심 없다는 듯 질주하는 블랙박스 영상
사고에 사고, 다시 사고가 더해지는 아비규환의 현장까지…

그런 사진과 영상들은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요?

(사진:Trial/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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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 

중국에서 오랜 시간 생활해오다 보니, 종종 대학 한국어과에서 강의를 하는 중국인 교수들과 친분을 쌓을 기회가 생기곤 합니다.

이들에 따르면, 중국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는 학생들은 방학을 맞아 한국으로 여행이나 어학 연수를 가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을 경험한 학생들이 하나 같이 놀라워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의 잘 짜여진 교통 문화’라고 합니다.

보행자와 운전자 상호간의 교통 규칙을 지키는 습관이 이들에게는 매우 놀라운 상황으로 보이는 것이죠. 우리에게는 실로 당연한 것인데 말입니다.

때문에 필자의 지인인 중국인 교수는 유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한국에서는 무심코라도 빨간 불에 길을 건너지 말 것”과 “중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부주의한 행동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쯤 되니, 궁금합니다. 유학을 앞둔 제자들에게 간곡하게 “무단횡단을 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교수의 속사정이 말입니다.

“반드시 이걸 보고 건너라” 대학생에게 하는 충고라고요? 초등학생이 아니고?? (사진:Marijus Auruskevicius/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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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필자는 1년 중 겨울과 여름 두 차례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시기에는 중국 각 성을 돌아다니며 긴 여행을 하곤 합니다. 그 동안 다녀온 지역만 해도 산둥성(山东省), 허난성(河南省), 허베이성(河北省), 동베이성(東北省) 등 다채로운 지역을 오고갔던 기억이 납니다.

56개 민족이 모여 사는 광활한 대륙인만큼, 지역마다 사는 민족과 사용하는 언어, 먹는 음식 등이 많이 달랐지만, 딱 한 가지 똑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었지요. 민족과 지역을 불문하고 쉽게 '무단횡단'을 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어느 지역이든 초록색 보행자 신호에 길을 건너는 이는 필자이거나 필자와 같은 외국인 여행자들 뿐이었죠.

이들의 당연한 듯 보이는 ‘무단횡단’은 집 앞 작은 도로에서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8차선, 10차선, 심지어는 대형 버스들이 주로 달리는 간선 도로(규모는 고속도로와 더 유사합니다)에서조차 신호를 무시하고 횡단하는 보행자들의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비단 보행자 뿐만이 아닙니다. 운전자들 역시 보행자 신호인 녹색 불을 무시하고 우회전 또는 좌회전하는 아찔한 장면이 자주 연출되곤 합니다. 이럴 땐, ‘차라리 빨간 불에 길을 건너는 게 더 안전한 것일까’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들곤 하죠.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중국에서 10여년을 살아온 사업가 장씨는 “중국 사람들은 빨간 색을 유난히 좋아해서, 빨간 불을 보면 건너고 싶어 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죠.

심지어, 중앙선을 넘어 운전하던 자동차가 마주 오는 차선에서 달려오는 자동차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장면도 자주 목격됩니다. 교통 신호에 민감한 우리에겐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려운 풍경입니다.

때문에, ‘중국에서 운행되는 자동차는 브레이크는 없어도, 크락션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몹쓸 유행어도 있습니다. 현지 교통 상황이 그만큼 수월하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죠.

이런 몹쓸 교통 예절을 가리켜 현지에서는 ‘중국식 길 건너기(中國式過馬路)’라고 부릅니다. 지난 2013년에는 중국 최대 온라인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 백과사전에 ‘중국식 길 건너기’라는 제목으로 사전적 의미가 등재됐을 정도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종의 사회 현상인 것이죠.

사방에서 달려오는 자동차와 버스, 전동자전거에 탑승한 이들이 혼잡하게 섞여, 도로 위를 위협하는 무법천지 모습이다. 중국에서는 자주 연출되는 장면이기에 일면 익숙하지만, 위험천만한 것은 어느 때나 다름없이 동일하다.

더욱이 과거에는 수천만대의 자전거가 도로 위를 달렸다면, 현재는 수천만대의 자동차가 도로 위를 빼곡하게 채우고, 또 그 사이사이를 위험천만한 모습으로 건너는 보행자들의 모습에 서늘한 아찔함이 느껴집니다.

