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을 기억하며, 연평해전 ‘영웅의 숲’을 가다
영웅을 기억하며, 연평해전 ‘영웅의 숲’을 가다
2016.06.29 18:22 by 최현빈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에 위치한 ‘도라산 평화공원’. ‘민통선’(民統線‧비무장지대 바깥 남방한계선을 경계로 남쪽 5~20㎞에 있는 민간인통제구역) 너머 북한을 바라볼 수 있는, 그래서 평소에는 아스라한 고요함이 흐르는 곳이죠.

지난 24일 오후, 적막이 가득했던 이곳이 모처럼 시끌벅적합니다. 하얀 정복을 말끔하게 갖춰 입은 군인, 엄마 손을 꼭 잡고 따라온 아이, 활기찬 젊은 청년들까지… 모두 이날 새롭게 선보인 ‘영웅의 숲’ 완공식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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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산 평화공원’ 내에 위치한 영웅의 숲 전경

 

‘영웅의 숲’은 지난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여섯 명의 우리 용사들을 기리는 숲입니다. 나무심기 애플리케이션으로 유명한 소설 벤처 ‘트리플래닛’이 다양한 시민들의 뜻을 한데 모아 만들었죠. 이 회사에선 지난 4월 전남 진도에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한 숲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김형수 트리플래닛수 대표는 “이곳은 젊은 영웅들을 기억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장소”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완공식에는 여섯 용사의 유가족들과 해군 관계자들, 그리고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모금에 참여한 시민들이 함께 참석해 주었습니다. 지난해 영화 <연평해전>을 통해 대중들에게 이들의 희생을 알렸던 김학순 감독 역시 현장을 찾아,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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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 찾은 유가족들의 모습,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제2연평해전

2002년 6월 29일, 서해의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이 우리 해군의 고속정인 ‘참수리 357호’에 기습적인 포격을 가한 사건. 약 25분간의 교전 끝에 참수리 357호에 탑승해 있던 승무원들 19명이 부상당하고, 6명이 전사(고 윤영하 소령, 한상국 상사, 조천형 중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추서된 계급 기준)했다. 북한 경비정은 13명의 전사자를 내고 퇴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2연평해전 13주년을 앞두고 해상기동훈련을 하고 있는 ‘최첨단유도탄고속함(PKG)’. 이 함대의 이름은 모두 제2연평해전 전사자 6인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사진: 해군본부)

 

자식의 이름이 새겨진 숲

“매년 이맘때만 되면 가슴이 답답해지지. 북한이 밉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른 자식들은 이런 일 안 당하게 통일이 빨리 됐으면 좋겠어.”

황은태(69‧故 황도현 중사父)씨의 말입니다. 포탄에 머리를 다친 와중에도 방아쇠를 잡고 있었던 아들. 아버지는 이런 아들을 기억해주기 위해 모인 많은 사람들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어머니 박공순(64)씨는 “아들의 이름이 남아있는 숲에 자주 오게 될 것 같다”라고 말합니다.

영웅의 숲에는 무궁화, 소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심어져 있는데요. 전체 모양은 한반도 지도를 본 따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한반도에서 연평도가 위치한 곳에 해당하는 숲 주변에는 특별히 여섯 용사들을 기념하는 나무들이 우뚝 서 있습니다. 이날 완공식을 찾은 사람들은 나라를 지켜준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 특별한 나무들에 파란 리본과 추모 메시지를 적어 걸었습니다.

용사들을 기념하는 나무에 추모메시지를 걸고 있는 참석자들 (좌측부터)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 이해영 해군 주임원사, 국회의원 신보라(나무에 가려진 여성), 윤기희 해군 준장, 유가족 윤두호씨.
‘애비가’라고 쓴 유가족의 편지가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뒤이어 용사들에게 쓴 편지를 함께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바뀌는 순간이었죠. “그동안 하늘나라에서 잘 계셨는지요.”라고 첫 구절을 시작한 해군 주임원사의 말에 유가족들의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먼저 떠난 자식의 나무를 바라보던 한 어머니는 이윽고 고개를 떨굽니다.

나무에 마음을 담아

추모의 의식을 마친 뒤엔 함께 ‘도라산 평화공원’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북한 바로 아래지만, 이념이나 갈등 따윈 모른 채 돌아가는 바람개비를 보고 있으면 그저 평화롭기만 합니다. 기부에 참석했던 어머니를 따라온 아이는 이런 풍경이 그저 신기한 듯 뛰어다닙니다.

“나중에 우리 아들도 나라를 지킬 거잖아요. 그래서 아이와 함께 참여했어요.”

다섯 살 난 아들의 이름으로 모금에 참여한 최지연(33)씨는 남편과 축구 얘기를 하다가 연평해전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환호와 열광의 도가니였던 2002년에 무엇을 했냐고 묻자 남편은 “군복무 기간이었고 당시 비상이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라고 답했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인데… 그 뒤로 연평해전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지금도 나라를 지키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생겼고요.”(최지연씨)

참수리 357호의 정장이었던 故 윤영하 소령의 아버지 윤두호(74)씨는 이날 “고맙다”는 말을 참 많이 했습니다.

“그저 우리 아들들의 희생이 쉽게 잊히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어요. 그런데 이렇게 숲을 만들고, 시민들이 찾아주기까지 하니 너무 고맙네요. 우리 자식들이 이 숲에서 편안히 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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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현빈

필자소개
최현빈

파란 하늘과 양지바른 골목을 좋아하는 더퍼스트 ‘에디터 ROBI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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