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 황제펭귄, 수달, 치타, 사막여우, 나무늘보... 동물원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이들의 모습을 우리 후손은 상상만으로 그려야 할 지 모른다. 지금 이 순간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수백여 종의 동물이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그리고 사라져가는 이들의 마지막 모습을 잊지 않기 위해 캔버스를 세운 화랑이 있다. 이야기가 있는 그림을 그리는 디자인 부티크 ‘성실화랑’이다. 김남성 대표가 성실그래픽스를 세우고, 성실화랑을 만들게 된 계기는 간단하다. 창작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작업을 늘 열망해왔기 때문이다. 1999년 그래픽 디자이너로 입사한 그는 회사 생활 10년째가 되는 날 ‘내 이름을 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꿈을 갖고 퇴사, 2010년 성실그래픽스를 설립했다. 

  “10년간 직장 다녔으니 3년은 해보고 싶은 것을 하자는 생각이었죠. 대부분의 디자인 에이전시(대행사)는 지인들끼리 팀을 짜서 프로젝트를 수주 받고 인원을 늘여가는 방식으로 운영돼요. 그렇게 몇 개의 프로젝트를 거치면 자연스럽게 원래의 색을 잃게되죠. 하지만 저는 어린 시절 동네 양장점처럼자기 정체성을 지켜가는 디자인 회사를 만들고 싶었어요. '넘버원(No. 1)'이 아닌 '온리원(Only 1)'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성실그래픽스를 만들었고, 성실화랑은 우리의 첫 고유 브랜드라 할 수 있습니다.”

“성실화랑뿐만 아니라 작품을 통해 유기견을 보호하는 디자인회사, 사회에 그늘지고 어두운 곳을 밝히는 독립출판사 등 좋은 일을 하는 소규모 스튜디오가 많이 있습니다. 저희가 더욱 열심히 활동해서 그런 분들이 좀 더 조명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성실화랑의 성장세에 뿌듯함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디자이너로서도 식지 않는 창작욕을 드러냈다.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독립 스튜디오와 아티스트들을 한데 모아 한 가지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이벤트 사업부터 독립 브랜드 추가 론칭까지, 그의 머릿속은 늘 새로운 기획들로 가득 차있다. 성실화랑에서도 이전에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동물 그래픽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약 100여 종의 멸종위기동물 사전조사를 마쳤습니다. 그 중에서도 도마뱀처럼 사람에게 비교적 친숙하지 않은 파충류를 그려볼 생각입니다. 그간 성실화랑은 포유류나 조류처럼 온기가 있는 동물을 주로 그려왔는데, 사실 멸종위기종의 대부분은 파충류입니다. 그래픽 디자인으로 이들의 이름과 생김을 알리고,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이 저희에게 주어진 도전과제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