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야(夜)생 리뷰어, ‘리뷰엉이’
급성장하는 야(夜)생 리뷰어, ‘리뷰엉이’
2016.07.05 17:58 by 김석준

“영화 비평에 ‘그건 네 생각이고’란 반응이 오는 시대에요. 비평가 입장에선 허무한 거죠.”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하소연, 비평계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화 관련 블로그는 차고 넘친다. 검색 몇 번으로도 저마다의 시선과 통찰을 담은 다양한 리뷰를 만날 수 있다.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는 것이다. 비단 영화계만의 일은 아니지만, 가장 대중적인 예술로 분류되는 영화이기에 그만큼 쉽게 표현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유튜브(youtube.com)의 영화 리뷰어(Reviewer)는 또 하나의 흐름이다. 최근 급속히 팽창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더 이상 사람들은 영화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일요일 정오, TV 앞에 앉지 않는다. 유튜브에 들어가 검색할 뿐이다.

그래서 만났다. 새롭게 떠오르는 영화 유튜버 ‘리뷰엉이’를.

얼굴공개를 원치 않았다. 대신 부엉이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혹시 부엉이를 닮은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다.

매일 늦게 자고 해지고 일어나는 생활을 하다 보니 친구들이 ‘부엉이’라고 불렀다. 리뷰를 하는 부엉이라고 해서 ‘리뷰엉이’다. 특별한 의미 없이 단순하게 지었다.

영화 유튜브는 어떻게 시작했나.

처음에는 단순하게 접근했다. 영화로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면 재밌겠다고. 그런데 시작해보니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나중에는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어느 순간 더 배워보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 400페이지가 되는 영상편집 관련 책을 사서 5일 만에 다 마스터했다.

그렇게 만든 첫 콘텐츠가 바로, ‘인공지능 영화 TOP 5편’이다.

이세돌 알파고 대국만큼 꿀잼! 인공지능 영화 TOP5

처녀작, 나름 재밌게 봤는데 본인은 별로 였다고?

인공지능 영화에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속된 말로 ‘더럽게’ 재미없었다. 안 될 만 했다고 여겼고 실제로 조회 수도 얼마 안 나왔다. 하지만 성과는 있었다. 기술적인 측면에선 어느 정도 수준이 된 거다. 목소리 톤도 3회 정도부터는 듣기 편한 목소리로 바꿨다. 처음에는 이런 시행착오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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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관에서 영화 보고나면 팝콘이 조금 남잖아요.

남은 팝콘 먹으면서 ‘영화 어땠냐’고 대화하는, 친구 같은 리뷰어이고 싶어요.  

 

재미없는 리뷰를 만든 지 3개월 만에 3만 구독자를 넘었다. 비결이 뭔가.

단순하고 쉽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영상을 ‘시청’한다고 말하지 않나. 말 그대로 보고 듣는 거다. 사람들이 한번 듣고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어려운 용어는 안 쓰려고 한다. ‘블랙팬서 편’은 조회 수가 유독 높았는데 그 편에서는 예측을 많이 했던 게 주효했다. ‘누구와 누가 관계가 안 좋을 것 같다’거나 방패에 흠집난 걸 보고 내용을 유추하기도 했다. 호기심을 자극해서 큰 인기를 끌었던 것 같다.

‘시빌 워 보기 전에 꼭! 알아야 할 블랙팬서 편’은 리뷰엉이 채널 최초로 100만뷰를 넘겼다.

지향하는 리뷰 색깔이 이동진 평론가와 비슷한 것 같다.

알게 모르게 영향은 받았을 거다. SBS<접속 무비월드>를 즐겨보는데, 프로그램 앞부분에 영화 소개하는 코너는 안 봐도, 뒷부분에 나오는 이동진 평론가 코너는 반드시 봤다. 일반인이 쉽고 편하게 느끼도록 코멘트 해주는 게 특히 좋았다. 그러면서도 스토리 전개나 촬영기법에 대한 이야기 등은 핵심을 콕 찔러주고.

