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아빠가 있다
아빠도 아빠가 있다
2016.07.12 13:31 by 신성현

지난 5월, 어버이날 즈음에 한 방송에서 ‘아버지’에 대한 시를 읊는 걸 봤다. 마침 옆에 있던 총명이에게 “아버지가 누군지 아니?”하고 물었는데, 아무래도 잘 모르는 눈치이다.(아, 물론 ‘아빠’는 안다.)

아버지가 아빠와 같은 뜻이라고 말해주고, ‘아버지’라고 불러보게도 했지만, 왠지 듣는 나도 어색하다. 하긴 필자 역시 아직 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른다. 어른이 되면 당연히 ‘아버지’라는 호칭에 익숙해질지 알았건만, 결혼하고 아이 둘이나 낳았지만, 아빠는 여전히 아빠다.

그렇다. 아빠에게도 아빠가 있다. 내친김에 총명이에게 아빠의 아빠는 할아버지이고, 아빠의 엄마는 할머니라는 것도 설명 해줬지만, 역시 바로 이해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뭐 때가 되면 자연스레 이해할 날이 오겠지.

위엄 있는(grand)  아빠(father), 그 이름은 ‘할아버지’(사진:Monkey Business Images/shutterstock.com)

전문가들은 부모들이 별다른 노력을 안 하는 경우, 자신이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양육 받은 그대로 따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그렇게 양육한 자신의 아들, 딸이 자신과 비슷하게 성장하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이 말을 들으며 나는 속으로 ‘나는 그럭저럭 잘 성장한 것 같은데… 내 자식도 나만큼만 잘 커준다면야”하는 생각을 했다. 자존감이 너무 높은 것일까? 아니면 나의 부모님이 정말 훌륭하셨던 걸까?

두 명의 아들을 키우면서 가끔씩 내가 어렸을 적 아빠와 함께 한 시간들을 떠올려본다. 아침에 출근하실 때 백 원씩 용돈을 주시고, 퇴근하시고 집에서 뉴스를 보며 고추장에 마른 멸치 찍어 드실 때 나도 옆에서 같이 먹기도 했다. 첫 자동차를 사서 동네 한 바퀴를 돌 때도 함께 했으며, 동네 목공소에서 합판을 사다가 마당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위한 개 집도 함께 만들었다. 크리스마스에는 불이 들어오는 커다란 별을 만들어서 집 지붕에 걸어놓기도 했다. 모두 내가 초등학교 가기 전에 있었던 일들인 것을 감안하면, 지금 내가 아이들과 함께 하는 놀이도, 아이들의 기억에 오래 남아 있을 것 같다.

아주 가끔씩 아빠가 해주는 요리(주로 라면이지만)를 먹은 경험도 특별한 기억 중 하나이다.(사진:siSSen/shutterstock.com)

아직 어린 자녀가 있는 부부들을 모아놓고 아내, 남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많은 아내들은 “남편이 어린 자녀와 시간을 잘 보내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그리고 남편에게 자녀와 함께 해달라고 부탁한 일을 남편이 영 달갑지 않아하고, 가끔 놀아준다 해도 억지로 하는 것 같다고 불평한다. 아내 입장에선 열심히 시간을 내어 알아본 프로그램인데, 남편이 마지못해 끌려가 영혼 없이 참여하면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조금 여유 있게 생각해보자. 이 세상 모든 아빠는 자녀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어한다. 그리고 내 아들, 딸과 특별히 함께 하고 싶어하는 게 분명히 있다. 어쩌면 아내가 보기에 좀 쓸데 없어 보이고, 위험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실제로 내가 아는 어떤 아빠는 자녀와 함께 거실에서 게임하는 게 로망이라고 한다. 아들하고 만화방에서 산처럼 쌓인 만화책 보는 게 꿈인 아빠도 있다. (엄마들이 보기엔) 이 얼마나 어이없는 로망인가?

빨리 시작해, 좀 있으면 엄마와.(사진:goodluz/shutterstock.com)

그렇다.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경험 중에 엄마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아빠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남편이 자기만큼 자녀에 대해, 육아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또 실제로 그렇더라도 여유를 가지고 아빠가 자녀와 하고 싶어하는 것을 해보도록 기다려 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빠들 또한 좀 더 적극적으로 아이와 함께 하고 싶었던 꿈을 마음껏 펼쳐보자. 어떤 경험이던 아빠와 함께한 즐거운 경험은 훗날 아이가 세상살이에 힘들어 지쳤을 때 기대어 쉴 수 있는 귀한 자산이 될 것이다.

 

| 직딩아빠의 육아 미립자팁 #16

‘같은 산책길도 아빠와 한번, 엄마와 한번’

함께 하는 사람이 바뀌면 보이는 풍경도 바뀝니다. 아이와 자주 가는 산책길이라도 하루는 엄마와 한번, 하루는 아빠와 한번 가보세요. 엄마와 아빠가 주로 보는 것이 다르니 아이가 산책길에서 보고, 듣고, 느끼게 되는 것 또한 다릅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엄마랑, 또 아빠랑 무엇을 보았는지 이야기 해보세요.

특히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아이라면, 아빠가 출근하기 전에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10~20분 정도 동네 한 바퀴를 돌아주는 것도 새로운 산책길이 됩니다.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 슈퍼마켓에서 식 재료 나르는 풍경 등 시간이 바뀌니 매일 다니던 길에서도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진:KonstantinChristian/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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