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먹한 선물, 김선아 작가
먹먹한 선물, 김선아 작가
2016.07.27 17:35 by 김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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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는 어떻게 그리게 되었나

평소 글 쓰는 걸 좋아해서 혼자 글을 끄적이곤 했다. 그러다 문득 글과 함께 그림을 올리면 사람들이 글의 느낌을 더 잘 파악할 것 같아서 시도해봤는데 반응이 좋았다. 이후로 꾸준히 그림일기를 그리게 됐다.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잘 그리는 편이 아니다. 단 한 번도 그림에 뜻을 가지고 그려본 적은 없다. 지금도 그렇지만 끄적이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이목구비도 없고.

이목구비가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분들이 그 이유를 물어보는데, 표정을 그리게 되면 그림을 본 독자들의 생각을 한정시켜버릴 것 같았다. 사실 처음에는 표정을 디테일하게 그리지 못해서 안 그렸다.(웃음) 그런데 오히려 그 점을 더 인상적으로 보는 분이 많더라. 그래서 점점 안 그리게 됐다.

김선아 작가의 대부분의 작품 속 인물은 이목구비가 없다

가끔 눈코입이 그려진 그림도 있긴 하다

가끔 그릴 때도 있지만, 그건 정말 표정이 마음에 내킬 때다. 그런 일이 자주 있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모두 이런 표정을 하고 있을 것 같은데?’라고 느낄 때 그린다.

소설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는 인물의 모습을 마음껏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은 없고 글만 있으니 소설 속 주인공의 얼굴로 누구를 떠올리든 자유다. 그런 점에서 만화는 상상을 제한하곤 한다. 김선아 작가의 그림에는 눈코입이 없기 때문에 그림이 있음에도 상상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가끔은 이렇게 눈코입이 있는 그림도 있다. 김선아 작가는 그림과 함께 질문을 던졌다. “당신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내가 아픈 부분은 남들도 똑같이 아픈 부분이다.

 

그림도 좋지만 사실 글이 더 마음에 끌렸다. 주로 관계에 대해 말하던데

글을 읽고 공감이 된다고 하시는데 감사할 따름이다. 사실 사회생활을 많이 해본 것도 아니고 어른들을 많이 만나본 것도 아니다. 그래도 공통적으로 힘들어하는 부분은 비슷한 맥락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걸 조금씩 끄집어내서 적다 보니 다들 자신의 이야기 같다고 공감해준다. 내가 아픈 부분은 남들도 똑같이 아픈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얘기를 써도 남들의 얘기가 될 수 있다.

 

 

많은 분의 공감을 받았던 글이다. 나이와 위치를 떠나 지금 대부분의 사람이 느끼는 마음일 것 같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안정적인 삶을 택하게 되며, 변화하는 게 두렵다고 생각했었다. 내 얘기를 썼지만 많은 분들의 공감을 받았다.

 

김선아 작가의 그림일기 속에는 한 명 또는 두 명이 등장한다. 이렇게 두 명이 나오는 경우에는 대화가 진행된다. 대화라는 방식을 이용했지만, 작가 혼자만의 생각인 것이 많다고 한다. 아무래도 대화로 풀면 전달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의 작품을 몇 편 더 감상하자.

 

사진5

 

이 그림은 인터뷰 전날 그렸던 그림이다.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연필로 그리는 게 좋아졌다. 연필은 선의 세기로 연하게 할 수도 있고 진하게 할 수도 있는 게 매력적이다. 어제 비가 많이 왔었는데 빗소리 들으니 당시에 걱정하던 일들이 조금씩 잊히는 것 같았다. 그런 마음으로 어젯밤 잠들기 전에 잠깐 끄적였다.

정식으로 그림을 배워본 적은 없다고 들었다

그림을 배우기는커녕 그림을 잘 그린다는 칭찬을 들어본 적도 없다. 하지만 사물을 잘 관찰하는 편이고 눈썰미가 좋은 편이라 사람의 모습을 잘 기억하는 것 같다. 보시다시피 되게 잘 그린 그림이 아니다. 그림을 그릴 때 사람의 자세나 모습을 떠올리면서 그리면 그릴 때 도움이 된다.