이동진 평론가를 닮고 싶은 건가.

꼭 그런 건 아니다. 사실 평론가라고 불리기 싫다. 영화를 전문적으로 배운 것도 아니고, 철저하게 일반인의 시점에서 말해줄 수 있는 수준밖에 안 된다. 그냥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리뷰어고 싶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다 보면 팝콘이 조금 남지 않나. 남아 있는 팝콘 먹고 나가면서 ‘영화 어땠어’라고 대화하는 친구 같은 리뷰어이고 싶다. 수준을 높이면 대중성은 떨어질 수도 있다.

이동진 평론가 역시 지난 6월 3일 유튜브에서 본격적인 영화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이동진 평론가는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로 근무하던 시절, 영화 칼럼 ‘시네마 레터’로 큰 인기를 얻었다. 다른 평론가의 딱딱하고 어려운 비평이 아닌 전문용어를 배제한 쉬운 칼럼이 인기 비결이었다. 지금도 이동진 평론가는 알아듣기 쉬운 설명으로 많은 사람의 인기를 얻고 있다.

 

부호_열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 버는 건 행복한 일, 가난한 유튜버는 되지 않을 것

예전에는 영화에 대해 리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한정적이었는데, 유튜브는 확실히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 같다.

영화 유튜브 채널 중 ‘발없는새’는 18만, ‘빨강도깨비’도 17만 구독자를 넘겼다. 내가 리뷰채널을 열고나서 7개의 영화 채널이 또 생겼다. 이런 현상을 보면 사람들의 수요는 확실히 느낀다. 공중파의 영향력도 약해지고 미디어 시장의 변화가 있다는 것도 말이다. 공중파의 영화 소개프로그램에서 다루지 못하는 걸 유튜브에서는 다룰 수 있으니까. 시간과 소재의 제한을 받는 공중파에서 온종일 ‘마블’ 얘기만 할 순 없지 않나. 유튜브는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면 되니까 훨씬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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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리뷰를 쓰기 시작했나.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마케팅 관련된 일을 했다. 그런데 일하면서 회사생활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건 무조건 해야 하는 게 내 성격이다. 대신 오랜 기간 분석을 하고 준비를 하고 계획을 세운다. 물론 지금도 계획을 세워놓고 유튜브를 운영하는 중이고 계획대로 되는 중이다.

그래도 돈 걱정은 좀 되지 않나.

회사 생활이라는 게 어찌 보면, 윗사람들한테 욕먹고 얼굴 붉히면서 돈 버는 거 아닌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 버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유튜브를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하니 동생이 ‘2~3년은 (돈 때문에)고통 받아야 할 것 같은데?’라고 하더라. 그 말대로다. 여전히 고통 받고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수익을 쫒진 않는다. 현재는 어느 정도의 용돈 벌이만 할 뿐이다. 당장은 돈 걱정을 안 하는 상황이지만 나중에는 돈을 벌긴 해야 할 것 같다. 결혼하고 아버지가 됐는데 아버지가 가난한 유튜버이면 안 되지 않나(웃음).

리뷰엉이의 책장, 영화이론서와 편집프로그램에 대한 책이 많다.

영화 리뷰를 통한 수익이 궁금했다. 유튜브는 광고수익정책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유튜버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끝까지 시청하는지, 좋아요를 누르는지, 구독하는지, 어느 나라에서 시청하는지 등 다양한 변수가 있다고 한다. 이를 종합했을 때 조회 수 1당 1원이라고 생각하면 얼추 맞다.

작업 프로세스가 궁금하다.

아이디어 짜는 것부터 시작해서 대본 쓰고 영상 업로드 하는데 까지. 평균 3일에서 4일 정도 걸린다. 영화 ‘주토피아’ 편은 자료 찾아봐야 할 게 많아서 더 오래 걸렸고 ‘하이드라 편’은 뉴스형식이라 하루 만에 끝내기도 했다. 사실 주말 평일 구분 없이 계속 일하는 셈이다. 일어나자마자 컴퓨터 켜고 그것만 한다. 아무래도 초기 단계이다 보니, 작업 속도도 남들보다 느린 편이다. ‘발없는새’님이나 ‘천재 이승국’님보다 하루 정도 늦는다. 정보의 정확성 때문에 공부를 하느라 오래 걸리기도 한다.

