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민 분유 파동을 기억하실 겁니다.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희대의 식품안전 사고였죠.
이 사건 이후로 중국 제조식품에 대한 경각심이 한껏 고조됐죠.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쓰레기 식용유, 짝퉁 계란, 염색만두, 가짜 소고기…
아무리 짝퉁 공화국이라지만, 먹는 것에까지 장난질이라뇨.
중국의 불량 먹거리 불감증, 조금은 나아졌을까요?
업체 측에서는 포장 상태로 침수된 제품이라는 점에서 그대로 재판매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제품이 사람들이 먹고 마시는 ‘식품’이라는 점에서 안정성에 큰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이 지역 일대에서는 이 같은 침수된 제품을 그대로 판매하는 일이 종종 발생했습니다. 지난 2012년 대홍수로 물난리를 겪었을 때도 침수된 식재료 상당수를 업체 측이 그대로 판매해 물의를 일으켰던 바 있는데, 그 과오가 올해에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해당 업체가 입은 재산상의 손해를 배상할 수 있는 법적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은 탓에, 지방 정부 측에서도 기업의 이 같은 행위를 알고도 모른 척 묵인하는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피해 대책을 뚜렷하게 내놓지 못하는 정부와 이 같은 상황을 악용해 안전상의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식품을 그대로 판매하는 제조업체의 행동에, 애꿎은 소비자만 먹을거리 안전 문제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상황인 것이죠.
더욱이 현재 중국에서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중개 업체와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다를 경우, 이 식품을 섭취한 고객이 위생상의 문제로 인한 피해를 입더라도, 직접적인 책임자를 선정해 피해 보상을 받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최근 중국 각 지방 정부의 식품 안전 문제 총괄국에서는 '于加强第三方平台'라는 배달 전문 업체 규제 항목을 신설하고, 어러머(饿了么), 바이두 와이마이(百度外卖), 메이투안(美团) 등 대표적인 배달 요식업체에 대한 위생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이를 통해 배달 업체들의 ⧍영업허가증 ⧍식품경영허가증 ⧍요식서비스허가증 등 정부의 관리감독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허가제'를 신설하고, 식품 제조업체에서는 식품 조리 후 2시간이 지난 제품은 변질을 막기 위해 폐기 조치하도록 강조했습니다.
또한 피해를 입은 고객을 위한 보상 시 중계업체에서는 반드시 중재 조치를 실시해야 하며, 배달 전문 업체에서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식품 조리업체를 대신해 보상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규제가 실효성을 거둘지는 매우 의심스러운 상황입니다.
현실적으로 현재 운영 중인 업체 가운데 상당수가 여전히 실명제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는 점과 중국의 식품 안전 규제 방식이 전국 26개 성에서 각기 상이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죠.
예를 들어 인근 성에서 식품 안전 문제로 규제 대상 블랙리스트에 게재될 경우, 또 다른 성으로 이동, 또는 업체 등록 지역을 다른 성으로 이동할 경우 그대로 운영할 수 있는 법적 사각지대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해당 규정이 중국 대륙 전역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상식’으로 정착하기까지는 아직도 먼 길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중국 내에선 정부의 이번 규제 방안이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경우 난립하는 업체들의 운영 방식과 마구잡이식으로 판매되는 먹을거리 문제로 인해 피해자는 속출하는 반면, 가해자는 특정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죠.
실제로 정부에서 내놓는 각종 규제만으로는 속출하는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어려워, 급기야 최근에는 중국 베이징에 있는 대학 8곳은 학생에게 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민간 차원의 규제를 마련하는 분위기입니다. 해당 규정에는 학교 캠퍼스 내에서는 외부 음식을 배달해 섭취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달 초 현지 유력 언론이 보도한 내용에도 ‘외부 음식의 위생 상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우려가 크게 제기되면서, 베이징 일부 대학 내에서는 자체적으로 학교 캠퍼스 내 배달 음식 금지 조치를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정부와 학교 측이 각종 제재와 대안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지만, 먹을거리가 '돈 벌이' 수단으로 인식되는 현 상황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법적인 운영 형태를 지속하는 업체들의 난립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최악의 먹을거리 제조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먹을거리만큼은 제조업체와 판매 업체가 양심적인 운영을 통해 안전한 먹을거리 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그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