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커' 탁보늬의 하다보늬②
'버스커' 탁보늬의 하다보늬②
2016.07.12 14:14 by 흥부자

보늬의 버스킹은 ‘돈벌이’ 수단이었다. 순수하게 음악이 좋아 버스킹을 시작한 게 아니란 얘기다. 거리로 나와 버스킹을 하다 보니 음악이 좋아진 케이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별생각이 없었다. “거리에서 바이올린으로 돈 버니 바이올린 연주자네요”라는 말에 놀랐다고 할 정도다.

“(의아했었다는 듯) 하루에 몇 시간씩 6개월이나 연주를 했는데도 내가 바이올린 연주자라고 생각하질 않았어.”

돈을 위한 연주가 아닌 음악을 해야겠다고 깨달은 건 어떤 여행에서였다.

“겨울에 외국엘 갔어. 여기선 버스킹을 못하니까. 더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고 싶었고. 태국에서 싱가폴로 갔다가 말레이시아, 홍콩으로 건너갔지. 거리에서 다양한 일들이 많았어. 즉흥 콜라보도 많이 했고, 연주하고 있으면 백인 아저씨가 자기 악기를 들고 다가와서 갑자기 협주가 되기도 하고. 음악이 많이 좋아졌어. ‘이거 해야겠구나’ 생각도 들었고.”

겨울엔 버스킹을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보통은 ‘스키장 알바’, ‘오뎅 장사’같은 걸 생각할 텐데. 따뜻한 나라에서 버스킹을 할 생각을 하다니. 어마무시한 자식.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 눈치를 안 보고 살아도 좋게 됐고. 주변에 전공하는 친구들 의식하고 편견에 대해 고민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거 같아. ‘어쩌려고 그렇게 사냐?’라는 말을 더 많이 들었겠지?”

빨간 머리, 파란 머리, 노란 머리… 나름 다 잘 어울리는데, 파마는 좀더 고민해보자.

지하철, 삼청동, 홍대 그리고 해외까지…  경계 없이 버스킹을 하러 다니다 보면, 에피소드도 많을 거 같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울던 여자’라고 한다.

“(그때의 당황스러운 기억이 상기되듯) 지하철에서 공연을 하는 데 어떤 여자가 내 앞에서 계속 우는 거야. 되게 민망했어. 빨리 끝내고 싶었지. 끝나고 정리하려는데 그 여자가 내 손을 꼭 잡고 울더라고. 고맙다면서.”

이후의 말은 충격이었다. 그녀는 성폭행을 당했었다고 했다. 그래서 죽으러 가는 길이라고.  이 말을 들은 보늬의 대답은 “왜요? 왜 그런 선택을 해야 해요?”였다. 가해자는 살아서 숨을 쉬는 데 피해자가 왜 생에서 도망을 쳐야 할까. 수치심은 아픔이지만 이 여자의 생보다 가치 있는 건 아닐 거다.

여자는 위로해줘서 고맙다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 죽으러 갈 건지 그러지 않을 건지는 끝까지 알려주지 않은 채.(나는 ‘안 갔다’에 한 표다. 보늬 음악을 들으면 다시 살 힘이 난다. 삶은 재미있는 거구나 싶으니까.) 그 이후 보늬는 자신의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강연도 그래서 다니기 시작한 거다.

보늬의 바이올린은 위로입니다.(사진:SukanPhoto/shutterstock.com)

보늬의 천진스러움, 해사한 웃음관 다르게 보늬의 작곡 스타일은 다소 어두운 편이다. 뚜렷이 ‘이런저런 일로 힘들었어’라고 말해 준 적은 없지만 보늬의 옛 시간들이 보이는 듯하다. 성격 상 일부러 말하지 않는 건 아닐 거다. 그저 이제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서겠지.

“(신나서) 사람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부정적인 생각이 끝에 끝을 달려 바닥까지 가고 나면, 다시 올라오곤 하잖아. (고개를 마구 흔들다 말고) 아니야! 괜찮아! 지금 좋잖아? 이러면서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되지. 그럼 그전에 있었던 나의 감정적 쓰레기들을 표현할 구멍이 없는 거야. 그걸 음악으로 풀 때가 있지.”