지난 5월에는 습작이라는 책도 냈다

혼자 쓴 책은 아니고 20대 청춘들의 작품을 모아놓은 책이다. 의뢰를 받고 참여했는데, 독립출판이라 몇 부 인쇄를 안 해서 아쉽게도 지금 구하기는 힘들다.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참여할 생각이 없냐는 연락을 받았는데, 그때 팔로워가 5000명 정도였다. 독립출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때라 처음에는 당황했는데 알아보니 좋은 기회라고 생각이 들어 참여하게 됐다.

지난 5월에 김선아 작가가 참여한 독립출판물 「습작」. 현재는 완판되어 구하기 힘들다.

인스타그램에서 그림일기를 연재하려는 분들에게 조언하자면

아마 그림을 그릴 생각을 한다면 나보다 더 잘 그리는 분이지 않을까.(웃음) 그래서 글에 대해 조언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당연하게도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하고 대화도 많이 하고 책도 많이 읽으면서 생각의 폭을 넓히면 글을 잘 쓰는 데 도움이 된다. 계속 생각을 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은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사건이나 일을 긍정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보면 결과가 선명히 드러나는 게 많으니까. 실제로 걱정이 많은 편이라 이것저것 생각을 많이 하는데, 걱정이 많은 만큼 해결책을 찾을 때도 많다. 그러면 안 되지만 수업 시간에 생각을 많이 한다.(웃음) 씻고 나서, 자기 전에도 많이 하는 편이다. 잠들기 전 생각할 때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린 그림도 있다.

 

 

최근 들어서 그렸던 그림 중에 제일 좋았던 그림이다. 말풍선도 없고 선만 있지만, 많은 사람이 담아갔다. 그림의 느낌과 분위기에 공감을 한 것 같다. 이 그림을 그릴 때 힘든 일이 있었다. 사람들이 얽힌 힘든 일이었다. 그때 나의 모습이다.

 

그림일기를 하면서 언제 가장 뿌듯한지

글과 그림을 보고 위로를 받는다고 하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나는 매일 펜 잡고 수학문제만 풀던 사람인데, 내 글을 보고 위로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고맙다. 그림일기를 봐주시는 분 중에는 직장 생활하는 분들도 많은데 그곳에서 겪은 일을 내 글로 위로해준다는 게 좋다. 제일 뿌듯했을 때는 어떤 일이 있었는데 내 그림을 보고 해결책을 얻거나 마음가짐을 달리 먹게 되었다고 할 때다. 그럴 때 가장 뿌듯하다.

김선아 작가는 서울에서 자취하는 대학생이다. 그는 정말 친한 사람보다 나를 완전히 잘 모르는 사람에게 말할 때가 편할 때도 있다고 했다. 오히려 그런 사람에게 얘기할 때 위로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김선아 작가의 그림일기도 사람들에게 그런 위로의 기능을 하는 건 아닐까.

 

델리스파이스의 챠우챠우 같은 글과 그림이 되고 싶어요.

 

인스타그램의 소개 글이 인상적이었다. ‘델리스파이스의 차우차우 같은 글과 그림이 되고 싶어요. 보기만 해도 먹먹해지는 그런’이라고 적어놓았다.

사람들은 내 글을 보고 먹먹하다고 말하는데, 내 글을 내가 직접 읽었을 때는 어떤 느낌인지 와 닿지 않았다. 먹먹함을 느꼈던 순간이 언제였을까 떠올려보니 델리스파이스의 차우차우를 들었을 때였다. 가사도 별로 없고 연주만 있는데 먹먹해지고 좋았다. 내가 그 노래를 들었을 때의 감정을 사람들이 그림일기를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먹먹함이 나쁜 감정이 아니니까, 그런 감정을 느낀 뒤 자신을 뒤돌아보고 잘 풀어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차우차우와 그림일기에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차우차우의 노래를 들어보면 느껴지겠지만 많은 악기가 들어가는 게 아니다. 가사도 별로 없다. 김선아 작가의 그림일기 역시 마찬가지로 적은 재료로 작품을 만든다.

 

앞으로 어떤 그림일기를 그리고 싶나

인스타그램 소개 글에 적어놓았듯이 농도 짙은 그림일기를 그리고 싶다. 그림일기를 보는 분들도 얕게 보지 말고 농도 짙게 봐줬으면 좋겠다. 그림을 보고 글과 어우러져서 깊게 생각해주길 바란다. 그림도 짙어질 테니 보는 사람도 짙게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사진: 김석준, 김선아(@ssnam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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