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별나게 유감있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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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별나게 유감있는 나라
2016.07.29 15:58 by 제인린(Jane lin)

 

17세 소녀가 TV예능에 나와 출신국 국기를 흔들었습니다.

그러자 세상이 흔들리기 시작했지요.

중국의 포털 사이트에서 ‘실검’ 1위를 달렸고

SNS에선 (대만)독립운동을 하는 여전사로 둔갑했으며

중국 국영방송에선 이를 메인뉴스로 다뤘습니다.

일명 ‘쯔위 사태’죠.

한류 전체로 불똥이 번질 조짐이 일고, 소속사 주가도 곤두박질치자

소녀는 결국 공식사과를 해야 했습니다.

중국과 중국인들의 안하무인격 사과 요구 논란…

어떻게 이해하고 계신가요?

(사진:Tom Wang/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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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 

중국엔 일명 ‘엄마부대’라는 민간단체가 있습니다. 이들 엄마부대는 각종 사회⋅경제⋅정치적인 사안에 집단행동을 취하며 유력 언론에도 자주 오르락내리락하는 단체입니다. 자연스레 정치적인 성격도 가지죠.

최근엔 이들이 남중국해 갈등과 관련, 반미운동을 벌이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중국 전역에 자리한 미국의 대표적 프랜차이즈 외식 업체 KFC 앞에 ‘엄마부대’라는 십 수 명의 중년 여성들이 ‘미국 외식업체 음식을 구매하지 말아야 한다’는 글귀를 새긴 현수막을 들고, 상점을 드나드는 이들을 강제로 막아서고 있는 사진이 온라인을 통해 퍼져나갔습니다.

남중국해 갈등과 관련해 미국 프랜차이드 외식 업체 KFC 음식을 구매하지 말아야 한다는 ‘엄마부대’의 모습.

실제로 산둥성(山东省) 일부 지역에서는 해당 외식 업체가 전면 휴점을 선언했을 정도로 반미에 대한 움직임이 상당한 수준에까지 이르렀는데요, 이들 엄마부대는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반중국적인 색채를 가진 이들에게 반감을 드러내기 위한 각종 사안마다 모습을 드러내곤 합니다. 상대가 누구든, 사안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요.

특히 반중국적인 색채를 지닌 것으로 지목된 대만이나 홍콩의 연예인과 유명인이 주요 타깃이 되기 때문에, 온라인상에서는 종종 중국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한 이들의 ‘사과 영상’이 확산되기도 합니다.

일부 국민의 움직임이라고 치부하며 쉬이 넘기기엔 뭔가 찝찝합니다. 이들이 가진 행동과 목소리가 현재 ‘中國’이 가진 국가적 위상과 결탁할 가능성이 있다면 더더욱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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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14억 인구만큼이나 한 시도 바람 잘 날 없는 중국과 중국인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오늘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중국과 중국인의 입장에서 변(辯)을 풀고자 합니다.

중국과 우리는 매우 유사한 환경적, 역사적인 배경을 가진 나라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세기, 일제 치하를 겪고 해방이 된 이후에도 줄곧 분단국가로 정치·외교·군사적인 면에서 완전하지 못한 ‘반쪽짜리’ 국가로 운영을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의 분단이 표면상으로만 ‘이념’으로 비롯되었을 뿐, 사실상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일부 강대국들의 ‘땅따먹기’ 사이에서 남과 북으로 갈라서게 된 측면이 매우 큽니다.

우리 국민의 목숨과도 같았던 통일과 자주의 염원이 해방 이후 지금껏 단 한 차례도 완전히 완성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입니다.

때문에 우리 누구도 한민족인 남한과 북한 주민을 지칭해, 다른 나라, 다른 국민이라고 여기지 않을 것입니다. 비록 수십 년 째 분단된 채 만나고 싶어도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 있다 해도 우리는 분명히 같은 민족인 것이죠. 과연 우리의 이 같은 생각에 어떤 이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최근 중국 포털 사이트와 SNS에서 반(反) 중국적인 정서에 대한 반감으로 확산된 사건들도 이와 비슷한 문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최근 발생한 ‘쯔위 사과 영상’ 논란입니다.

지난 1월, 우리나라의 한 걸그룹 멤버가 자신을 ‘대만 출신자’로 소개한 죄로 중국인들의 뭇매를 맞아야 했던 사건이 있었죠.

2016년 1월 17일 오후 4시 기준,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百度)의 검색어 1위를 차지한 검색어는 ‘쯔위사과(周子瑜致歉)’였습니다. 당시 해당 검색어로만 무려 24만 건 이상 기록한 바 있는데, 연관 검색어로는 ‘쯔위대만국기사건(周子瑜台湾国旗事件)’, ‘쯔위 대만(周子瑜台湾国)’이 이어진 바 있죠.

해당 사건은 곧장 일부 중국인에게 ‘쯔위가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는 인물’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킨 바 있죠. 하지만 한국에 알려진 바와 달리, 중국 현지에선 이미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해당 문제에 대한 네티즌들의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18일 바이두(百度)에는 문제가 된 해당 tv프로그램의 영상캡처 일부가 게재됐었는데, 당시는 한국에서 해당 사건이 알려지기 이전이었죠.

그때 일부 네티즌으로부터 지적받은 부분은, 해당 여 가수의 “저는 대만에서 왔습니다(我是从台湾来的)”라는 발언이었어요. 당시 영상은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또 다른 중국인 여 가수가 앞서 한국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을 소개하며 “저는 미국에서 출생했지만, 중국인입니다(我是中國人,但是是在美國出生的。)”라고 발언한 영상과 함께 비교, 캡처 돼 온라인상에서 두 사람의 발언 내용이 ‘다르다’는 측면이 중점적으로 다뤄졌고, 이어 적절성 여부로의 문제로까지 확산된 양상이었죠.

