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코드를 찾아나선 안코드②
자신만의 코드를 찾아나선 안코드②
2016.08.09 17:36 by 흥부자

최근 안코드는 열심히 연기공부 중이다. 아리랑 TV에서 시트콤을 하나 찍고 있는데 내용은 대략 이렇다.

 - 외계행성 최고의 음악가 안코드. 지구음악을 공부하러 지구로 왔다. 음악으로 전세계를 여행하다 한국 전통음악에 꽂혀 정선으로 간다. 이후 아리랑 TV에서 하는 국악음악쇼에 MC가 된다. -

시트콤답게 조금은 황당한 내용이지만 역할이 그와 참 잘 맞아떨어져서 한참을 웃었다. 더군다나 방송사 측에선 ‘뭘 더 하려고 하지 말고 그대로 있어주면 돼’라고 했단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적합한 캐스팅이다. ‘음악 하는 외계인 안코드’ 라니.

 

 

어쿠스틱 홀릭에서. 이 노래 정말 중독성있다. 특히 도입부가. ’밈밈밈 밈밈밈~’

 

괜찮아! 넌 잘해, 그냥 해봐!

망설이는 안코드에게 보비는 계속 말해줬다. 

그 때 이후로 지금까지 음악가가 되겠다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린 시절의 안코드. 그도 누군가의 팬이었단다. 10살 즈음, 안코드는 하루 종일 MTV를 보고 본조비, 백스트릿 보이즈, 에미넴, 윌 스미스을 사랑했던 소년이었다. 안코드 입에서 ‘MTV’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세상에 너도 지극히 평범했구나.

하루 종일 MTV를 보고 학교 가서 몇 번 따라 부르고 장난쳐봤을 뿐, 음악을 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지금은 하루 종일 물만 먹는 간헐적 단식, 요가, 크로스핏 등으로 제 몸 어지간히 챙기지만 그때는 몸무게는 72kg에 ‘예루살렘 배’ 체스 대회 3년 연속 2등의 기염을 토했었단다. 전형적인 뚱뚱이에, 똑똑이 캐릭터라니.

취미로 시작한 기타레슨, 통나무에서 소리가 나는 게 마냥 신기했던 어린 안코드. 기타를 처음 배웠을 무렵 생각지도 못하게 한국에 왔다. 또 다시 낯선 나라에서 살아야 한다니! 한국에 오는 게 너무 싫었다. 일반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 안코드는 잠시 해외 유학생들이 다니는 초등교육원에 있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모두와 정이 들었다. 다들 부모와 떨어져 낯선 나라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상을 받을 때도 벌을 받을 때도 의지와 위로와 감사가 되어줬던 사람들.

1년 여가 지나고 작별 의식을 가졌는데, 당시 안코드와 보비라는 친구가 함께 불렀던 노래가 공식 이별송이 되었다. 이 이야기에는 유독 흥분이 실려 있었다. 재미로 부르던 노래가 사람들 앞에서 인정을 받았던 그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 듯 보였다. 추억에 잠긴 것 같기도 했다.

기념식이 끝나고 13살의 안코드에게 보비가 이렇게 말했다. ‘밴드를 해서 유명해지자.’ 어린 안코드는 자신이 없었지만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망설이는 안코드에게 보비는 계속 말해줬다. ‘괜찮아! 넌 잘해, 그냥 해봐!’ 그 때 이후로 지금까지 음악가가 되겠다는 마음이 없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18살 때 결국 둘은 앨범을 냈다. 곡은 전부 여덟 곡. 모두 직접 작사, 작곡했고 힘겹게 번 돈으로 스튜디오를 만들어 제대로 녹음도 했다. 녹음장비를 전부 장만하고, ‘방’만 따로 빌려서 직접 만들었다고. 아이팟을 통해 들은 당시 안코드의 노래는 놀라웠다. 상당히 잘 만들었고 지금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미성이었다.

누구게? 정말 웃음을 금할 수 없다. 소년 안코드라니. 그들이 만든 수제작 레코드실. 열정만큼이나 꽉 들어찼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그때 정말 행복했어. 진짜 열심히 만들었거든. 연습할 데가 없는데 하고 싶은 욕망이 컸어. 14살에서 15살 무렵이었을 거야. 한 겨울이었는데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어. 전혀 모르는 건물들이었고 언제 쫓겨날 지 모르는 상황이었지. 보비랑 나랑 번갈아 연주했어. ‘나 손이 얼었어. 이제 니가 쳐’ ‘이번엔 내가 손이 얼었어 이제 니가 쳐’ 이렇게 작곡하고 연습해서 8개의 음원을 만든 거야. 한 줄의 가사를 위해 2시간이나 고민한 적도 있어.” 

