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 저격하는 신촌거리의 스윗 스나이퍼, 신대호
여심 저격하는 신촌거리의 스윗 스나이퍼, 신대호
2016.06.20 10:49 by 흥부자

바야흐로 버스킹 춘추전국시대다. 홍대, 건대, 이태원, 삼청동에서 맨몸의 음악, 춤, 마술, 연극, 뷰티 등의 재능이 자웅을 다툰다. 신촌 역시 주요 무대다. “좋은 날 다 갔다”는 평가도 있지만,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한다. 특히 지난 2014년 1월 서대문구에서 신촌을 전격적으로 ‘차 없는 거리_대중교통 전용도로’로 지정한 이후 각종 문화행사들이 넘쳐나면서, ‘과거의 영광’으로 치부되던 ‘신촌 예술’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오늘의 주인공 신대호(이하 ‘대호’)도 그 중 하나다. 달랑 어쿠스틱 기타만으로 신촌문화공원을 지킨다. 진정 달콤한 목소리로 ‘유월의 밤’을 채우는 여심 저격남이다.

 

    ‘버스킹’은 대왕 버스가 아니다

 ‘버스킹(Busking)’은 ‘길거리에서 공연하다’라는 ‘버스크(Busk)’에서 유래된 단어다. 연주나 노래만 의미하는 걸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길에서 하는 모든 종류의 공연형태를 포함한다. 흔히 예술을 매개로 ‘구걸’하는 행위로 오인하기도 한다. 물론 스페인에선 예술을 후원해주는 ‘쩐주’를 찾아 예술가들이 거리로 나섰다고 하고, 한국 역시 가난한 예술가들이 한이 맺혀서 거리에 나온 면이 있다. 하지만 연극이 ‘바쿠스신’에게 제사 지내는 것에서 유래됐다고, 지금의 모든 연극이 모두 제전적 성격은 아니지 않나. 감동한 만큼 낼 수 있는 후불제 정도로 보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

 

버스킹 조기교육 중입니다. (사진: Tomsickova Tatyana/shutterstock.com)

 

신촌의 주요 버스킹 존은 지하철역 맥도날드 앞, 홍익문고 앞, 꿈꾸는 청년가게 앞 우드 데크, 유플렉스 앞 잠만경, 신촌 문화 공원 정도다. 나머지 연세로 도로 변과 슈펜 옆 국민은행 앞은 간헐적으로 버스킹이 이뤄진다.

‘버스킹’하면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음악이다. 홍익문고 앞처럼 피아노가 떡하니 준비되어 있는 곳도 있다. 대부분 키보드니, 어쿠스틱 기타니, 베이스니, 카온 같은 악기를 바리바리 싸 들고 다니긴 한다만.

대호 역시 바리바리 준비물이 필요하다. 큐브스트릿(휴대용 앰프), 어쿠스틱 기타, 마이크, 마이크 스탠드, 각종 케이블 등.

중고가 기준으로, 큐브스트릿 45만원, 마이크(스탠드포함) 36만원이다. 수제 어쿠스틱 기타는 200만원을 호가하는 물건인데 아는 형님에게 빌렸단다. 올해까지 쓰고 반납해야 한다고.

 자, 준비를 마쳤다, 우리도 귀 청소를 하자. 예술을 온전히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도.

 

 

대호 버스킹 영상, 볼륨 업!

깨끗하다  한국의 버스킹은 가난한 예술가가 거리에 구걸하듯 나오는 이미지가 남아 있어(물론 사실과 다르다) 한(恨)의 정서가 있는 분들도 있다. 또 기교를 화려하게 해 시선을 끄는 축도 꽤 많다. 반면 그의 노래는 순수하다.

시작한지 얼마 안된 버스킹 ‘꼬꼬마’라는 점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전북 김제 출신인 그는 2016년 3월 1일 제대하자마자, 이튿날 바로 서울로 올라왔다. 연고도 없는 서울에 최소 금액만 들고 무작정 올라오다니, 제대로 된 액션맨이다! 처음 두 달은 알바도 조금 했지만 곧 그만 뒀다. 아침 10시 출근에 8시 퇴근하면서 제대로 음악하기는 무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현실에 타협하면 늘 그렇게 살지 않을까 두려웠다”고 했다.

