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집수리로드①] 땀과 열정 모아 뜨거운 위로를 선사합니다
[제6회 집수리로드①] 땀과 열정 모아 뜨거운 위로를 선사합니다
[제6회 집수리로드①] 땀과 열정 모아 뜨거운 위로를 선사합니다
2016.08.09 13:00 by 조철희

“실내건축을 전공하는데, 현장에서의 경험을 쌓고 싶은 마음에 지원했어요. 방학 때 시간을 내서 진득하게 봉사하는 것도 새로운 도전일 것 같습니다.”

‘재난위기가정 집수리로드’ 면접장에서 이민규(25)씨가 말했습니다. 지난 6월 23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현대건설 사옥은 때 아닌 대학생들의 발길로 사흘 째 붐볐는데요. 저마다의 지원 동기와 포부를 들고 이곳을 찾은 학생들의 표정은 긴장 반 기대 반으로 가득합니다. 총 경쟁률 7:1. 올 여름 희망브리지와 함께 집수리로드 여정에 오르고자 출사표를 던진 대학생들의 열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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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2년 동안 관사관리반에 있었는데, 그 때의 경험을 살려 보람된 일을 해보고 싶어요.” “장수사진을 찍는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어르신들을 대하는 일은 누구보다도 자신 있습니다.” “작년에도 떨어졌는데, 저에겐 이번이 정말 마지막 기회입니다. 꼭 가고 싶습니다!” 자신의 전공이나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운 학생들부터 부디 같이 가자고 목놓아 외치는 ‘애원형’까지…. 예비 봉사자들의 전략은 각양각색이었지만 집수리로드에 참가하고자 하는 간절함은 하나같았지요.

7월 16일, 서류 및 면접 전형을 통과한 101명의 봉사자들이 발대식을 열고 ‘제6회 재난위기가정 집수리로드’ 의 힘찬 출발을 알렸습니다. 30일까지 충남 보령, 전남 순천, 경남 창원, 강원 삼척, 충북 제천 등 5개 지역을 돌며 재난위기 가정을 대상으로 집수리봉사를 실시함과 동시에 벽화봉사, 세탁봉사, 장수사진봉사 등을 펼치게 될 텐데요. 많은 대학생들이 여름방학을 해외여행이나 취업준비의 시간으로 활용하는 요즘, ‘보름간의 강행군’으로 악명(?) 높은 집수리로드에 이들이 이토록 함께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 25일부터 3일간 이어진 강원도 삼척 봉사 현장에서 함께 확인해보시죠.

조용한 광산촌에 전해진 따뜻한 온기

“저 위엣 집은 여기 광산 개발하고 바로 생겼어. 왜정(일제강점기) 때 지었으니 참 오래됐지. 우리 집도 지은 지 한 50년 다 됐지 아마.”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에 거주하는 김길용(가명‧69) 할아버지가 말했습니다. 태백산맥 자락에 위치한 이곳은 국내 최대의 무연탄 생산지로 명성을 떨쳤던 광산촌이지요. 현재까지도 광산이 운영되고 있지만 예전만큼의 활기를 찾아보긴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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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할아버지가 5년 째 살고 있는 집은 1970년대 광산 인부들의 숙소로 지어진 사택이라고 하는데요. 줄줄이 늘어선 단층짜리 건물로, 한 동엔 5~6평 남짓의 다섯 집들이 다닥다닥 들어차 있습니다. 벽돌로 쌓은 벽에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잿빛 건축물은 산업화의 상징과도 같지만, 사람이 살기에는 이제 너무 낡아 보입니다. 실내 한켠에 쌓인 연탄을 가리키자, 할아버지는 “여름에도 습해서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꼭 연탄을 땐다”고 말합니다.

“전체적으로 벽지에 곰팡이가 너무 많았고, 천장에 덧댄 합판도 내려앉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존의 벽지를 잘 제거하고, 방습지를 시공해 최대한 쾌적한 환경에서 지내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려고 해요.”

김 할아버지 댁의 집수리를 맡은 집수리봉사팀 5조 조장 장도윤(24)씨가 말했습니다. 도윤씨는 600시간 이상 집수리봉사에 참여한 베테랑 봉사자인데요. 열흘 째 조원들을 이끌다 보니 벌써 목이 다 쉬었습니다.

집수리봉사는 도배와 장판교체를 기본으로 합니다.

총 13개 조로 편성된 집수리봉사팀은 조별로 6명의 봉사자가 배치돼, 하루에 1~2집의 집수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집수리에는 도배 및 장판 교체, 방충망 교체 등 기존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작업이 이뤄지는데요. 지역별로 인근의 현장에서 자원한 현대건설 임직원들도 참여해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이날 5조에는 경북 울진의 신한울원자력발전소 1‧2호기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박원수(34) 대리가 봉사자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렸습니다. 그는 “직접 해보니 더운 날씨 탓에 힘이 많이 드는데, 2주간 봉사활동을 펼치는 학생들이 정말 대견스럽다”면서, “봉사자들의 열정에서 오히려 배워가는 점이 많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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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훤해지니 아픈 것도 금방 나을 것 같지요”

같은 시각, 8조의 봉사자들도 도계읍의 한 주택에서 집수리봉사에 여념이 없습니다. “오늘 이 집은 벽지만 33롤이에요.” 조장 이한별(25)씨가 바삐 손을 놀리며 말했습니다. 보통 도배에 10~15롤 정도의 벽지를 소비하는데, 이보다 배가 넘는 면적이지요. 한 롤에 12.5m, 33롤이면 400m 트랙을 한 바퀴 돌고도 남는 길이인데요. 근처에서 일찍 작업을 마친 6조 봉사자들도 넘어와 작업을 도와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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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명의 봉사자들이 집안 곳곳이며 마당에서 자리를 잡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요. 그 속에서 벽지를 재단하며 일손을 거드는 의료지원팀의 공민주(23)씨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간호학과라는 전공을 살려 봉사에 참여해보고자 지원했다고 하는데, 손이 부족할 때는 이렇게 직접 작업을 거들기도 했지요.

“아무래도 일이 바쁘다 보니 같은 팀원과 번갈아가며 작업을 돕고 있어요. 더운 날씨 속에서도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지요. 주로 칼이나 벽지에 베이는 경우가 많고, 그런 가벼운 외상을 처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노후 형광등 교체, 방충망 교체, 배선 정리 등으로 집수리봉사가 마무리됩니다.

8조와 6조에 의료지원팀까지 가세한 이 집의 주인은 황정남(가명‧74) 할머니입니다. 40대 아들과 함께 이 집에서 지내시는 할머니는 18년 전에 이사와서, 한 번도 도배며 장판을 새로 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퇴행성관절염으로 오래 고생하다 최근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와서 일을 해주니 너무 고맙지. 집이 환해지니 아픈 것도 금방 나을 것 같다니까. 이제 5년이고 10년이고 도배, 장판 걱정이 없으니 얼마나 후련해.”

황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렇게 봉사자들의 하루하루가 수혜자 분들에게는 긴 시간동안 위로가 되고, 어르신들의 격려는 봉사자들에게 크나큰 보람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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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수리로드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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