그렇게나 고생해서 만든 안코드의 첫 번째 음원들이 담겨있다(http://www.purevolume.com/persevere). 들어가보면 안코드의 풋풋했던 18살 적 사진도 감상할 수 있다. 앨범으로 들어가면 여러 음악을 들을 수 있는데 개인적인 추천은 ‘Achasan’(아차산)이다. 팀 이름이 ‘Persevere’라니 당시에 만들면서 얼마나 ‘인내심’이 필요했는지 알 수 있다.

음악을 진지하게 고민해본 건 이 때부터였다. 십대 후반 즈음에는 듣는 음악도 많이 바뀌었다. 팝에서 언더 음악으로. 뉴메탈, 포스트 하드코어 등 조금은 무겁고 박자가 어려운 음악들이었다. 누구한테 물어도 모를 정도로 유명하지 않지만 그들의 음악자체가 좋았다. 안코드는 좀 더 전문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음원을 만든 경험이 안코드에게 어떤 환경에서든 해내는 능력을 키워줬다고 본다. 버스커는 가끔 ‘솔져’여야 할 때도 있다. 짐이 아무리 무거워도 마다하지 말아야 하고 여기서 해보고 안되면 더 좋은 장소를 찾아 나서기도 해야 한다. 안코드는 이런 걸 일명 ‘솔져십’ 이라고 표현했다. 계속해서 똑같은 걸 하면서 ‘언젠가는 잘 되겠지’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늘 ‘어떤 변화가 더 나은 내일을 만들까’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장소가 문제일까? 곡 선택은 어땠나? 이 장소, 이 곡이 나와 맞나? 지나는 사람들과는 맞을까? 그걸 찾아냈을 때 표현이 더 풍부해진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고민 끝에 지금의 버스커 안코드가 있다.

 

Go wherever you want, stay as long as you want

(어디든 가고 원하는 만큼 있어라.)

 

 

안코드가 지난 평생 다녀 본 나라는 약 스무 군데 정도, 버스킹을 해본 나라는 열 군데 정도 된다. 영국, 일본, 이스라엘, 한국에서 살아봤고 아일랜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체코, 남아공, 이집트,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홍콩 등을 여행하면서 공연도 해봤단다.

후우. 놀라는 내게 안코드는 별 거 아니라는 듯 반응했다. 세계에는 이백 여 개의 나라가 있으니 아직 멀었다 덧붙이면서. 안코드에게 나라 숫자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관심 있는 곳을 가고 싶을 뿐이지. 세계지도를 계속 보는 거다. 음악 틀어놓고 한 두 시간 동안. 딴 생각하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명상하듯이. 그러다 정한다. ‘그래 이번엔 여기를 가보자!’ 비용은 그때 그때 해결한다. 전 재산은 늘 100$ 정도. 필요할 때 좀 더 버스킹하고 좀 더 절약하기도 해서 비행기 비용이 마련되면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그렇게 다닌 5년여. 지금은 한국 뿐 아니라 몇몇 다른 나라에서도 각 나라에 맞는 버스킹 노하우를 알고 있다.

 

 

안코드는 자리를 잡고 소리를 점검하는 데서부터 공연이 시작된다. 안코드와 탁보늬의 영상에서 서로가 계속 보이듯 요새는 꾸준히 같이 버스킹하고 있다. Rihanna의 ‘Don’t stop the music’

그렇게 한 두 곡쯤 부르고 나니 모인 사람들. 신촌 유플렉스 앞을 다 차지했다.

“어떤 나라는 마이크가 있어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고 어떤 나라는 사람을 모으지 않고 조용히 버스킹만 하는 게 더 나을 때도 있어. 발성 잘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해 하기도 하고. (키들키들 웃으며) 거리에서 계속 마이크 없이 목을 푸는 거야 (아! 아! 힘주어 발성 시연)  그러면 사람들이 쟤 뭐지? 하고 모이는 거지. 약간은 나사 빠지게 보는 것도 즐길 줄 알아야 해.” 

안코드는 자신 있게 영국,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체코, 호주, 남아공, 일본, 홍콩에서 버스킹하는 방식은 다 이해했다고 말했다. 호주는 도시마다 버스킹하는 방식이 다르지만 일단 버스킹을 완전 존중하는 나라라는 둥,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선 1년에 한 번 하는 버스킹 면허 오디션에 참가해 소위 ‘버스커 면허’를 딴 적도 있다는 둥. 그의 흥분이 쉽게 가라앉질 않는다.