순수하고 깨끗한 보이스로 어필하는 버스커 대호

전직은 군인. 전전직은 라이브 싱어. 전전전직은 영어강사다. 가만 영어강사? 영어 강사가 훨씬 수익이 좋을 텐데? 한국은 버스킹 문화가 아직 낯설어 당신이 받은 위로에, 즐거움에, 새로움에 보시 할 줄 모른다. 지갑을 열어봤자 천원, 통 커 봤자 이천 원. 그는 왜 거리로 나왔을까?

“거리에서 노래하는 게 좋아요. 좋아하는 데 왜 좋은 지 이유를 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냥 좋다는 게 참 무서워요.”(대호)

당신이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치자. 좋아하는 이유를 명확히 댈 수 있다면 그 이유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싫어진다는 얘기인가. 대호는 그런 얘길 하고 있는 거다. 그냥 좋기 때문에 집중도 잘되고 몰입도 잘 된다고 한다. 물론 욕심이 없는 건 아니다. 좋아하는 것으로 밥 먹고 살고 싶다. 이것만으로 충분한 욕심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 이상의 이유는 쉽게 대지 못한다.

대호가 처음 거리 나왔을 때 모습. 잔뜩 멋을 부렸지만 어딘가 촌스럽다. 오밤 중에 선글라스라니.

노래는 중2 때 처음 시작했다. 전교 부회장이었는데 축제준비를 해 놓은 게 하나도 없어서 총대 매고 시작했단다. 첫 대회에서 인기상을 탔는데 사실 수치스러웠다고 한다. 인기상이란 게 등수랑은 상관 없지 않나. 음 이탈로 사람들이 웃어서 받은 의도치 않은 상. 오기가 났다. 어린 마음에 엄마한테 떼 쓰며 “가수 하겠다”고 울었던 기억도 있다.

대호의 어머님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셨다. (절대 그럴 리가 없다는 듯) “정 그러면 이번 대회에서 1등 하면 인정해줄게”라고 하신 게 실수다. 어머님께선 대호의 능력을 간과하신 거다. 대호는 정말 1등을 했다. 이 다음의 어머님 말씀은 여러분의 예상대로다.

“(한껏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네가 동네에서 1등 해 봤자지.”

하지만 대호는 여기까지 왔다. 지금은 작은 인디 레이블 ‘나이테’에서 활동 중이다. 거리에 나온 지 한 달 만의 일이다.

 

 

뒤에서 무릎 치고 있는 친구는 이 시리즈 3화에 나올 '루루', 바이올린 현을 튕기고 있는 친구와 젬베를 치는 친구는 각각 6,7화 쯤에 나올 듯한 '보늬'와 '안코드'다.

무대에서 3000명을 두고 공연하는 것과 거리에서 관객 세 명을 두고 공연하는 것. 어떤 것이 더 떨릴까? 그에 의하면 거리의 세 명이 더 무섭다. 무대는 이미 다 갖춰져 있다. 빵빵한 음향과 조명, 충분한 리허설, 티켓을 끊고 올 때부터 내게 무언가 기대하는 관객들까지. 하지만 거리는 준비 안 된 불특정한 사람들이 오고 간다. 순수하게 노래와 연주만으로 이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다소 상기된 듯) 세 명 앞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과 호흡해야 해요. 제 숨소리까지도 들리잖아요. 저는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거지만 누군가에게 피해가 돼서는 안되죠.”

실제로 그는 (다른 버스커들을 배려해) 일정시간이 지나면 옮겨 다니면서 노래한다. 버스커하기엔 배려심이 너무 큰 거 아닌가.

주로 하는 노래는 Maroon 5, Jason Mraz, Bruno Mars, 태양, 10cm 등이다. 이런 감성충. 몰려든 사람들 사이에서 같이 구경하던 여성들의 얼굴을 보면 안다. 이미 ‘푸욱’ 빠졌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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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반의 풍경. 노래를 시작하면 저렇게 사람들이 자석처럼 빨려온다.