특히 베이징, 상하이 등 1선 대도시에서는 극심한 교통 체증이 365일 지속되곤 하는데, 오전 8시, 오후 6시 등 출퇴근 시간의 도로 사정은 더욱 악화되기 일쑤입니다. 이 시간대에는 차에서 내린 운전자가 정체가 풀릴 때까지 도로 위를 걷거나 담배를 태우는 모습도 종종 목격됩니다.

이럴 땐 도로의 데시벨도 한껏 높아지죠. 보행자보다 운전자가 먼저라는 일부 그릇된 사고를 가진 이들이 울리는 크락션 소리는 정체된 도로에서 끊이지 않고 울려 퍼집니다.

도로 뿐만 아니라, 인도까지 점령한 전동자전거와 일반 자전거 모습. 이 같은 상황 탓에 오가는 보행자들이 불편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최근 중국 공안부 교통관리과학연구소(公安部交通管理科学研究所) 측은 이 같은 중국 내의 무분별한 교통질서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교통관리과학연구소 소장은 중국 현지 유력 언론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중국인들에게는 교통안전 의식이 부족하다”면서 “준법의식, 규율 의식 등 교통질서 위법 행위가 가진 문제점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현재로는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하루 평균 수만 건의 교통 법규 위반자들을 직접 적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교통질서를 유지하는 방법이지만, 각 지역마다 대규모 공안 인력을 투입하고, 위법자를 처벌하는데 필요한 집행 비용을 감당하는 현실적인 장벽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현실적으로 투입될 집행 비용보다 교통 법규의 권위를 지키는 무형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향후 교통질서 위반자에 대한 처벌의 수위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죠.

실제로 중국 정부는 최근 무단횡단 중 현장에서 적발된 위반자에 대해 보행자에게 10위안(약 1800원), 자전거 운전자에게 20위안(약 3600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교통법규정책을 최초로 도입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무단횡단 등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교통 위반 사례에 대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상당수 시민들은 공안국의 갑작스런 처벌 의사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현장에서 적발된 일부 위반자들은 벌금처분이 과하다며 집행 경찰관에게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오히려 논란의 대상으로 번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땅에 떨어진 교통법규, 벌금과 규제가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사진: Esin Deniz/shutterstock.com)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중국식 길 건너기 습관은 중국인들이 가진 ‘대중 심리’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합니다.

중국에서 유독 만연한 듯 보이는 ‘한 사람으로는 감히 어찌하지 못하지만, 많은 사람이 모이면 대중의 심리에 따른다(一人不敢行事,人多了就天生有一种从众心理)’는 대중심리가 공중도덕 불감증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혼자서는 무단횡단을 하지 못하지만, 출퇴근길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이면 대부분의 시민들이 신호등을 무시하고 길을 건너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교통법규의 처벌성을 강화하려는 정부의 노력과 함께 일반 시민에 대한 교통법규 질서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각종 교육사업을 병행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지난해 12월, 온라인상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두고 네티즌들 간의 소통의 장이 열렸는데, 아이디 ‘小刘’는 “자동차에게 할애된 2~3분의 시간과 보행자에게 주어진 30여 초의 시간에 대해 서로 약속한 시간을 지켜주는 배려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죠.

또 다른 아이디 ‘人走’는 “교통질서를 지키는 문명인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나 하나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면서 “지금이야말로 ‘중국식 길 건너기’라는 오명을 떨쳐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루에도 수차례 보도되는 언론 속의 중국은 이미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로 성장한 듯 보입니다. 더욱이 매년 이들이 기록하는 눈부신 경제 성장은 경제 전문가들이 예측한 시간보다 훨씬 더 빠른 기간 내에 세계 초일류 국가로 자리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하고 있죠.

하지만, 비약적인 경제 성장 이면에 자리한 이들이 보여주는 문화적 성숙도는 아쉬운 점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비단 표면적인 1위 국가가 아닌, ‘진짜’ 세계 제1의 국가로 존경받기 위해서 지금 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눈부신 문화적 성숙도’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사진: 제인 린(Jane lin)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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