그래서 나온 연주곡. ‘나는 날 수 없다’

 

 

보늬가 “기억이 안나”라고 말하기 전까지 연주한 곡은 ‘택시’가 메인 테마였단다. 도대체 ‘택시’가 무슨 짓을 저질렀길래 이리도 아픈지. 아무래도 막차 놓치고 택시비 ‘솔찬히’ 쓰신 듯. 뒷부분 저미는 감성은 ‘나는 날 수 없다.’

그렇다. 모든 게 ‘좋은 게 좋은 것’ 일 수는 없다. 밝은 감성을 가지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찬찬히 보면 ‘나는 여기까지 힘들게 왔지만 다른 사람들은 나 같이 힘든 단계를 거치지 않고 그저 편했으면 ’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아픈 과거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여전히 거기 남아있는 걸 음악으로 푸는 것.

바이올린 연주곡은 가사를 붙이기 힘들다. 처음에는 직접적 전달이 아니라서 아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차 생각이 바뀐다. ‘현 음색이 사람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끄집어 내고 알아서 느끼게 한다’랄까.

현을 손가락으로 튕기기도 하고 발로 박자를 맞추는 등 연주법이 독특하다. “유튜브에서 ‘fiddler’ 라고 검색하면 독특한 방식으로 연주하는 사람이 많아”라고 설명한다.

확인해본 결과, ‘fiddler’라는 건 ‘민속 악기 바이올린 연주자’라는 사전적 정의 외에도 독특한 주법으로 자신만의 연주를 하는 바이올리니스트란 뜻도 있다. 보늬는 정작 자신 역시 ‘fiddler’라는 걸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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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알아야만 걸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때로는 걷다 보니 이 길이 내 길이었음을 알 수도 있다.

가끔은 악기랑 한 몸인 것처럼 보인다. 그냥 가지고 놀고 싶으니까 노는 장난감 같다. 쉽게 말해 ‘닌텐도’ 같은 것. 닌텐도를 모시면서 플레이를 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느낀 적 있냐는 물음에 이외의 답을 한다.

“(심플하게) 바이올린을 그렇게 사랑하는 건 아니야. 하나의 수단이지. 좀 더 좋아하는 악기가 생기면 그것도 같이 할 수 있겠지?  여러 가지 악기를 조금 조금씩 배우고 있어. 음악 할 때는 편식 없이 충실하고 싶어. 연주할 때 앞을 잘 안 보는 것도 ‘내가 얘(바이올린)랑 소통을 하지 못하는데 관객이랑 무슨 소통을 할 수 있겠나’싶어서야. 내가 바이올린과, 기타 치는 친구와, 건반 치는 친구와, 노래하는 친구와  음악 안에 충실하게 있지 못하면 소용없는 거지.”

연주할 때 나는 주로 보늬의 옆이나 뒤를 보게 된다. 심지어 공연 때마저도. 취재를 위해 정면으로 연주해줬을 때 보늬나 나나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돈을 벌기 위해 거리에 나온 사람  ‘보늬가 성장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다. 보늬는 계속 바뀌고 그 변화는 아주 자연스럽다. 보늬는 한동안 연주를 계속할 거다. 또 다른 것에 꽂히면 모르지만. 스스로 아직 할게 있고 할 얘기가 남아있다고 한다.

“(해맑게) 지금이 아니면 의미가 없어. 지금 느끼는 감정, 생각들이 흘러가버리면 과거에 묶여 버리니까. 그래서 지금에 집중하고 싶어.”

순간순간 자신의 행복에 충실해서 좋다. 보늬스러운 음악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럼 그가 계속 행복하다는 뜻일 테니까.

 

 

역시나 보늬는 뒷모습 밖에 볼 수가 없다. 카메라 한 번을 안 봐준다. 콘서트 연습을 한다며 약 한 달을 새벽 6시까지 이 상태로 연습했다. 덕분에 흥부자도 매일 날을 샜다.  이쯤 되면 ‘계속 나오는 이 잔디밭은 어디일까’ 궁금할 거다. 콘서트도 하고 인터뷰도 하고 연습도 할 수 있는 쾌적한 여름밤을 제공하는 이 훌륭한 공간은 도대체 어디인가? 궁금하면 신촌 J Guest House 7층 파티룸 ‘만인의 지붕’을 찾아 보시길. 잘 하면 연습하는, 노는, 연습하며 노는, 버스커 몇 명쯤은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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