워낙 미성이라, 어쿠스틱 기타의 선율과 목소리가 아주 잘 어울린다. 하지만 처음 배운 악기는 드럼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록밴드에서 드러머로 활동했다. 덕분에 음악에 대한 편식은 없다.

앞서 말했듯 거리는 즉흥과 변수의 연속이다. 당연히 버스킹 중에 재미난 사연이 넘치는 것 또한 거리 공연의 묘미다. 대호에겐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을까?

“(생각하면 웃긴다는 듯) 그날 노래를 하다가 목소리가 별로 안 좋아서 집에 일찍 들어갔거든요. 근데 집에 갔더니 다시 나가고 싶더라고요. ‘이 시간에 집에 있는 건 (버스커로서)자존심 상한다’ 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다시 나왔죠. 그 때 시각이 새벽 2시. 토요일 밤에서 일요일로 넘어갈 때 였어요.”

이날의 오기 섞인 노래는 결국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이어졌다. 사람들이 계속 같이 있어줘서 끊지를 못했단다. 모닥불 피워 놓고 노는, 그런 분위기를 보며 누군가는 ”동아리 MT 온 거 같다”고도 했다. 모두 페이스 북 친추도 해주고. 아침 밥 사줄 테니 같이 먹고 가라고 하기도 했단다. “노래에 진짜 흡입력이 있나 보다”라고 칭찬했더니, “그냥 그때 분위기가 괜찮았다”며 겸손이다.

그는 어떤 가수가 되고 싶을까? 대답이 다소 엉뚱하다.

“(사뭇 진지하게) 강연 같은 걸 해보고 싶어요. 꿈을 주는 강연인데, ‘보이지 않는 힘’ 즉 생각에 대해서 얘기하는 거죠. 전 모두 생각의 힘에서 나온다고 믿거든요. 무언가 될 수 있다, 또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거에요. 저는 아무리 돌고 돌아 왔어도, 결국 생각한대로 이뤄왔거든요. 이 얘기를 꼭 해주고 싶어요. 아직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버스킹’의 핫플레이스는?

 홍대: 버스킹은 대학가가 진리다. 홍대 버스킹은 실력은 기본에, 다양성과 창의력이 돋보인다. 그만큼 경쟁도 세다. 생각해보라. 경계 없이 늘어선 야외 공연장에서, 다섯 걸음마다 넘나 멋진, 재미있는, 화려한 무대가 펼쳐지는 풍경을. 춤, 밴드(어쿠스틱, 락, 국악, 싱어송라이터 등 다양), 아프리카 TV, 마술 등 홍대에서 살아 남는 팀은 ‘좀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건대: 유*브에서 검색할 수 있는 소름 끼치는 라이브는 대부분 MR(Music Recorded)이다. 건대는 주로 고음을 폭발시키는 MR족들의 무대다. 20대를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통하는 음악을 알고 싶다면, 건대를 강추한다.

신촌: 많이 죽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신촌 대표 3대학에 이들이 유입하는 사람들까지 족히 10만은 청년 고객을 보유한 상권이다. 타 지역에 비해 유동인구도 꾸준한 편. 고로 조근조근한 버스커들, 특히 언플러그드(unplugged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통기타ㆍ피아노를 사용해 연주하는 음악)가 많다.

이태원: 지역 특성이 특성이니만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버스커들이 많다. 이태원까지 진출했다면, 음악 및 예술 세계관이 좀 넓고 팝송 실력이 좀 된다는 말이다.

삼청동: 최근에 뜨고 있는 지역. 실력자들이 대거 모인다. 삼청동 돌담 길의 폭이 좁고 돌벽으로 둘러 쌓여있는 덕분에 딱히 스피커를 사용하지 않아도 울림이 좋고 운치가 뛰어나다. 연주 위주로만 펼쳐진다는 점에서 쇼맨십을 동반하는 홍대 버스킹과 차이가 있다. 삼청동 자체가 유명해져 프랜차이즈가 많이 들어오면서 운치가 덜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이 제한적이라, 밤 10시 이후엔 매우 한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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