때문에 일부 네티즌은 두 여가수의 답변을 비교하며 “질문의 본질은 같지만 다른 답변을 한 두 사람의 차이는 도대체 무엇이냐”면서 “모든 사람에게 가족이 있듯이, 중국인에게도 ‘하나의 중국’이란 국가가 있다”며 이번 사건이 국가의식 부족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는 지탄의 목소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올해 초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쯔위 사태 (사진:http://blog.naver.com/dkcl1999/220600164878)

이 같은 반중국적 정서를 가진 이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은 자칫 이를 지켜보는 제3자조차 모욕적이고 수치스러운 감정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14억 중국인들의 언행에 대해 손가락질 하는 이들의 수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비슷한 문제로 중국인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는 연예인들이 이어지자, 지난 16일 대만의 사회운동가 왕이카이(王奕凱)는 ‘제1회 대(對)중국사과대회’를 주최, 중국인의 언행을 풍자․지탄하며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습니다.

16일 당일 사연을 모집한 이후 일평균 3~4천개의 사연이 접수되었으며, 대부분의 사연에는 중국을 향한 분노와 유머, 풍자가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만 독립지지자’로 낙인찍히거나, 반(反)중국적인 행위자로 지적당할 경우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은 후 사과 영상을 공개하는 행동에 대해 반격을 가한 셈이죠.

중국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의 작품. 천안문 앞에 선 한 여성이 치마를 올린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말입니다. 중국인들이 우리와 같은 역사를 가진 이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들의 다소 경직된 사상과 행동을 조금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국 역시 대만과 이념이 다른 채 다른 지역, 다른 국기를 그리고 살아간 지 올해로 67년 째 입니다. 우리가 분단의 역사를 겪은 시점과 동일한 시기지요.

하지만 이들 역시 비록 이념적으로 다른 길을 걸어왔을지언정 피를 나눈 같은 민족, 형제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어 보입니다.

상황적인 특수성 탓에 지난 60년간의 역사와 삶이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지만, 이들 스스로는 ‘중화민족’으로 수천 년의 문화를 공유한 한민족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분단된 지 60여년이 지난 2014년 2월에서야 처음으로 성사된 양안 정부의 접촉과 이듬해 5월 진행된 중국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와 대만 국민당 주리룬(朱立倫) 주석의 회견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협상의 내용 역시 ‘양안 운명공동체 건설을 위한 공동의 협력 의지 표명’이었죠.

중국과 대만 양쪽을 일컫는 ‘양안(兩岸)’은 동쪽과 서쪽의 두 언덕을 뜻한다.(사진:dovla982/shutterstock.com)

60년만의 양안 정상급 회담에서 주로 논의한 내용의 중심에는 ‘하나의 중국’을 확인했던 것이죠.

같은 해 11월, 시 주석과 대만 마잉주 총통이 분단 이후 양안 정상의 신분으로 처음 만난 자리에서 시 주석은 “양안 쌍방이 민족과 역사의 책임에 부응하는 선택을 하자”면서도 “민족의 이익을 생각하고, 한 마음으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자”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크게 확산됐던 반중국적인 유명인을 낙인찍고, 해당 인사에 대해 지탄하는 행위가 ‘하나의 중국’에 대한 중국인들과 중국 정부의 열망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뒤집어’ 이해한다면, 그들의 분개가 조금 이해될 법도 합니다.

반중국 체제 인사로 유명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의 작품에 ‘좋아요’를 눌렀던 것이 알려지며, 사과 영상을 게재한 일본 모델 ‘미즈하라키코(水原希子)’의 모습.

더욱이 중국과 대만 사이의 양안 관계와 현재 한반도의 남측과 북측과 같은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 전 세계 유일의 국가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그들의 지탄의 심정을 조금 동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외부인들의 눈에는 ‘중국에 거주하는 중국인’과 ‘대만에 거주하는 대만인’으로 분류될 수 있는 문제지만, 이들에게는 ‘대륙에 거주하는 중국인’과 ‘대만에 거주하는 중국인’으로 이들 모두 하나의 중국인으로 통합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 대해 비난의 글을 싣는 이들의 글에서도 ‘더 이상 중국에서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는 표현 대신, ‘대륙에서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는 표현을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일 것이죠.

이는 한민족이라는 의식이 강한 우리 민족이 한반도 남쪽에 살고 있는 ‘남측’과 북쪽에 살고 있는 ‘북측’이라는 표현을 빌려 쓰면서, 한반도에 거주하는 우리 모두를 지칭할 땐 서슴없이 ‘한민족’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에서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필자는 한국에서 태어나, 지금껏 한국에서 자란 ‘토종 한국인’입니다. 초‧중‧고교에서 줄곧 한반도는 하나의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는 전 세계 유일무이한 한민족 국가라는 점을 강조한 공교육을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비록 수십 년 오고 갈 수 없는 분단 상황을 견뎌내고 있지만, 우리는 분명 감출 수도 없고 감추고 싶지도 않은 ‘한민족’인 것이죠. 그런데, 누군가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저 역시 해당 사안에 대해 지탄의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집니다.

그런 면에서, 그들이 보이는 과격한 지탄 행위와 목소리보다 그 내면에 자리한 한 민족이라는 ‘믿음’을 볼 수 있다면 조금 더 그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사진: 제인 린(Jane lin)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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