리뷰엉이의 작업실. 처음에는 모니터도 한 대였고 마이크도 없었다고 한다.

영상은 어디서 얻는 건가?

집에 있는 DVD를 쓰거나 ‘굿다운로드’를 한다. 이제 막 개봉한 영화의 영상 같은 경우, 구할 길이 없어서 예고편을 많이 쓰는데, 한계가 있다. 유튜브에서는 공정이용을 그대로 지키면 저작권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것 때문에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저작권법 공부하는 것만 한 달 걸렸다. 다른 유튜브를 보면 ‘이거 저작권법 위반인데’하는 영상들이 많다. 1인 미디어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특히 저작권법을 철저히 공부하고 시작했으면 좋겠다.

마블 영화가 주된 콘텐츠다. 영화 선정은 어떻게 하나.

‘발없는새’님이 그렇게 말하더라. “왜 마블 리뷰만 만드냐고? (다른 건) 당신들이 안 보니까”라고. 영화 ‘클로버필드’를 만들었을 때는 조회 수가 1만도 안 들었다. 사람들이 안 찾아주니까 안 만드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명작으로 평가받는 영화를 다루고 싶지만 일단은 채널의 인기가 많아야 한다. 사람을 모으는 게 순서고 그 다음에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걸 하는 게 맞다. 가끔 ‘클로버필드’나 ‘아가씨’를 다루는 것도 훗날을 기약하기 위해서다. 나중에 ‘우리도 이런 거 할 수 있다’라는 걸 말해주고 싶어서.

 

부호_열기

 

 

인생을 허비한 자는 유죄!

인생 명작을 단 한 편만 뽑는다면?

<빠삐용>이다. 스무 살 때 <빠삐용>을 처음 봤다. 빠삐용이 감옥에서 잠을 자다가 꿈을 꾸는데 꿈속에서 ‘인생을 허비한 자는 유죄’라는 말을 듣는다. 그 말이 와 닿았다. 그 이후 그 말이 인생의 신조가 됐다. 면접장에서도 좌우명이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인생을 허비한 자, 유죄’라는 말을 했다. 영화를 볼 때 메시지를 가장 중요하게 보는 편인데, <빠삐용>의 메시지는 인생 전체에 걸쳐서 영향을 줬다.

싸이월드 대문, 영화 <빠삐용>의 한 장면(이하 리뷰엉이 제공)

얼굴은 왜 공개안하나?

언젠가는 할 것 같다. 구독자 5만이 되면 얼굴을 공개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긴 한데, 주변에서 얼굴과 목소리가 매치가 안 된다는 말을 한다. 내가 못생겼다는 뜻인지(웃음). 사실 다른 채널과의 차별성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한다. 얼굴 공개에 대해서 아직 확정된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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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계획은?

게임채널 등 다양한 채널을 만들어보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영화 채널에 집중할 때다. 여러 곳에서 연락이 많이 온다. 돈을 줄 테니 영상을 만들어달라는 분도 있다. 하지만 수익은 안 받고 리뷰를 해줄 수 있을지언정 돈을 받고 해줄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여기저기서 같이 일해보자는 제의도 있었지만, 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기에 판단할 만한 기준이 없다. 지금은 모든 행동이 조심스럽다.

리뷰엉이는 영화 리뷰를 하며 가장 기뻤던 순간으로 “첫 댓글이 달렸을 때”라고 했다. 무슨 내용의 댓글이 달렸냐고 물으니 ‘유튜브 처음 하시나 봐요. 구독하고 갈게요~’라고 했다. ‘100명이나 볼까…’ 걱정했던 유튜버는 어느덧 구독자 3만 명을 넘겼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발전하는 이 리뷰어가 구독자 5만 명을 넘었을 땐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사진: 김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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