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속 동물농장, 제이란 에코센터를 소개합니다
사막 속 동물농장, 제이란 에코센터를 소개합니다
사막 속 동물농장, 제이란 에코센터를 소개합니다
2016.08.17 01:25 by 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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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사막…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혹시 선인장과 모래 산만 생각하셨다면 그건 사막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동물과 식물로 가득한 시끌벅적 사막, 지금부터 우즈베키스탄의 제이란 에코 센터(Jeyran Ecocenter)로 함께 떠나보시죠.

사마르칸트를 거쳐 부하라로

제이란 에코 센터는 부하라(Bukhara) 시티에 있습니다. 수도 타슈켄트(Tashkent)에서 출발해 사마르칸트(Samarkand)를 거쳐 부하라로 가면 우즈베키스탄의 주요 관광지를 두루 볼 수 있는 최고의 여행코스가 되지요. 특히 사마르칸트의 경우 당일치기 여행으로도 둘러볼 수 있는데요. 덕분에 업무 차 방문한 부하라는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지만, 점심을 먹으러 잠시 들른 사마르칸트에서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사마르칸트에는 ‘우즈베키스탄’하면 떠오를 만한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아무르 티무르 묘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아무르 티무르 묘소의 입구

아무르 티무르 묘소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높고 화려한 천장이었습니다. 묘소가 아닌 예식장과 같은 모습을 한 천장 무늬와 샹들리에는 그가 우즈벡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인물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었습니다.

아무르 티무르 묘소의 천장

사마르칸트에 가게 되신다면 사마르칸트 식 쁠롭(Plov, 혹은 Osh라고 부르는 우즈벡 전통 음식)과 아무르 티무르 묘지, 이 외에도 레기스탄 광장, 울르그벡 천문대 등 다양한 관광지를 꼭 경험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다양한 동물들이 자라나는 곳

‘제이란’은 러시아어로 가젤을 뜻합니다. 즉, 가젤이 살고 있는 에코 센터인 것이지요. 그러나 가젤이 전부는 아닙니다. 가젤을 비롯해 보호와 관심이 필요한 동물들이 잠시 머무르고 있습니다. 곧 치타 가족도 새 둥지를 틀 예정이지요.(물론 가젤과는 서로 떨어진 곳에요!) 저희 GEF SGP(Global Environment Facility Small Grants Programme⋅지구환경기금의 소액 보조금 프로그램)팀은 이곳에서 생태계의 다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덕분에 ‘우즈베키스탄 스러운’ 사막을 구경하며 귀여운 동물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제이란 에코센터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에 걸쳐 있는 키질쿰 사막 남서쪽의 도시 부하라에 위치해 있습니다. 생물 다양성의 보존을 목적으로 1997년 설립되었으며 29종의 포유류, 260여종 및 아종의 조류, 21종의 파충류, 15종의 어류, 300여종의 무척추동물 등이 살고 있습니다. 이 중 포유류 2종, 조류 23종, 2종의 파충류와 어류, 6종의 곤충이 멸종위기종입니다. 제이란 에코센터는 희귀종 사육 및 보존뿐만 아니라 생태관광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어 생생한 동물들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제이란 에코 센터에 도착해 가장 놀란 것은 바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동물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만난 동물은 바로 마르코 염소였습니다. 두꺼운 나선형의 뿔이 특징인 마르코 염소는 중앙아시아에 서식하는 야생 염소로, 지금은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멸종위기에 처해있죠.

양이 아닙니다. 염소입니다! 저 눈빛 때문에 풀 셔틀을…

이 마르코 염소는 너무 늙어 자연으로 돌아가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돼 에코 센터에서 다른 염소들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요. 제가 나타나도 놀란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더니 오히려 다가와서는 제 손을 핥으며 눈빛을 보내는 것이었죠. 이곳의 관리자 발렌틴은 그 눈빛이 ‘이 울타리 너머의 풀을 가져다줘’ 라는 뜻이라고 해석해줬습니다. 저는 만나자 마자 10분여를 ‘풀셔틀’ 노릇을 했죠. 마르코 염소는 신나게 먹고는 다시 한 번 눈빛을 보내주었습니다. 그런 귀여운 구석이 있었더랬죠.

마르코 염소 우리를 지나 조금 더 들어가자 사슴이 보였습니다. 아주 어린 나이의 이 사슴은 아직은 무리가 없어 외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죠. 제가 이동하는 대로 울타리를 따라 오는데 그 모습이 정말 덩치만 큰 아이 같았습니다.

사슴이 졸졸 따라옵니다.

이렇게 사람들과 더불어 지내기 때문이겠죠? 먼저 친근하게 다가오는 동물들을 보는 것은 매우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염려도 됐습니다. 과연 자연에 돌아간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고요.

그러나 이 걱정은 곧 날개를 치료 받고 있는 독수리를 보자 순식간에 날아갔습니다. 같이 간 강아지가 있었는데, 독수리가 갑자기 달려든 것이죠. 모두가 깜짝 놀랐습니다.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단 독수리 사냥 장면을 눈앞에서 보니 굉장히 무섭기도 했죠.

독수리의 날카로운 눈빛은 매서웠습니다.

건강한 사막에서 가젤을 만나다

실크로드의 이미지를 그대로 담은 제이란 에코 센터 역시 사막지대입니다. 하지만 다 같은 사막이 아닙니다. ‘건강한’ 사막입니다. 우리가 흔히 어린왕자가 머물렀을 거라고 생각하는 주황빛 모래, 선인장은 없습니다. 이 곳 사막의 모래는 옅은 갈색인데요. 아랄해가 증발해버린 곳에는 소금이 말라붙어 하얀 부분이 많고 곳곳에 나무와 풀들이 자라 있습니다. 딱 보기에도 건조해 보이는 풀들이지만 사막 생물들의 삶의 터전이지요. 이렇게 곳곳에 풀과 나무가 자란 사막을 건강한 사막이라고 부릅니다.

(사진: http://alterra.cc/)
나무와 풀이 있는 건강한 사막의 모습
왼쪽편에 살짝 보이는 하얀 모래는 사실 소금입니다!

이곳엔 가젤이 살고 있습니다. 가젤은 굉장히 예민하기 때문에 아래의 사진과 같은 전망대에서 망원경을 통해 살펴야 합니다. 작은 소리에도, 작은 움직임에도 매우 민감하여 금방 무리 지어 도망가고 맙니다. 따라서 가젤의 스트레스 완화를 위해, 그리고 관찰을 조금이라도 잘 하기 위해 조용한 발걸음이 필수 입니다.

높은 전망대의 모습. 고소공포증이 있는 저는 겨우 겨우 오를 수 있었습니다.

제이란 에코 센터의 관리자인 발렌틴 가족을 통해 저는 자연과 함께 사는 삶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저도 환경의 일부에나마 좋은 영향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인간이 환경에 해를 끼치기만 하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이 배움은 아마도 에코 센터의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의 모습처럼 제 마음 속에 선명하게 남을 것 같습니다.

/사진: 김하늘

UN 희망원정대 네팔, 우즈베키스탄, 몽골, 가나, 피지, 스리랑카. 이 여섯 나라에서 활동하는 UN 봉사단 청년들이 현지에서의 활동과 생활을 고스란히 글과 사진에 담았습니다. 각자가 속한 UN 기구에서의 이야기와 함께 그곳의 사회와 문화, 여행정보 등 6개월 동안 보고 겪은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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