 

다시 페달을 밟아보자,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그러고 보니, 안코드는 몇 년 전 한국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다.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한국에 오기 직전에 태국에 있었어. 그 때만 해도 ‘오늘 뭐할까?’만 생각했지. 매일 묻는 거야. ‘오늘은 어디 있을래?’ 그렇게 1년이나 있었지. 날씨는 1년 내내 맑은데, 나는 바다를 향해 서서 해변가에 앉은 사람들을 위해 노래했지. 그러다가 지겨워졌어. 늘 꿈꾸던 인생을 살고 있는데도 한계가 있더라고. ‘I love it, I love it, I love it… Do I still love it ? What I want now?’ 라고 스스로 묻는 거지.” 

그때부터였다. 안코드는 일어나자 마자 15가지를 쓰기 시작했다. 미래에 있을 일이지만 마치 과거시제처럼. 내가 앞으로 가질 것이 아니라 내가 이미 가진 것처럼, 내가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내가 이미 해낸 것처럼. 그렇게 한 달을 써내려 가니, 겹치는 것들이 있었다. 다섯 가지 정도. 매일매일 썼다면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여행, 언어, 수익, 친구와 가족관계, 그리고 음악이었다.

사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직접적인 이유는 단순했다. 한국에 있는 친구가 결혼을 한다기에 그냥 축가나 불러주려고 들어왔단다. 그런데 들어와선 생각이 바뀌었다. 그래. 한국에 좀 더 있어보자. 여기서 최선을 다해보자. 그에게 한국은 미운 정이 든 나라이자, 아리고 아련한 곳이었다.

‘난 이제 그때와 달라.’ 그는 성장했고, 이 정도면 위로를 줄 수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이 느껴졌다. 알아보는 사람도 더러 있고, 동기부여도 됐으니, 지금쯤 페달을 밟아보자.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계속 있을 건 아니다. 서른 다섯 살까지 좀 더 봐야 하는 나라들이 있단다. 10개 국어 정도를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것도 또 하나의 목표다. 그때까진 계속 배울 작정이다.  

“사실 언어의 개수에는 관심 없어. 나는 그저 더 알고 싶고 소통하고 싶어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로. 또 다른 개념에 대한 확장을 하고 싶다고. 시도 이해하고 싶고. 시는 번역을 해서 이해할 수 있는 감각이 아니잖아?”

지금까지 읽은 이들이라면 어려풋 느끼겠지만, 안코드는 욕심이 많아서 심심할 새도 없다. 요새는 서로 자기 세계를 이뤄가느라 바쁜 통에, 통화를 해도 1~2분이면 땡이다. ‘이엉차’하는 응원을 보내면서 처음에 미뤄뒀던 숙제를 살짝 풀어보는 것으로 글을 맺는다.

 

 이내 못 다한 이야기

‘가족’ ‘종교’ ‘나’ ‘음악’을 찾아 떠난 행보, 이 길고 긴 여행의 시작은 영국이었다. 19살 즈음 모든 것에 질려 버렸고 ‘나는 누구인가?’를 절실하게 찾고 싶어, 낳아준 가족을 찾아 나섰다.

페이스북을 통해 영국에 있는 가족을 찾아갔는데 형제들에게는 환대를 받았으나 아버지는 입양되었던 안코드를 완강히 거부했다. 어머니는 그래도 어머니였으나 너무 유약했다. 안코드에게 ‘그때는 그게 최선인 줄 알았어, 그래야 모두가 행복한 줄 알았다고!’하고 나가버리셨다. 안코드는 하마터면 창문에서 뛰어 내릴 뻔 했다고 한다.

음악도 접으려고 기타까지 버리고 영국으로 떠나온 안코드는 다시 일주일도 안 되어 기타를 잡았고 그 길로 여행의 길에 접어들었다. 이 말을 들은 나는 다른 어설픈 위로의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차라리 잘 되었다고 했다. 그제서야 다시 찾은 ‘아들’이라며 가족 간의 책임과 우애를 논했다면, 지금처럼 ‘나를 돌아 볼 줄 아는 안코드’는 내 앞에 없지 않았을까.

이제까지 들려줬듯이 지금은 어떤 틀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영국 가족과 일본 가족 각각 2년에 한 번, 1년에 한 번씩 잘 만나고 있으며 모든 걸 객관적인 사고 안에서 선택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사람을 만나는 맛’을 내게 나눠준 안코드.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늘 응원한다.   

 

 

안코드가 부른 노래들 중에 가장 잔잔하고 울림을 주는 노래. Damien Riced의 Cannonball. 개인적으로 그가 작곡한 Heaven이라는 노래가 가장 살아있는 기쁨을 많이 주는데 이 노래는 늘 듣느라 촬영하지 못했다. 언젠가 안코드의 Heaven도 전세계인이 함께 부르는 노래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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